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 - 박웅현의 조직 문화 담론
박웅현 지음 / 인티N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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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문연행(見聞軟行)

#시대문맥 #시대예보
박웅현님이 말하는 시대문맥은 송길영의 <시대예보>와 다르지않다. 
송길영님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으로서 어떻게 사회를 바라보고 살아갈 것인지를 설명한다면, 박웅현님은 조직의 입장에서 이 개인들을 어떻게 아울러 함께 일할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두 책 모두 개인으로 준비해야 할 일과 조직의 입장에서 포용해야할 태도에 대하여 깊게 사유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사유를 하려면 일단 내려놓아야 한다. 



#아무것도하지않는법 #사유
제니 오델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에서도 이러한 시간을 중시했다. 
 
_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다른 체제에서 다른 무언가를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체계(관심경제)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p.302,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시간을 잘게 쪼개어 살아야 하는 분초사회일수록 깊은 사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사라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연결되지 않는, 디지털 디톡스된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야 한다. 사유하기 위해서. 


#내일로건너가는법
또한 김민철 작가님의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이 떠올랐다. 
김민철님이 함께 했던 팀장님이 박웅현님이다. 
그래서 그 책에 적혀있는 놀라운 조직 문화가 이 책에도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있을 바에는 나가서 딴짓을 하라고 장려하고. 시간을 촘촘히 써서 어떻게든 제시간에 퇴근하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조직이 여기 있다니. ㅎㅎ



이 책에 담겨 있는 조직문화가 널리 인정받기를. 
누구나 일하고 싶은 곳이 많아지기를.



이제 세상은 경험보다 변화에 민첩한, 
매뉴얼대로 되지 않는 사회이다. 
해적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새로운 시대문맥에 따라야할 시기다.




10~15년 차에는 견見이 중요했고, 10년 차부터는 팀 회의할 때 문聞이 중요했어요. 그다음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연軟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실행行의 중요성은 시기마다 다른 형태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느끼고 있습니다. - P157

‘노 풋 no put‘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끊임없는 인풋이 없고, 아웃풋에 대한 강박도 내려놓은, 노 풋의 시간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내 목소리가 들립니다. "Disconnect to connect yourself."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서 다른 것들과 잠시 분리해야 한다는 말인데 멋지죠. 검색의 시대에 사유를 회복해야 합니다. - P160

창의성은 발상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라고 봅니다. 위험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가의 문제죠.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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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계절이 알려준 것들 - 영국, 작은 도시에서의 일 년
노현지 지음 / 있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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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과 여행하는 것은 다르다. 
집을 구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살림살이를 장만하고, 요리를 해먹고.
낯선 나라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이 책은 고군분투했던 일상을 보여준다. 


낯선 시스템에 발을 동동 굴러도, 결국은 사람 사는 곳이기에 어떻게든 방법이 있다는 것. 그리고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적응하고 나면 금새 익숙해진다는 것.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게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옛 기억이 났다. 
나 역시 이방인으로 집을 구해야 했고, 버스를 타고 살림살이를 하나씩 채워 나갔다 학교를 다니는 것만큼 버거웠던 날들이었다. 버스가 끊기기 전에 집에 돌아와야 했고, 무거운 책가방에 두 손 무겁게 다녔던 시절. 그렇게 나는 첫 학기를 시작했었다. 


학교 졸업 후 이사를 했고, 취업을 하고 다시 삶의 터전을 잡았던 날들. 유대인 아줌마의 집, 방 한칸을 차지하고 출퇴근 하던 시절 역시 아등바등 지냈던 기억들 뿐이다. 



다시 돌아가면, 다 잘 될거라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작가님처럼 소중한 기억과 감정을 글로 남겨보라고 하고 싶다. 어쩌면 몇 안되는 낯선 경험들이 더 없이 값진 인생 페이지를 만들어주는 것인지 모른다고.


이방인이 되고나면 원래 일상에서의 소중함을 알게된다. 다시 돌아오면 오히려 이방인으로서 그 때를 추억한다. 아이러니하다. 그래서 재미있다. 힘들고 투덜댔던 기억까지도 추억하게 되는 것. 인생이 그런게 아닐까



 


시간과 반복된 경험이 가져오는 변화는 참 신기하다. 처음에는 신기했던 것이 지겨워지기도 하고,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을 것 같던 것들이 내 것이 되기도 한다. - P99

도시는 ‘다름‘을 가지고 온 사람에 의해 새로워지고, 사람은 도시의 ‘새로움‘을 짐가방에 넣을 때마다 달라진다. 제 자리를 묵묵히 지켜 빛나는 도시와 자유로이 유랑하며 성장하는 사람. 서로 다른 이치로 생명을 이어가는 수많은 도시와 수많은 사람들 중에 다섯 번의 계절을 함께 보낸, 바스와 나의 인연이 있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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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학을 사랑한다면 - 잃어버린 감수성을 찾아 떠나는 열아홉 번의 문학 여행
이선재 지음 / 다산초당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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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을 겨우 알고 있던 나
어려서부터 책읽기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고등학교 3년 내내 열심히 다녔던 국어학원. 
내게는 수학, 과학보다 어려웠던 것이 언어 영역이었다. 
늘 화자의 의도를 맞추지 못했고, 정답을 이해할 수 없었다. 


1. 문학
이 책을 읽고나면 문학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문제와 정답으로 의식했던 문학이 아니라, 
다양한 인생을 보여주고 사유할 수 있는 문학의 순기능.
어렸을 때 열심히 읽을걸, 아니 지금이라도 말이다. 



2. 시간
지금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감정에 충실하자고, 
몰입한 시간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시간이 지나가면 공허함이 몰려오기도 한다.
결국은 이 모든 시간 역시 나의 마음에 달려있다.




3. 변화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계절이다. 
사람 역시 취향이 바뀌고, 성격이 바뀐다. 
예전만큼 안달복달하는 마음이 가라앉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다독인다. 
잠깐 쉬어가는 기간이라고, 
웅크리지말고 나 자신을 충전해보자고, 
다짐하게 된다.



책은 휘리릭 읽히지만, 
내 삶의 어느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생각난다.
인생의 굴곡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나이테처럼 그 흔적 역시 고스란히 새겨지는게 아닐까. 


저자의 따스한 말이 
힘든 시기를 감내하는 이들에게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문학은 다양한 욕망이 충돌하는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줌으로써 각자에게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알려줄 뿐,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문학이 정답지가 아닌 선택지인 이유죠. - P125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어떤 고난에 직면하든 한때 자신과 치열하게 싸워봤던 삶의 태도는 그것을 헤쳐나가고 버틸 힘이 되어줍니다. 지식은 휘발될 수 있지만 삶의 태도와 지혜는 몸과 마음에 각인되기 때문이지요. 우리 생에서 쓸모없는 시간은 없습니다. 쓸모없는 욕망이 없듯이요. - P136

‘변하지 않는 것이 정말 미덕일까?‘입니다. 우리는 자주 ‘저 사람 그새 많이 변했어.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 속에는 분명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상황과 동기에 따라 변하고, 그것은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늙어가는 것처럼 당연한 일일 수도 있고요. 반대로 스스로에게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라는 질문도 해볼 수 있겠습니다. - P221

인생을 살다 보면 나에게 더 이상 선택권이 없는 상황에 처하는 때가 종종 찾아오죠. 그럴 때는 무조건 물러서거나 뛰쳐나가는 대신 나만의 존재감과 무게감을 키우면서 견뎌보세요. 이런 시간은 ‘나에게 몰입‘하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이 경험을 건너뛴다면 다음을 위한 도약도 없습니다. - P338

양질전화는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말한 개념으로 일정한 양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질적인 비약이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중략) 우리가 이루어내는 성과는 절대 양적인 축적 없이 어느 순간 비약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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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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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특히 <인어의 소송>, <선녀를 위한 변론>은

인어공주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억울한 인어와 선녀의 입장에서, 

법정 소설로 재탄생되었다. 



작가님의 탁월한 상상력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다.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

회사에서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

그런데 그 사람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면,

우연히 알게된 나, 구할 수 있을까?



<모서리의 메리>

한순간의 불순한 마음, 

그 마음이 현실화된다면?




<알렉산드리아의 거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캐릭터에 빠진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쉽게 단정한다. 

소설과 같은 전지적 시점은 불가하다.

인간은 쉽게 유형화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로 보이고 싶은 면만 보이고, 

보이는 면으로 받아들인다. 

서로에게 편하다.



소설 속 이야기는 의외성을 보여준다. 

그 의외성에서 인간을 알게 된다. 

인간의 복잡성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계속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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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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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 또는 간병인에게 맡기는 것,
자식은 대체 어떤 감정에 휩싸이게 될까.


이 책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다.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그래서 저자가 마주한 상황을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1. 돌봄
저자가 말한 것처럼,
"아직 부모를 돌봐야 하는 상황을 겪지 않은 자녀들"이라
할 지라도, 저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를 돌보거나, 내가 돌봄의 손길이 필요하게 되거나,
이러한 일들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것 같지 않기에.

 
아픈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떤 의사를 신뢰해야 하는지,
고용한 간병인이 잘 하고 있는지,
가족은 얼마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
그동안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2. 의사
저자 역시 여러 명의 의사를 비교했다.
환자의 회복을 기대하지 않는 의사,
그는 수술을 하고도, 환자에게 너무 관심이 없었다.  


믿고 싶지 않은 일이 때론 일어나고,  
행운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생이란 그렇다.



3. 간병인
간병인을 고용하는 대신 내 시간을 보장받지만,
가족도 아닌 간병인은 어느 범위까지 나의 의무를 대신하고,
나는 얼마나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지.

때로는 집안의 물건을 훔치거나, 그릇된 일들이 일어나도,
알면서도 모르는채 눈감아야 하는지.
내 삶에 무엇이 더 중요하고, 어떠한 결정이 옳은 것인지,
모두 뒤엉킨다.




4. 죽음
엄마의 돌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사실적인 관찰에 더한 솔직한 감정 표현은
그 자리에 나를 끌어들인다.


엄마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과,
이기적인 내 시간에 대한 욕심,
형제자매와 함께하는 돌봄 속 갈등과,
간병인에게 빚진 듯한 심리적 감정.


이 모든 양가적 감정은 결국 엄마의 죽음으로 끝난다.





자녀 돌봄에는 타임라인이 있지만,
부모 돌봄의 끝은 죽음이기에,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돌봄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나이가 들고, 누군가를 돌보고,
부모의 임종을 치르는 것,  
어쩌면 당연한 이치임에도
그토록 준비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남겨둔 것 역시
오만한 인간을 위해 남겨둔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죄책감은 중요하지 않았다. 죄책감은 이기적이었다 - P59

내 삶이 좁아진 듯했다. 내 삶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듯했다. 나는 내 삶의 일부를 포기했고, 그런 생각들을 했다. 꼭 해야만 하는 의무로 여겨지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나 같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그런 생각들을. 희생. 나는 자유의 상실이라는 현실에 저항했다. - P69

의사가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당신이 돌보는 환자가 도움을 받을 수도, 해를 입을 수도 있다. - P55

환자의 매일을, 몸을, 식사를 전담할 다른 누군가를 고용하는 것은 그 환자의 성인 자녀의 양심과 무의식을 콕콕 찌른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무엇이 옿고 그른지 몰랐다. 내가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윤리적 쟁점이 제기되었다. - P82

‘도둑‘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내 머릿속에 등장하지 않았다. ‘물건을 가져가기‘는 했어도. 그런 표현은 무해하게 들린다. 프랜시스가 가져간 물건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찮은 것들이었다. 프랜시스가 그런 것들을 가져갔다면 말이다. 어머니는 살아 있었고, 프랜시스가 물건을 훔치고 있다고 해도 프랜시스를 해고 하면 어머니는 오랜 시간 함께한 간병인과 헤어지게 된다. 게다가 프랜시스는 어머니를 매우 잘 돌봤고 어머니는 프랜시스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중략) 윤리적인 쟁점이 제기되었지만, 옳고 그름이 서로 뒤엉켜 있었고 중요도를 따져야 했다. 나는 늘 프랜시스의 편을 들었다. - P218

부모의 죽음은 일반적으로 다른 죽음과는 다르다. 그 인물들이 세상을 떠나면 터무니없게도, 어리석게도 그 자녀들은 상징적인 보호막이 사라졌다고 느낀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발가벗겨진 느낌, 더 취약한 존재가 되었다고 느낀다. - P239

나는 좋은 딸 역할을 연기했지만 거기에는 내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고 대신 내 양심은 담겨 있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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