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
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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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책 뭐지. 단순히 뇌과학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신경과학자가 쓴 사랑에 관한 자전적 에세이다. 너무너무 강력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사랑을 연구하는 스테파니와 외로움을 연구하는 존. 스테파니는 단 한번의 연애도 해보지 않았지만, 존을 학회에서 처음 보고 운명적인 사랑의 힘에 이끌린다. 존은 2번의 결혼에 실패해서 더 이상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스테파니에 이끌린다. 


37세와 60세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연애에도 불구하고, 바쁜 연구 일정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존은 문자를 보낸다. 
'오늘 일 끝나고 결혼식 올리는 거 어때요?'
"좋아요!"
그렇게 둘은 파리의 한 공원에서 혼인 서약을 한다.

이후 시카고의 같은 대학에서 부부 공동 연구실을 쓰면서 일상을 공유한다. 그런데 행복하기만 한 일상이 흔들린다. 존이 암에 걸려서 결국 슬픈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정말 그녀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느껴졌다.


살 가망성이 극히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아픈 치료를 받아가며 치유되는 존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의 위대한 힘이 느껴졌다. 그렇게 이별한 후 그녀는 생존했던 시절 존의 강연을 찾아보고, 그의 기억을 더듬다가 결국 스스로 우울증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사랑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를 그녀의 자전적 에세이에 많이 녹여서 썼다. 너무 매력적인 책이다.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몇가지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 자신과 닮은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
- 플라토닉 사랑이 진짜 가능할까? 
- 첫눈에 반한다는 이야기처럼, 사랑하는 관계에서 눈을 마주치는 것은 중요하다.
- 장거래 연애 커플 사이에 더 깊은 유대가 형성되는 이유
- 파트너가 자기를 희생할 때 크게 고마워하지만, 그런 희생을 기대하기 시작하면 감사하는 마음도 적어질 뿐 아니라 상대의 희생을 이전만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


 이 책을 다 읽고 구글에서 존 카치오포와 스테파니 카치오포를 찾아보았다. 정말 오묘하게 닮은 분위기의 사랑 박사와 외로움 박사, 너무 잘 어울리는 신경과학자 커플 아닌가.



에세이를 좋아하신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사랑에 관해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무조건 이 책이요!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사랑도 그에 맞춰 변화하고 진화할 것이다. 융통성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멋진 점이다. 사랑은 끝도 없이 필요에 맞게 변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소모품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랑은 선택사항이 아니며, 없어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생물학적 필수 요건이다. - P17

나와 존은, 다시 말해 ‘사랑 박사‘와 ‘외로움 박사‘인 우리 두 사람은 우리가 설교하는 것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었다. 우리 둘의 연구는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 서 있기는 하지만 결국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를 강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혼자서 삶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 P114

인간의 정체성이란 그 사람이 하는 일로만 결정될 수 없으며 생존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 늦기 전에 깨달았다. - P196

사랑이 신체의 건강에 발휘하는 진정한 힘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게 예방한다는 데 있다. 사랑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만성적인 외로움으로 인해 마음이 황폐해지는 것으로부터 지켜주는 일이다. - P201

"사랑은 우연히 찾아오지 않았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겠다고 선택한 것이었다." - P228

삶을 롤러코스터라고 한다면, 자신이 놀이기구에 이미 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과 삶의 오르내림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가장 고통받을 것이다. - P266

존이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 내가 듣고 싶어 하지 않았던 부분은, 사랑의 회로를 다시 활성화하려면 짝을 잃은데서 오는 슬픔과 고통을 직면할 강인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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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인간관계 - 부자가 만나는 사람, 만나지 않는 사람
스가와라 게이 지음,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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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인간관계가 사실 특별한지 모르겠다. 사실 성공한 사람을 보면, 성공한 사람은 역시 달라, 이렇게 생각하지 않나? 부자도 성공한 사람도 배울만한 삶의 자세는 분명히 있으니 내가 어떤지 한번 돌아볼고, 나는 잘 살고 있는건지 생각해보았다.  


일상의 태도 - 늘 기분좋게 대답한다. 유머감각이 있다. 
소통의 자세 - 민첩하게 행동한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준다.
진심의 표현 - 예절이 몸에 배어있다. 필요할 때 다시 감사를 표한다.
언어의 기술 - 미소 짓게 하는 화제를 끌어낸다. 자연스러운 칭찬을 한다.


이 중 진심의 표현에서 '필요할 때 다시 감사를 표한다.' 이 부분이 와 닿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충분히 고마움을 표현했는지, 감사 인사를 너무 의례적으로 하지는 않았는지, 진심을 표현한다는 것을 평소에 생각해보았는지.


최근에 알게 된 대표님이 있다. 한국에 오신지 4년, 해외에서 태어나 해외 생활이 더 익숙한 분이었다. 업무 미팅을 처음 했을 때부터 표현이 남달랐다. 정말로 좋다고 표현하는데, 그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지는 그런 분이었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가, 어떻게 저런 생생한 표정과 마음이 이렇게 느껴지는걸까.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이후에 점심을 함께 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프랑스에서 쿠킹을 많이 배웠다면서 직접 집에서 만든 버터쿠키를 가져오셨다. 추석선물은 받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어서 자신이 만든 버터쿠키로 대신하고 싶다고 하셨다. 정말 순박하게 어떠한 포장도 되어있지 않고, 그냥 비닐 봉지에 핸드메이드 버터쿠키가 담겨있었다. 그런데 사실 그 분의 마음이, 정말 버터향 진하게 담긴 쿠키에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그 나이대에 남자분이 설탕은 조금 넣고 버터는 자신의 취향대로 더 많이 넣어서 안 달고 맛있다며, 꼭 커피와 함께 먹어야 한다고 말하시는데 그 표정이 정말 진심이었다. 아, 이런 진심의 표현, 내가 첫 미팅에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그 경험. 몸에 배어있기 때문 아닐까. 아마 누구라도 이 분을 만나면 기분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유럽, 중동 등 정말 많은 나라에서 해외생활을 하셨다는데, 만국 공통으로 사람들은 그의 진심을 느꼈을거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진심은 통하니까.


대표님을 같이 만난 다른 사람들은 참, 특이하고 인상깊다고 말했다. 사실 특이한 것보다는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해보면 알게 된다. 그 사람이 말하는 태도에서 삶의 자세가 나오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그 대표님이 생각났다. 위에서 열거한 일상의 태도, 소통의 자세, 진심의 표현, 언어의 기술이 모두 해당되는 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눈으로 머리로는 끄덕끄덕하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어려운 기본기. 나는 기본기를 갖추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걸까, 바쁘게 꾸역꾸역 살아가는 일상 속에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나. 


요가에서도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한 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동작은 엉망이 되어 있다. 그런데 또 한마디 한마디를 주의깊게 듣고 따라하다보면, 중심이 흔들리며 머릿속이 바빠진다. 인생도 그런건가. 


어쨌든 진심의 표현, 이 한가지라도 나는 잘 해보고 싶다. 형식적으로, 의례적으로 나오는 '감사합니다' 인사 말고, 타이밍에 맞게 상대방에게 진심이 느껴지는 표정과 언어를 모두 전달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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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편하게 말해요 - 마음을 다해 듣고 할 말은 놓치지 않는 이금희의 말하기 수업
이금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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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18년간 <아침마당>을 진행하셨던 이금희 아나운서님, 책으로 처음 만났다. 말하기 비법서가 아닐까 하면서 책을 열었는데, 오히려 듣기에 대한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다. 


1장의 <잘 듣는 것만으로도>에 실린 27분 30초 이야기.
22년 6개월 모교 강단에 섰는데, 7년째 되던 해부터 학생들과 일대일 면담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티타임이라는 이름으로 30분의 시간을 갖고 대화를 하는 것. 이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한 후배가 티타임때 선배와 나눈 대화를 녹음했다는 고백을 하면서, 30분 중에 27분 30초를 자기 혼자 이야기했다고, 이금희 선배님은 그랬구나, 그래, 힘들었겠네, 장하다 이런 말씀만 했다는 이야기였다.

 
말하기를 잘 한다는 것은, 그에 앞서 듣기를 잘한다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자신의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비법을 알고 싶어 하지만, 의외로 잘 듣기 위한 고민은 하지 않는게 아닐까. 


그녀의 이야기가 차분히 담겨있어서, 이 책은 전반적으로 힐링이었다. 어떠한 비법서보다도 더 따뜻한 인간적인 감성이 스며들어있었기에, 이런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을 반성했다. 나는 편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아닐까하고. 그리고 오늘도 배워간다. 이금희님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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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파워 - 경제적 독립을 위한 보도 섀퍼의 멘탈 코칭
보도 섀퍼 지음, 박성원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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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입사하고 친한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추천받았던 책이 보도섀퍼의 <돈>이다. 책장에 꽂혀있지만, 그 이후로 잊고있었다. 그러다 보도섀퍼의 신간, <머니 파워>를 만나서 다시 생각났다. 



이 책은 <여성과 돈>에 대해 연구하고 만든 책이다. 아마도 여성이 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실제 통계도 그러했다. 믿고싶지 않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팩트였다. 그래서 읽으면서 불편했는지도 모르겠다. 경제적 약자, 여성을 위한 책이라는 주제가, 그리고 그의 조언이. 읽는 내내 '여자만 그런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을 바라보는 관점, 돈을 지키는 방법 등은 사실 어느 책이나 마찬가지다. 보도 섀퍼만의 특별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요즘 관심갖고 있는 부분, 우리 아이에게 경제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할까, 이 부분은 나름 유용했다. 



-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어야 하는가? 

보도 섀퍼는 4가지 이유를 말한다. 돈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가정의 소득에 관여시키고, 정해진 용돈을 사용하면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많지 않은 돈을 실제로 소비하는 과정을 통해 작은 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그 실수에서 배울 수 있다고. 


- 몇 살부터 용돈을 주는 것이 의미 있을까? 

연령별 발달 단계에 따라 용돈을 언제부터 주는게 좋을지, 얼마가 적절한지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는 만 5-6세는 의미없고, 만 7세부터 아이가 용돈을 주는 것이 의미있다고 한다.  만 8세는 아이가 돈을 좋아하도록 가르치고. 만 9세부터 저축을 알려주라고 한다. 


만 10-11세부터는 일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한다. 집안일을 돕거나, 집밖에서 심부름을 해서 용돈 외에 돈 버는 걸 통해, 노동의 가치와 함께 돈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도록. 


만 12-14세는 자기 책임을 가르치라고 한다.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라서, 나만 빼고 친구들이 다 갖고 있다며 부모에게 죄책감을 묻는 아이들에게 '우려먹을 수 있는' 부모가 항상 곁에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소득원을 개척하도록 하거나 본격적으로 저축에 관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한다고. 지나가는 말로 자녀들에게 돈 관리 방법과 부에 관해 설명할 수 없으니, 시간을 내서 대화를 나누고, 부모가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 15-19세는 덜 주는게 더 주는 것이라 한다. 그들이 독립할 수 있도록 준비할 시간. 한달에 50유로(약 7만원)가 용돈으로 충분하다고, 집안일을 돈으로 보상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의 조언을 듣다보면, 적정 용돈 수준이 특히나 말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나이에 학교와 일을 병행하면서가 아닌, 학업을 수행하는 나이에는 전적으로 부모가 모든 것을 지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독립해야하는 외국의 상황과는 다르기 때문에 우리보다 더 독립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자녀를 위해 저축하더라도, 자녀의 이름이 아니라 부모 자신의 이름으로 모아두라고 한다. 부모-자녀간이라 하더라도 좀 더 철저하게 선을 긋는 보도 섀퍼의 방식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서구의 다른 교육방식은 다 따라하면서도, 자녀를 위한 재정교육은 그렇게 따라하지 못하는게, 여전히 우리 부모세대처럼 자식에게 다 퍼주겠다는 마인드는 위험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물론 퍼주고 싶어도 없는게 문제다.) 



특히 돈과 관련해서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라는 점, 돈을 상과벌로서 활용하지 말라는 점 등 사소한 팁들도 담겨있다. 집안일을 도와줄 때 수고비를 무조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정한 일에 대해 건당 계산하라는 구체적인 팁까지. 



지난주 금융 이해력이 생존지식이라는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부모의 지식과 의지에 따라 자녀가 부를 획득할 확률이 달라진다면, 나는 그에게 줄 수 있는 '부'는 없어도 '지식과 의지'는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유용했다. 



전반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여성을 위한 조언은 나를 좀 불편하게 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경제 교육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할까 하는 나의 고민에는 유용한 책이었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 돈들을 자녀의 이름이 아니라 당신의 이름으로 모아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천사 같은 아기 피터‘가 ‘버르장머리 없는 피터 녀석‘으로 변해 버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276

무엇보다도 돈을 사랑과 연계시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말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엄마는 널 무척 사랑해. 그래서 너한테 용돈을 더 많이 주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돈으로 사랑과 우정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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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말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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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너무 유명하신 분, 나는 이 분의 책을 처음 읽는다. 그런데 이 분 역시 글 쓰기 전에 늘 네이버 국어사전 창을 띄운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들인 습관이라고 하니, 그 시간동안 이 분이 얼마나 많은 글쓰기와 함께 단어 하나 하나를 고민해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어휘의 한계가 내세상의 한계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거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단어가 고민되더라도 국어사전을 찾아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영어사전은 수시로 찾아보면서, 국어사전은 그리도 찾지 않았던 내 자신을 반성했다. 이 분처럼 연설문을 쓰지는 않더라도, 이런 시도를 해보지 않은 내 자신을. 늘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던 것 같다. 



강원국 작가님은 말한다. 독서만으로는 어휘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데 필요한 어휘력은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의 말을 많이 듣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그 사람이 자주 쓰는 어휘를 흉내내거나, 국어사전을 수시로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한다. 맞는 말이다. 안다고 생각했던 단어를 적재적소에 쓰려면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관찰이 차이를 만든다

호기심이 왕성하면 관찰하고, 말로 표현하고, 마지막은 없던 세계를 창조하는 단계에 이른다고 한다. 소설가 김훈이 <난중일기>를 읽고 <칼의 노래>를 썼듯이. 최근 <하얼빈>까지 쓰셨는데,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독서 역시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관찰하는 활동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내가 소설보다 논픽션을 많이 읽는 이유는 대체로 궁금해서다.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나와는 다른 직업,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되고, 실용서적은 내가 궁금했던 호기심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그러다보니 대체로 소설이 밀리게 된다. (파친코와 재수사를 몇달째 미뤄두었다...) 그런데 관찰에서 끝나면 안된다. 책에서는 느낌이나 감상을 말하는 단계, 그 다음 분석적으로 관찰하는 단계까지 해야 예리한 발언을 하게 된다는데. 이건 아무래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인스타에 올리는 독서 후기도, 브런치에 쓰는 글도 다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력이 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편하게 읽기 좋은 책인데, 자칫 묵직할 수 있는 팁을 가볍게 덤으로 얹어준다. 이게 글쓰기의 묘미 아닐까.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이미 완전히 공감했기 때문에, 나는 프롤로그가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자도 여전히 글쓰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앞으로 많이 배우고 연습해야할까. 이런 삶의 자세마저 배우게 되는, 그런 책이다. 


말의 한계가 그 사람의 한계다.

누구나 말을 한다. 그러나 제 나이에 맞는 말을 배우고 연습하는 사람은 드물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말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데 의문이다. 어른이 된다고 어른답게 말하는 법을 알게 될까? 혹시 몸은 마흔 살, 쉰 살이 되었는데 말은 이삼십 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말도 자라야 한다. 어른은 어른답게 말해야 한다. - P6

어휘력은 나이테처럼 연륜을 드러낸다. 삶의 경험과 거기서 얻은 사유의 깊이가 담긴다. 한 해 한 해 늘어가는 나이에 걸맞게 어휘도 꾸준히 늘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등학교 때까지 익힌 어휘력 수준에서 평생 살다가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 - P93

말을 잘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다. 그래서 사람을, 사건을, 사물을 유심히 본다. 호기심이 발동해 관찰하고 본 것을 말한다. 아니 말하기 위해 열심히 관찰한다. - P116

흔히 하는 말로 ‘생각은 자유‘다. 그러나 그것이 말로 나오는 순간 이미 나의 것이 아니다. 말을 듣는 엿장수 마음대로다. 엿장수는 마음에 들면 더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야박하게 가위질할 수도 있다. 말은 듣는 사람이 주도권을 쥔다. 어떤 말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들었느냐가 중요하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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