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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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이제 나이를 먹은 그는 압도적일 정도로 단순해서 대처할 수단이 전혀 없는 문제가 점점 강렬해지는 순간에 도달했다. 자신의 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시기에 직면하게 되는 의문인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의문이 이토록 비정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이 의문은 슬픔도 함께 가져왔다. (p.251-252)

나만 안 읽은 것 같은 소설, 
<스토너>를 이제서야 읽었다. 

마치 <모순>을 다 읽고나서, 
왜 이제서야 읽었지 싶은 것처럼.

 

소설은 모노드라마처럼 잔잔했다.
자신의 삶을 묵묵하게 살아가는 스토너. 

아내와의 만족스럽지 않은 생활도, 
어쩜 이렇게 무디게 대처할 수 있을까 싶고, 
학교에서 불합리한 처우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삶에 열정이 없나 싶다가도,
강의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에서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최선을 다하는구나 싶었다. 

반면 불륜에 빠지는 모습은 
인생에서 일탈이라고는 한번도 해보지 못한, 
중년의 실수로 치부하고 싶을 정도.
윤리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지만,
제대로된 사랑을 해보지 못한, 받아보지 못한
스토너에게 그나마 참된 사랑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까지.

그는 무참히 어떠한 선택도 내리지 않고, 
그 상황을 종결시킬 수 있었고, 
이혼과 같은 큰 변화를 겪지도 않았다.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지
답답한 마음이 들었고,
삶의 많은 순간을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는게 아닌지,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게 아니라
흘러가는대로 주변에 맞춰 살아가는 것 같아서,
어쩌면 학교도 그렇게 흘러들어왔는지 모르겠다.

다만, 졸업 후 집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지 않고, 
학교에 남아 공부를 더 하겠다는 결정이
그가 내린 가장 큰 선택 아닐까.

다행히 그는 강의에 소질이 있었고, 
힘들때면 책으로 숨을 수 있었다. 
그런 무언가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누구나 그런게 있어야지. 


새벽잠을 안자고 이 책을 다 읽었다. 
직장을 다니며 아둥바둥 살아가는 내 모습이,
그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모습과도 같아 보여서 그랬는지. 

그렇게 겹쳐보이는 순간들이, 감정들이,
아마도 이 책을 이렇게 꽤 오랫동안
인기있게 만드는 것 같다.. 

나는 주체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온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죽기 전 '넌 무엇을 기대했나?'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스토너의 모습,
삶에서 한번씩 물어야 하는 질문인 것 같다.

무엇을 기대하는가?
무엇을 기대했나?

이 책도 강력추천한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p.390)

#존윌리엄스 #고전 #베스트셀러 #소설 #인생책 #책추천 #장편소설 #이동진 #신형철 #문학 #최은영 #김연수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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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3 - 가볍게 친해지는 서양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3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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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미술관3


몬드리안, 달리, 자코메티, 잭슨폴록,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6명의 작가를 한 권의 책으로 술술 읽고나니,
왜 이렇게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알겠다.
#방구석시리즈


그림이 재미있는 이유는,
화가의 생애에 관한 스토리텔링이 곁들여지고
그 의미를 알게 될 때다.

사실 그림만 봐서는 잘 모르고
도슨트 설명을 들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훌륭하다.


살바도르 달리와 갈라,
잭슨 폴록과 리 크래스너,
천재 화가들의 뮤즈들은 대단했고,
범상치 않았다.


책을 읽으며 그녀들을 안 찾아볼 수 없었는데,
작품으로는 천재 화가들이 더 대단했을지 몰라도,
내 눈에는 그녀들이 더 대단해보였다.


그 외에도 자코메티, 마크 로스코 등
삶을 들여다볼수록 하나같이 얼마나 노력하였는지
그들이 그 경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분투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어느 정도의 운도 따라야 한다는 것까지.


또한 앤디 워홀의 사업가적 기질을 보면,
데미안 허스트가 떠오른다.
찍어내기만 해도 돈을 모았던 앤디 워홀,
원본과 NFT 중에 선택하라고 하고선
원본을 불태우는 데미안 허스트.


작가들의 평탄하지 않은 삶의 이야기는
마치 소설 같았다.

얼마나 많을까, 이런 작가들이.
방구석 미술관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와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이야기가 전해질수록 미술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강력추천이다.


#조원재 #방구석미술관 #현대미술 #미술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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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일러스트 매거진 아노락(Anorak) : 평화 - ISSUE 15
아노락 코리아 편집부 지음, 이희경 옮김 / 아노락코리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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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매거진 표지부터 눈에 띄었다.
어린이 일러스트 매거진은 처음인데,
매거진의 특성상 읽을거리 볼거리가 가득했다.

특히 아이들이 직접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미로찾기도 하고,
따라서 그려보고, 색칠도 하고.

이번 호 주제는 평화였는데,
친구와의 다툼부터,
국내 정신없는 뉴스도,
더 나아가 전쟁까지.
평화는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다.

아이와 이야기를 곁들여서
그림을 그리고
놀이를 한다는 것이 좋았다.

매거진음 매회 주제가 다르니까,
관심있는 주제라면 더욱 좋아할 듯!

6-7세 아이와 함께 활동하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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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 엘리트, 반엘리트, 정치적 해체의 경로
피터 터친 지음, 유강은 옮김 / 생각의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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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어떻게무너지는가

오늘날 너무 많은 ‘엘리트 지망자’들이 정치와 경제의 상위 계층에 존재하는 정해진 수의 지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우리 모델에서는 이런 상태를 두고 엘리트 과잉생산이라고 부른다. 대중의 궁핍화와 엘리트 과잉생산,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엘리트 내부의 충돌이 점차 우리의 시민적 응집성을 훼손하고 있다. 이런 국민적 협력 의식이 사라지면 국가는 내부에서부터 순식간에 썩는다. 점증하는 사회의 취약성은 국가 기관에 대한 신뢰 수준이 무너지고 공적 담론을 지배하는 사회규범-과 민주적 기관의 기능-이 해체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p.14, 서론)

탄핵 선고까지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당연한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왜 마음을 졸였는지.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다수의 베스트셀러가 눈에 띄는 것을 보면서,
지금이 그런 시기임을 느꼈다.

피터 터친은 왜 모든 사회가 반복적으로 위기에 빠지는지, 역사동역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제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엘리트 과잉생산.

너무 많은 엘리트 지망자들이
정해진 지위를 두고 경쟁하고.
이러한 엘리트 내부의 충돌이
사회적 결합을 와해시킨다고.

공화당이 모두 트럼프적 성향이 아니듯이,
국힘과 민주당도 다 같은 한 편이 아니다.

계엄령에서 탄핵 인용까지 그 날들을 지나면서,
충분히 본 것 같았다.
결국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는 싸움인 것 같다는 생각

_ 행복한 나라라면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나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p.267)

트럼프2기 행정부의 막후실세, 터커 칼슨의 책 <바보들의 배>에 실린 글이다.
“미국은 왜 도널드 트럼프를 뽑았는가?”에 대한 답을 이렇게 썼다.

J.D 벤스 같은 인물이 부통령이 되고, 일론 머스크를 정부효율화 부서의 수장으로 앉히고, 전형적인 정치인들과 다른 행보를 보인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전세계를 뒤흔드는 그의 사업가적인 면모는 과연 국가에 도움이 될까.

그 내부에서는 엘리트들의 경쟁이,
바깥에서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_ 민주당이 노동계급을 포기하고, 이런 사실이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1993~2001)에 확고한 현실이 되자 당내의 좌파 포퓰리스트들은 이제 민주당의 정치에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했다. 계속되는 추론에 따르면, 선거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는 당이 중도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물론 ‘중도’는 지배계급이 선호하는 정책이다. (p.261)

탄핵 인용 이후 다음 대권주자로 관심이 옮겨갔다.

보수와 진보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정책이 아닌 단지 인물에 초점이 맞춰진 선거는
여전히 인기투표처럼 느껴진다.

도날드 트럼프를 뽑았던 미국처럼 우리도 그래서는 안될텐데.

대통령 탄핵 2번,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보여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선거 이후에는 결국 소수의 정치인들 하기 나름이었는지도...

_ 복잡한 인간 사회가 순조롭게 작동하려면 엘리트-통치자, 행정가, 사사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엘리트를 없애기를 원하지 않는다. 비결은 엘리트들이 만인을 위해 행동하도록 제약하는 것이다.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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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라이팅북 - 가장 현실적인 해피엔딩을 위한 100가지 문장 필사, 오만과 편견 * 이성과 감성 * 엠마 * 설득
제인 오스틴 지음, 이재경 옮김 / 유선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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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인간은 천성적으로 유독 오만에 빠지기 쉽고, 실제든 상상이든 자신의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기도취가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 허영과 오만이 동의어처럼 쓰일 때가 많지만 사실은 서로 달라. 허영이 없어도 오만할 수 있거든. 오만이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라면, 허영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기를 원하느냐의 문제니까. (p.20)


오만과 허영.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만'한 사람만큼 위험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거만, 오만, 교만.

거만: 잘난 체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건방진 태도
교만: 잘난 체하는 태도로 겸손함이 없이 건방짐
오만: 태도나 행동 따위가 방자하고 건방짐


이러한 만을 가진 윗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프레임에 맞춰지지 않은 나는
못난 사람이 되기 마련.


책에서 저 문장을 만나고, 오만과 허영이 나와 남이 보는 시각이었나, 생각해봤다.


허영: 자기의 분수에 넘치고 실속이 없이 겉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

책에서는 pride를 오만으로 해석했는데, 자부심이 아닌 오만이라는 뜻도 있었구나 싶었다. 나는 arrogance에 더 가까운 오만을 생각했던 것 같기도.


어쨌든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기만을,
그렇게 버티고 기다리며
지금 계절을 넘기고 있다.


책은 표지부터 봄이었다.
벚꽃 흩날리는 봄에 이 책을 읽고
필사하며 마음을 가라앉혀야지 했는데.


여의도 벚꽃축제조차 탄핵선고로 며칠 연기되는 것을 보니, 꽃을 즐기는 것 조차 자유롭지 않구나 싶다.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 -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엠마, 설득에서 가려 뽑은 문장들이 왼쪽, 그리고 필사할 수 있는 공간이 오른쪽에 배치되어 천천히 문장을 읽고 쓸 수 있어서 좋았다.


봄날에 좋은 문장을 필사해보는 것은 어떨지, 한 번 권해본다.




_ "친밀감을 결정하는 것은 시간이나 기회가 아니야. 그건 오로지 성향에 달려 있어. 어떤 이들은 7년이 지나도 서먹하고, 어떤 이들은 7일만에 막역해지거든." (p.108)


_ 함부로 상상해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판단하고, 사소한 겉모습으로 그것을 확정 지어버리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행복을 운에 맡겨버리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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