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트렌드 노트 - 제일 사랑하고 싶은 것은 ‘나’ 트렌드 노트
박현영 외 지음 / 북스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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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는 길항이다. 길항이라 함은 한쪽이 차고 넘치면 그 반대 되는 것이 부상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트렌드를 연구하는 사람은 지금 뜨는 것의 반대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의 반대로서 지금 트렌드라 형성되었는지 살펴본다. '효율'의 시대에 부상하는 '낭만', AI시대에 부상하는 아날로그 취미, 도파민이 차고 넘치자 나타난 도파민 디톡스, 혼자의 시대에 부상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대규모 잔치와 축제들이 그 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반대의 전략을 준비하자. (p.62)

AI시대에도 여전히 트렌드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정반합' 세상의 이치를 알고싶어하는 마음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트렌드는 길항. 나 역시 늘 그 반대편엔 무엇이 있는지 찾아본다.

26년 트렌드책은 모두가 AI로 인한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인간다운, 아날로그적인 것들이 한편으로 뜬다고.

가볍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아날로그적으로 나만의 취향을 디깅하는 취미생활에서 만족감을 얻는 것도 이러한 길항의 하나라고 말한다.

사실 트렌드 기저에 깔린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어쨌든 그러한 심리가 공통적인 현상을
만든다. 그것이 트렌드의 제일 재미있는 점이다.

다른 나라도 이렇게 쏠림이 심한지 늘 궁금하다. 그리고 그 다음에 연이어 유행하는 것들을 예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어쨌든 '불안'이 디폴트가 된 세상에서,
사람들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만들어내는 트렌드적 현상이 우리 사회에 이러한 열풍을 일으켰구나 하면서 이해해볼 수 있는 책.

참고로 2017년부터 변화상을 돌아보는 부분이 뒤에 붙어있다.
<트렌드노트>는 지난 10년이 '우리'에서 '나'로 변하는 시기였다고 말한다.

코로나 전후로 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뒤를 이어 AI가 그만큼의 임팩트가 있지 않을까?

과거보다 늘 미래가 궁금하고, 무엇이 변화할지 예측하는데.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모든 콘텐츠가, 심지어 회사의 보고서조차 '가볍고, 가깝도, 짧게'를 요구받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무겁게, 멀리, 길게' 보는 시각을 견지하자. 언젠가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대신 무거움이 주목받는 때가 올 것이다. 그 '언젠가'가 이미 왔다. (p.61)

덧) 아날로그적 취미생활, 종이책을 읽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는 것 같다.
벽돌책을 읽어야 할 이유.
철학에 관심을 쏟아야 할 이유.
가볍지않은 독서를 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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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주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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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어떤 그릇을 가졌느냐가 아니야. 그 그릇이 완전히 깨졌느냐지. 인간은 제 그릇에 금이 가면 뭔 수를 부려서든 그걸 붙이고 살려 하거든. 다신 붙이지 못하게 완전히 박살을 내야, 그래야 새로 지을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 (p.199)

사이비 종교단체 벽돌집을 도망쳐나온
유림과 해수.

세뇌당한 유림이 진실을 마주하게 된 건 해수와 함께였기 때문이다.



탈출 후 기나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기나긴 대화가 사실은 애도였다는 것...



벽돌집에서 유림은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해수는 깨어있었다.

물론 종국에는 유림은 살았고 해수는 죽었지만.



죽었던 삶에서 살아난 유림은 해수도 살리고 싶었을테다.

그래서 계속 묻고, 묻다가, 끝내 깨닫는다.

죽은 사람을. 살아 돌아오게. 할 수 있어?(p.209)

유림이 알고 싶었던 단 한가지. 굴댕이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던 바로 그것. 죽은 사람은 되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마침내 유림은 입을 열었다.
해수야, 죽은 사람은 다-다시 살아, 살아, 살아, 돌아올 수 없어. (p.256)



책을 읽는 동안 사이비 종교를 포함한 컬트를 취재했던 책 <컬티시>가 떠올랐다. 언어학자 어맨다 몬텔은 언어라는 권력 도구를 바탕으로 추종자들에게 어마어마한 폭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설 속 벽돌집 역시 마찬가지다. 선생님이 하는 말을 따르는 게 답이었으므로 아이들의 질문은 무의미했고, 묻는 말에 정해진 답만 하는 것이 도리였다. 세뇌된 아이들은 생각은 커녕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침묵한다.



해수가 기어코 왜 그렇게 묻질 않느냐는 질문에 유림은 흔들리고, 깨닫는다.

이야기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지도 죽어 있지도 않은 것만은 피하기 위해서. (p.155)



운명을 깨고 나아가는 이야기.
성장이라는 말로 묘사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삶의 여정에서 누구와 함께 하느냐,
그리고 무엇을 믿고 선택하느냐,
내 안의 목소리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끝내 해낼 수만 있다면.



그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한 것 같다.
묵직하면서 울림이 큰 소설이다.



진실은 언제나 밝히기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침묵하지 말고 이야기해야 한다.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상태를 피하기 위해서.

읽어보시기를.



파사주(破四柱)는 말 그대로 사주, 즉 주어진 운명을 깨뜨린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주를 볼 때 쓰는 용어이기도 하다. 궁합(宮合)이 남녀의 관계를 가늠하는 전통적인 개념이라면, 파사주는 남녀뿐 아니라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부모와 형제, 스승과 제자, 친구와 적까지 인간 대 인간의 모든 관계를 망라한다. 다시 말해, 나의 사주만으로 운명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주변 사람들 사이의 관계로 그 운명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다. (p.290-291, 작가의 말)

한겨레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파사주 #한겨레출판 #강성봉 #하니포터 #하니포터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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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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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이 살았던 도시를 찾아간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나나 휘트먼과 마찬가지로 문학과 현실의 경계에 살고 있는 '꿈꾸는 자들'을 위한 여행기다. (p.10, 프롤로그)

문학을 이렇게까지 좋아한다고?!
놀랄 수 밖에 없는,
그 진심이 느껴지는 책.
참고로 2018년 <바람과 함께, 스칼렛>의 개정증보판이다.

1. 오 헨리
마지막 잎새를 썼던 오 헨리가 살았던 집과 그곳의 담쟁이를 보면 작가가 살았던 공간이 소설 속 공간으로 이렇게 닮았구나 싶다.
아니, 곽아람 작가님은 어떻게 이런 곳까지 찾아갔는지, 정말 연신 감탄할 수 밖에.

2. 마거릿 미첼
작가님이 인생책 중 한 권으로 꼽는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애틀랜타가 이 소설의 배경.
그리고 차로 30분 걸리는 존즈버러.
외가를 방문해 들었던 남북전쟁 일화를 토대로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존즈버러는 외증조부집이 있었던 곳.

이러한 동네에 박물관에 소설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도 놀랍고, 이렇게 찾아간 작가님 역시 대단.

3. 헤밍웨이
헤밍웨이는 4번이나(?) 결혼했고, 결혼할 때마다 주거지를 옮겼다.
첫 아내와 파리, 둘째 아내와 키웨스트,
셋째 아내와 쿠바, 넷째 아내와 아이다호.


키웨스트와 쿠바의 집 모두 동물 머리 박제가 집안 곳곳에 걸려있었다. 대문호의 취향이 이렇단 말이지, 하면서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
그림도 소설도, 모두 그 작가를 알게 되면 더 재미있어진다. 미술가의 생애를 알게 되면 그림이 더 재미있어지는 것처럼, 작가도 마찬가지다.

문학이 단지 허구가 아니구나 싶었다. 그들이 남긴 이야기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그 생생함이 느껴지는 것 같은.

문학을 즐기는 포인트를 곽아람 작가님은 알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믿고 따라가보라. 아마 예전에 읽었던 그 책과, 당시의 나를 추억하는 건 덤으로 따라올거다.


그날의 기억이 강렬했던 건 결국 문학의 힘이라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세계.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어트랙션은 작품 속 장소다.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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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고무벨트 방식 -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회사 만들기
DRB 지음 / 스리체어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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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다차원입니다. 변화는 수직이나 수평의 축을 따라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방에서 동시에,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일어납니다. 다차원을 감당할 수 없는 선형적 구조의 기존 패러다임을 해체할 때가 되었습니다. (p.80)

동일고무벨트,
한국의 고무 제품 제조 기업이다.
1945년 부산에서 시작해 2025년 창업 80주년.

이 책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변화해온 방식을 이야기한다.

한참 사업계획 시즌이라 관심있게 읽었다.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에,
여전히 사업계획을 꼼꼼히 보시는 분들.
불안을 잠재우고자 하는 것인지,
진짜로 무언가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그런 와중에 이 책은 조직체계의 뿌리와 작동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Q. 기존 조직은 왜 새로운 세계와 충돌하는가?
A1. 1차원 트리 구조는 다차원 현실을 감당할 수 없다. (p.76)

이 책을 읽으며 명확해 진 점은,
지금 조직의 한계와 나아가야 할 방향.

AI까지 행위자로 나선 마당에,
정보, 권한, 목적이 부서단위로 단절된 조직은
절대로 유연하게 흐르지 않는다.

AI가 부서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기술이 아무리 발달한들,
조직의 토양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지금도 체감 중이다.

책에서는 ‘리좀(rhizome)’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고구마 뿌리줄기처럼 중심없이 확산하는,
자유롭게 연결되는 네트워크 구조.

사일로 없는 이러한 조직이 가능한가,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것이 리셋되어야 하는가.

동일고무벨트는 시도하고 있다.
기존 조직을 전환하는데 10년의 시간을 설정해두고.

랩조직을 가동하면서 시행착오를 살피고 전환하기.
대기업보다는 빠르고 유연하게, 스타트업보다는 시간을 견뎌내면서.

정말로 이러한 조직이 구현 가능하다면,
배워야 하는게 아닌가.

어쨌든 지금의 조직 구조가 분명히 제약인 것은 누구나 알지만, 바꾸기는 몹시 어렵다.

그러나 어느 누군가는 시도해보고 있다.
그 점만으로도 배울 일이다.

Q. 왜 기업의 존재 방식을 다시 물어야 하나?
A1. ‘후기 노동 경제’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다. 인간이 육체노동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문명의 전환이다. (p.60)

디스토피아적 상상이 현실이 된 시대,
조직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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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책
로스 게이 지음, 김목인 옮김 / 필로우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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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장면을 볼 때면 더없이 기분이 좋다. 두 사람이 - 오늘 본 두 사람은 차이나타운의 캐널 스트리트에 있던 이들로, 엄마와 아이 같아 보였다 - 짐이 든 장바구니나 빨래 바구니의 손잡이를 각자 한쪽씩 잡고 가는 장면. (p.82)

이 책을 읽는 내내 세라 망구소가 떠올랐는데,

마침 저자가 세라 망구소의 책 <300개의 단상>을 언급해서 무언가 통한 느낌이다.

로스게이는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책에 담긴 일화 중, 공항 직원이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물었고.

그는 시를 낭독하러(reading poem) 간다고 했더니, 직원이 동료에게 하는 말 “이봐, 마이크, 저 사람 시라큐스로 손금(reading palm) 봐주러 가는 중이래.”

너무 귀여운 오해가 나를 빵 터지게 했다.

일상에서 기쁨의 순간을 채집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슬프고 답답한 순간에 무얼 쓰고자 했지, 기쁨의 순간에는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의식적으로 기쁨을 채집하다보면 더 많은 기쁨을 누리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김목인 번역가도 그렇게 말한다.

우리는 누구나 삶에 작은 기쁨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충분히 기뻐하고 집중하지 못한다. 이 책에 섬세하게 묘사된 기쁨에 대해 읽다 보니 무거운 현실이란 거기에 골몰하기 때문에 더 무거워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p.274, 옮긴이의 글)


기쁨을 채집하는 일이란 그리 멀지 않다.

어제 독서모임에서는 <사랑의 기술>을 읽고 나눴다. 각자의 경험과 책에서 말하는 의미를 나누면서, 이렇게 삶에서 사랑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을 나눠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대화의 기쁨. 나도 몰랐던 내 생각을 '발견'하는 기쁨. 표현하고나서야 명징해지는 느낌, 그리고 그것을 나눌 때의 기쁨.

하루를 그렇게 마치고 나니, 회사에서 하루종일 있었던 어처구니 없던 일과
허망함이 씻겨져 내려가는 것 같았다.


일상의 기쁨을 놓치지 말고 채집할 것.
그럴수록 마법처럼 더 많은 기쁨이 몰려온다.

로스게이가 하고 싶었던 말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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