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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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현대 사회에는 새폴스키가 말한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것과 같은 급성 스트레스 요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사람들은 만성 스트레스 요인들을 스스로 만들어내 전파한다. 옆집 사람과 비교하며 사는 삶, 청구서, 뒷담화와 소문 등. 새폴스키는 바로 이것이 오늘날 사람들이 포식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 때문에 잡아먹히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무엇을, 언제, 왜, 누구보다 더 많이, 더 먼저 성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p.244)



수면장애를 위한 슬립테크 시장,

체중감량을 위한 위고비,

궁극의 편안함, 그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던 그 시절,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한게 아니였을까.



알코올중독자였던 저자가 알래스카로 떠난다.

33일간 휴대폰 신호도 잡히지 않는 곳에서,

이쯤되면 하이킹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처음에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입이 벌어지지만

그것도 잠시,

기나긴 따분함이 그를 덮친다.

춥고 배고픈 시기가 오랫동안 이어지고,

생존을 위해 순록을 사냥한다.



그러나 막상 순록을 찾는 것부터

사냥 후 무거운 순록을 이고 지고 이동하는 것까지,

그야말로 과거 우리 조상들이 겪었을 법한 일들이다.



마치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_ “상대적 판단이 반복되면 동일한 대상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갈수록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잠식 현상은 현대인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방식에서도 볼 수 있다고 레버리는 말한다. 이것을 ‘편안함에 의한 잠식’이라고 해주자. 사람들은 새로 등장한 편안함에 적응하면 이전의 편안함은 더는 수용하지 못한다. 즉, 오늘의 편안함은 내일의 불편함이 된다. 그러면서 편안함의 새로운 기준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p.44)



편안함이 잠식해버린 삶과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일상.

따분함을 견디지 못하고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한다.



결국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현대인들

백색소음마저 들리지않는 자연의 고요함 속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된다.



불편함에 저항하는 능력,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며 멍때리는 시간,

효율성을 따지는 일과에서 잠시 멀어져있기.



_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한마디로 ‘명상 없는 마음챙김’이다. 매일 잠깐이라도 자연 속에서 산책하는 것은 명상의 훌륭한 대안이 된다. 물론 숲속 걷기가 마음의 치료제가 되려면 휴대폰을 멀리하고, 어떠한 정보도 귀에 흘러 들어오지 않는 상태여야 한다. (p.190)



AI가 일상을 더 엄습해올수록

나는 ‘오프 그리드 라이프’를 떠올렸는데,

그가 떠났던 33일간의 알래스카는,

좀 더 날것의 생생한 삶을 보여주었다.



관련 책으로 <경험의 멸종>,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법> 등이

떠오르는데, 이 책이 좀 더 생생하다.




광활한 자연 앞에서 저자의 자기 성찰 이야기를 듣다보면,

너무 편안한 삶에 길들여져서 아픈게 아닌지,

나 역시 불편함에 저항하는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주 사소한 계단 오르기부터.



이 책은 정말 추천하고 싶다.



_ 부모는 자녀가 가는 길에 놓인 모든 장애물을 맹렬하게 치워버린다.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는 젊은이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을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상의 원인을 아이의 탐험을 가로막는 풍조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p.82)



_ 부탄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 목록에서 디즈니랜드 다음으로 등장하는 나라다. 이 나라는 하루에 1번에서 3번씩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국가 교육 과정의 일부로 포함되어 있다. 즉 우리는 모두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에 대한 이해가 부탄 사람들의 집단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다. (p.294)



_ “힘겨운 도전에서 끄트머리에 이르게 되면 이제 막다른 곳까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어쨌든 계속 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뒤를 한번 돌아보고 나서, 한때 여기가 끝이라고 믿었던 곳을 넘어서 걸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그런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죠.” (p.342)



_ 녹스 박사는 “뇌는 실제 육체적 탈진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서 ‘불쾌하지만 환상적인 피로감’을 이용해 브레이크를 건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엘리엇이 말한 ‘한계를 넘는 경험’의 원리다. (p.344)



정말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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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자본주의를 망가뜨렸나 - 월가 최고 투자가가 밝혀낸 자본주의의 결함과 해법
루치르 샤르마 지음, 김태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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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정부 자금은 생산성을 증진하거나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과 무관한 금융공학 프로젝트로 쏟아져 들어갔다. 인수나 자사주 매입 그리고 주가를 띄우기 위한 다른 전략들이 거기에 포함되었다. 과거 금융 시장은 대개 경기를 반영하며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은 부양책이라는 마법 카펫을 타고 오직 위로만 올라간다. 대체로 나이가 많은 부유층 투자자에게는 좋은 시장이 아닐 수 없다. 반면 한창 일하는 중산층과 청년층에게는 좌절을 안기는 시절이기도 하다. (p.270)


거대 정부는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Big government is not the answer.

책을 관통하는 한 문장이,

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 쓰여져있다.


책의 전반부는 거대 정부가 부상하고,

어떻게 이지 머니 시대가 도래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후반부는 거대 정부로 인해 경제는 계속 취약해지고,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는 지금의 상황을 그린다.


결국 레버리지 사용으로 부를 일군 사람들만이

계속해서 잘 살게 되고, 노동자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계속 일해도 나아질 것 없는 사회를 보여준다.


마지막 챕터에는

균형이 잘 잡힌 고소득, 중소득, 저소득 국가를 대표해서,

스위스, 대만, 베트남의 사례가 나오지만,

해결책처럼 보이지 않는다.


각 나라마다 복잡한 정치와 이해관계가 있는데,

어떠한 유토피아를 제시해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새 정부가 앞으로 이행할 공약들,

그리고 진통을 겪게 될 현상들을 예측해볼 수 있다,


1. 경제 성장은 얼마나 가능할까?

경제 성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하는지, 각 노동자가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지에 좌우된다. 즉 노동자가 늘거나, 생산성이 증가하거나. 하지만 지금은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시대, 따라서 생산성 증가가 관건이다.


과거 기술변화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한 이유는, 투자자본이 줄고 다수의 자본이 주식이나 채권처럼 금융으로 흘러들어갔기 때문. 그래도 세계화가 경제 성장을 촉진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화가 아닌 자국 위주의 정책을 펼치는 상황, 기업은 AI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과연 AI는 우리를 구원할까? 정부가 나서서 AI를 강조하는 지금, AI만이 답인가?

한쪽에서는 구제 금융으로 기업을 살리느라 각종 정책이 쏟아지다. 정부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정부의 부채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_ 정치인들은 항상 경기를 진작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력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다만 그것이 지속적인 재정 적자의 직접적인 결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출을 늘리면 단기적으로는 성장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에 따른 부채다. 부채는 장기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부식시키고 있다. (p.211)



2.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뿐

이지 머니는 부의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을 초래했다. 노동으로 벌어들인 소득보다, 투자로 얻는 배당과 수익, 자본소득이 훨씬 큰 지금의 흐름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가 자산 가격의 급락을 방지하고 항상 가격이 오르도록 개입하는 만큼 부의 불평등과 세대 간 불평등은 심화될 뿐이다.


하물며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통해 미국 국채 수요를 굳건히 지키려는 움직임은앞으로 어떠한 파장을 불러일으킬까. 금융계 거물, 대기업들은 강력한 과점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불평등 심화는 자명한 일이다. 



_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도지코인의 시장 가치가 800억 달러에 이른 사례를 들었다. 그는 “11년 동안 공짜 돈이 풀리면 사람들은 멍청한 짓을 합ㄴ디ㅏ. 도지코인은 원래 장난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그런 일은 공짜 돈의 세계에서나 일어날 수 있어요.” 라고 말했다. (p.267)



이 책의 구구절절 맞는 말에 밑줄 그으면서 읽었기에, 인용할 문구는 차고 넘친다.

가독성이 너무 좋기 때문에, 직접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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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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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심한 사회 갈등 속에 출간된 이번 인터뷰집 <의젓한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책임을 피하지 않는 의지적 자아를 가진 사람들의 출현이다. 크든 작든 책임을 지면 성장한다. (p.14,  프롤로그)


김지수 작가와 14명의 인터뷰, 
<위대한 대화>에 이어 역시 좋았다.
 

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부제 역시 넘어갈 수 없었다. 


"네가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도 온당히 네가 지는거야."
라고 아이에게 늘 말하곤 했다. 
우리 엄마가 내게 늘 했던 말.


어려서부터 엄마는 어떠한 선택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나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의 판단보다 명확하게 결정하는 편이다.



계획형 인간은 아니라, 
즉흥적으로 일을 벌이기도 하고, 
추진력있게 밀고나가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쉽게 접어버린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신기한 건, 선택이 어렵다. 인생의 우선순위가 명확히 서있는줄 알았는데, 고려할 게 많아진다. 


그래서 그만두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만두는 것은 더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하므로. 


애니 듀크는 말한다. 
주변에 듣고싶은 말이 아니라, 우리가 들어야 할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알고리즘으로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을 탐닉하는 시대에, 과연 듣고 싶은 말이 아닌, 들어야 할 말을 해주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_ 가치 없는 일에 매달리면서 마음이 꺾이지 않으려 애쓰는 건, 도움이 되지 않아요. 성공은 어떤 일을 단순히 계속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가치 있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가치 없는 일은 최대한 빠르게 그만둬야 해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p.271, 애니 듀크)


애니 듀크와 같은 맥락에서,
러셀 로버츠의 인터뷰도 좋았다. 



수많은 결정을 하는 가운데, 
어떻게 늘 완벽한 선택을 하겠나. 


옳은 결정은 없고, 
무언가를 경험해보는 것이 삶일테니.


새로운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예측하지 못하는 삶에서 또 다른 교훈을 얻고 인생의 진리를 알게 된다고. 


그런 식으로 합리화를 해본다. 
무턱대고 하는 나의 결정에.


_ '결정'은 집중해서 결단을 내리는 행위인 동시에 강한 의지로 인내해 내는 것을 포함합니다. 오랜 시간 경제학자로 보낸 후 저는 '완벽한 결정'은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을 뿐이죠. 인생은 어차피 지도 없이 하는 여행이기에 완벽함의 반대는 '엉성함'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음'입니다. (p.209, 러셀 로버츠)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를 보내기를!
그런 하루들이 모여서 괜찮은 삶이 된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_ 결심이 필요한 순간에는 어떤 종류의 '뛰어듦'이 필요합니다. 그 이유는 당신의 결정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결과가 어둠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p.211, 러셀 로버츠)


이번 책이 5번째 인터뷰집이라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가 계속되고,
이렇게 책으로 한번씩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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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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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꾸준히 읽는 애독자로서, 이 책은 더할 나위없이 반가웠다. 14명의 사람들,
의젓한 마음과 의젓한 인생. 인터뷰집을 즐겨읽는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책. <위대한 대화>를 읽었다면 이 책도 당연히 읽어야 할 책! 김지수님의 인터뷰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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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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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순간이면 나는 내가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으며, 그 누구와도 내 자리를 바꾸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요란하게 웃고, 이제 내가 울지 않아서 기쁜 이다는 미소를 짓는다. 나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지만 큰 소리로 웃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다가 있고, 이다에게는 내가 있으니까. (p.105)


알콜중독 엄마, 
어린 동생 이다, 
이 둘을 모두 보살펴야 하는 틸다.

틸다가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수영장. 
레인을 스물두 번 수영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일상을 마주한다.

틸다가 동생을 돌보면서 느끼는 책임감, 
한편으로 자기 삶을 살아가고 싶은 욕구, 
그 사이에서 자기만의 길을 찾는다. 
그것이 인생 아닐까.

알콜중독같은 극한 환경은 아니더라도, 
가정환경 때문에 무언가 하고 싶었던 것을 접거나
마음내키는대로 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동안 나 역시 그러한 시절이 떠올랐다. 

허영된 마음에 부푼 아빠는 사기를 여러번 당했고, 우리의 화살은 늘 아빠를 향해 있었다. 
피폐했던 마음과 여유가 없었던 우리.

엄마와 나는 언제나 각자의 몫을 해냈다. 
서로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무심하게. 

다행히도, 
엄마는 언제나 내가 기댈 수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내가 엄마한테 그런 존재일까. 

이제는,
강인했던 엄마가 한없이 여린 사람으로 보인다.
튼튼한 갑옷을 껴입은 줄 알았던 엄마가
사실은 나약한 마음을 감추기위해서였다는 것,
나중에서야 알았다. 

서로의 보호색이 되었던 우리 둘. 
상처는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고, 
나의 단단한 마음은 지난 시절의 흔적 같은 거다. 

틸다와 이다가 서로를 의지했던 것처럼, 
이다가 어느새 커서 엄마에게 맞서 말을 하고,
틸다가 자기만의 삶을 살게 되는 것처럼. 

틸다를 보면서 엄마를 떠올렸고, 
나는 틸다만큼 이다를 응원했다.
이다는 그 누구보다 단단하게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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