어제의 오렌지
후지오카 요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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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위암 선고를 받은 33세의 료가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다. 료가, 동생 교헤이, 엄마 도코, 동창 야다의 관점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료가는 특출나게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누구나와 잘 어울리는 그래서 때로는 쉽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를 의지하는 가족들, 동창, 심지어 아르바이트생까지도 그에게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는 위암선고를 받고나서야 자신이 다른이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히 교헤이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당시, 료가와 비밀을 공유하며 부모에게 밝히지 않기로 결심하며 끈끈한 우애를 다지는 형제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책제목이 왜 '어제의 오렌지'일까 생각했다. 료가는 아빠가 사준 오렌지색 등산화를 신고 나기 산을 등산하던 중 조난을 당하고, 교헤이와 등산화를 바꿔 신어 료가는 동상에 걸리고만다. 또한 료가가 겨울에 감기에 걸려 아플 때마다 엄마는 할머니집 정원의 귤을 따다가 속껍질까지 까준다. 또한 료가는 레스토랑에서 귤나무를 키우는데, 결국 귤이 열리고, 다카나는 료가에게 이를 전해준다. 료가가 마지막으로 조난당했던 산을 다시 오를 때, 그가 느끼는 감정들 또한 이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이 책에서 오렌지색은 따뜻한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나와 너,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다. 어제의 오렌지, 우리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향유하며 기대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달로와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왜, TV 리모컨 같은 데 보면 5번 부분에 작은 돌기가 나 있는 거 몰라? 눈이 불편한 사람도 거기가 5번이라는걸 알고 조작이 가능하게끔. 그리고 어두울 때도 알아차릴 수 있게끔 말야.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 료가 군은 어려울 때 저절로 찾게 되는 사람이야. - P321

나는, 나답게 살아온 것이다. 아등바등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주위 사람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리모컨 5번 버튼에 난 조그마한 돌기,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었다. ‘다들 의지했었다‘는 말은 야다의 빈말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는 분명히 마음둘 곳이 있었다. - P336

등산로와 산을 뒤덮은 나무들과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불그스름히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곳이 현실 세계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미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아픔과 권태감마저도 희미해져 가는 듯했다. 슬픔과 공허함조차 멀어져 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시간, 조약돌이 바다에 가라앉듯 의식이 서서히 흐려져 갔다. - P363

어제의 오렌지, 지난날의 오렌지빛은 우리 마음에 불그스름한 사랑의 자국을 남긴 채 또 하루를 살아내게 할 것이다.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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