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편하게 말해요 - 마음을 다해 듣고 할 말은 놓치지 않는 이금희의 말하기 수업
이금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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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18년간 <아침마당>을 진행하셨던 이금희 아나운서님, 책으로 처음 만났다. 말하기 비법서가 아닐까 하면서 책을 열었는데, 오히려 듣기에 대한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다. 


1장의 <잘 듣는 것만으로도>에 실린 27분 30초 이야기.
22년 6개월 모교 강단에 섰는데, 7년째 되던 해부터 학생들과 일대일 면담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티타임이라는 이름으로 30분의 시간을 갖고 대화를 하는 것. 이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한 후배가 티타임때 선배와 나눈 대화를 녹음했다는 고백을 하면서, 30분 중에 27분 30초를 자기 혼자 이야기했다고, 이금희 선배님은 그랬구나, 그래, 힘들었겠네, 장하다 이런 말씀만 했다는 이야기였다.

 
말하기를 잘 한다는 것은, 그에 앞서 듣기를 잘한다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자신의 말을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비법을 알고 싶어 하지만, 의외로 잘 듣기 위한 고민은 하지 않는게 아닐까. 


그녀의 이야기가 차분히 담겨있어서, 이 책은 전반적으로 힐링이었다. 어떠한 비법서보다도 더 따뜻한 인간적인 감성이 스며들어있었기에, 이런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나 자신을 반성했다. 나는 편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아닐까하고. 그리고 오늘도 배워간다. 이금희님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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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파워 - 경제적 독립을 위한 보도 섀퍼의 멘탈 코칭
보도 섀퍼 지음, 박성원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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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입사하고 친한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추천받았던 책이 보도섀퍼의 <돈>이다. 책장에 꽂혀있지만, 그 이후로 잊고있었다. 그러다 보도섀퍼의 신간, <머니 파워>를 만나서 다시 생각났다. 



이 책은 <여성과 돈>에 대해 연구하고 만든 책이다. 아마도 여성이 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실제 통계도 그러했다. 믿고싶지 않은, 마주하고 싶지 않은 팩트였다. 그래서 읽으면서 불편했는지도 모르겠다. 경제적 약자, 여성을 위한 책이라는 주제가, 그리고 그의 조언이. 읽는 내내 '여자만 그런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을 바라보는 관점, 돈을 지키는 방법 등은 사실 어느 책이나 마찬가지다. 보도 섀퍼만의 특별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요즘 관심갖고 있는 부분, 우리 아이에게 경제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할까, 이 부분은 나름 유용했다. 



-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어야 하는가? 

보도 섀퍼는 4가지 이유를 말한다. 돈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가정의 소득에 관여시키고, 정해진 용돈을 사용하면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많지 않은 돈을 실제로 소비하는 과정을 통해 작은 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그 실수에서 배울 수 있다고. 


- 몇 살부터 용돈을 주는 것이 의미 있을까? 

연령별 발달 단계에 따라 용돈을 언제부터 주는게 좋을지, 얼마가 적절한지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는 만 5-6세는 의미없고, 만 7세부터 아이가 용돈을 주는 것이 의미있다고 한다.  만 8세는 아이가 돈을 좋아하도록 가르치고. 만 9세부터 저축을 알려주라고 한다. 


만 10-11세부터는 일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한다. 집안일을 돕거나, 집밖에서 심부름을 해서 용돈 외에 돈 버는 걸 통해, 노동의 가치와 함께 돈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도록. 


만 12-14세는 자기 책임을 가르치라고 한다.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라서, 나만 빼고 친구들이 다 갖고 있다며 부모에게 죄책감을 묻는 아이들에게 '우려먹을 수 있는' 부모가 항상 곁에 있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소득원을 개척하도록 하거나 본격적으로 저축에 관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한다고. 지나가는 말로 자녀들에게 돈 관리 방법과 부에 관해 설명할 수 없으니, 시간을 내서 대화를 나누고, 부모가 모범을 보이면 아이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 15-19세는 덜 주는게 더 주는 것이라 한다. 그들이 독립할 수 있도록 준비할 시간. 한달에 50유로(약 7만원)가 용돈으로 충분하다고, 집안일을 돈으로 보상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의 조언을 듣다보면, 적정 용돈 수준이 특히나 말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나이에 학교와 일을 병행하면서가 아닌, 학업을 수행하는 나이에는 전적으로 부모가 모든 것을 지원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독립해야하는 외국의 상황과는 다르기 때문에 우리보다 더 독립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자녀를 위해 저축하더라도, 자녀의 이름이 아니라 부모 자신의 이름으로 모아두라고 한다. 부모-자녀간이라 하더라도 좀 더 철저하게 선을 긋는 보도 섀퍼의 방식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서구의 다른 교육방식은 다 따라하면서도, 자녀를 위한 재정교육은 그렇게 따라하지 못하는게, 여전히 우리 부모세대처럼 자식에게 다 퍼주겠다는 마인드는 위험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물론 퍼주고 싶어도 없는게 문제다.) 



특히 돈과 관련해서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라는 점, 돈을 상과벌로서 활용하지 말라는 점 등 사소한 팁들도 담겨있다. 집안일을 도와줄 때 수고비를 무조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정한 일에 대해 건당 계산하라는 구체적인 팁까지. 



지난주 금융 이해력이 생존지식이라는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부모의 지식과 의지에 따라 자녀가 부를 획득할 확률이 달라진다면, 나는 그에게 줄 수 있는 '부'는 없어도 '지식과 의지'는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유용했다. 



전반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여성을 위한 조언은 나를 좀 불편하게 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경제 교육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할까 하는 나의 고민에는 유용한 책이었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 돈들을 자녀의 이름이 아니라 당신의 이름으로 모아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의 ‘천사 같은 아기 피터‘가 ‘버르장머리 없는 피터 녀석‘으로 변해 버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276

무엇보다도 돈을 사랑과 연계시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말은 절대 해서는 안된다. "엄마는 널 무척 사랑해. 그래서 너한테 용돈을 더 많이 주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돈으로 사랑과 우정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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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말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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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너무 유명하신 분, 나는 이 분의 책을 처음 읽는다. 그런데 이 분 역시 글 쓰기 전에 늘 네이버 국어사전 창을 띄운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들인 습관이라고 하니, 그 시간동안 이 분이 얼마나 많은 글쓰기와 함께 단어 하나 하나를 고민해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어휘의 한계가 내세상의 한계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거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단어가 고민되더라도 국어사전을 찾아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영어사전은 수시로 찾아보면서, 국어사전은 그리도 찾지 않았던 내 자신을 반성했다. 이 분처럼 연설문을 쓰지는 않더라도, 이런 시도를 해보지 않은 내 자신을. 늘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던 것 같다. 



강원국 작가님은 말한다. 독서만으로는 어휘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데 필요한 어휘력은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의 말을 많이 듣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그 사람이 자주 쓰는 어휘를 흉내내거나, 국어사전을 수시로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한다. 맞는 말이다. 안다고 생각했던 단어를 적재적소에 쓰려면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관찰이 차이를 만든다

호기심이 왕성하면 관찰하고, 말로 표현하고, 마지막은 없던 세계를 창조하는 단계에 이른다고 한다. 소설가 김훈이 <난중일기>를 읽고 <칼의 노래>를 썼듯이. 최근 <하얼빈>까지 쓰셨는데,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독서 역시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관찰하는 활동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내가 소설보다 논픽션을 많이 읽는 이유는 대체로 궁금해서다.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나와는 다른 직업,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되고, 실용서적은 내가 궁금했던 호기심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그러다보니 대체로 소설이 밀리게 된다. (파친코와 재수사를 몇달째 미뤄두었다...) 그런데 관찰에서 끝나면 안된다. 책에서는 느낌이나 감상을 말하는 단계, 그 다음 분석적으로 관찰하는 단계까지 해야 예리한 발언을 하게 된다는데. 이건 아무래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인스타에 올리는 독서 후기도, 브런치에 쓰는 글도 다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력이 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편하게 읽기 좋은 책인데, 자칫 묵직할 수 있는 팁을 가볍게 덤으로 얹어준다. 이게 글쓰기의 묘미 아닐까.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이미 완전히 공감했기 때문에, 나는 프롤로그가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자도 여전히 글쓰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앞으로 많이 배우고 연습해야할까. 이런 삶의 자세마저 배우게 되는, 그런 책이다. 


말의 한계가 그 사람의 한계다.

누구나 말을 한다. 그러나 제 나이에 맞는 말을 배우고 연습하는 사람은 드물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말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데 의문이다. 어른이 된다고 어른답게 말하는 법을 알게 될까? 혹시 몸은 마흔 살, 쉰 살이 되었는데 말은 이삼십 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말도 자라야 한다. 어른은 어른답게 말해야 한다. - P6

어휘력은 나이테처럼 연륜을 드러낸다. 삶의 경험과 거기서 얻은 사유의 깊이가 담긴다. 한 해 한 해 늘어가는 나이에 걸맞게 어휘도 꾸준히 늘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등학교 때까지 익힌 어휘력 수준에서 평생 살다가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 - P93

말을 잘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다. 그래서 사람을, 사건을, 사물을 유심히 본다. 호기심이 발동해 관찰하고 본 것을 말한다. 아니 말하기 위해 열심히 관찰한다. - P116

흔히 하는 말로 ‘생각은 자유‘다. 그러나 그것이 말로 나오는 순간 이미 나의 것이 아니다. 말을 듣는 엿장수 마음대로다. 엿장수는 마음에 들면 더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야박하게 가위질할 수도 있다. 말은 듣는 사람이 주도권을 쥔다. 어떤 말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들었느냐가 중요하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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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우리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 뇌를 스캔하는 신경과학의 현재와 미래
존-딜런 헤인즈.마티아스 에콜트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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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각을 읽는 기술, 브레인 리딩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브레인 리딩의 결과는 매우 제한적인 수준이다. 과도한 기대를 조장하는 미디어로 인해 우려를 하지만, 사실 그 수준까지 이르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의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소개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지기에 흥미롭게 읽었다.

브레인 리딩으로 꿈을 읽어낼 수 있다면? 인식, 상상, 꿈, 기억, 감정, 무의식 등에 접근하려면 뇌 활성패턴을 읽어야 하는데, 전제조건은 뇌 활성 패턴을 컴퓨터가 미리 학습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2017년 페이스북은 키보드 없이 뇌에서 곧바로 텍스트와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언론에서는 "페이스북이 생각을 읽으려 한다", "세계 최대 온라인 네트워크는 앞으로 생각을 곧바로 텍스트로 옮기고자 한다"며 유난을 떨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발표한 것은 브레인 리딩이 아닌, 브레인-컴퓨터 인터페이스(BCI)라는 기술을 통해 뇌 활성을 읽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인간과 기계의 밀접한 협력이 필요하다. BCI는 무작위로 읽지 않기 때문에, 명령을 문자화하려면 특정 동작을 상상해야 한다. 따라서 BCI가 정말로 일을 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특히나 뇌 신호에 직접 접근하지 않고 뇌 활성을 읽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뇌 활성 패턴을 읽어 범행 계획을 미리 알아낸다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 아직은 기초연구단계에 머물렀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 책에서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예를 들었다.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남편이, 불륜남과 함께 있는 아내를 목격하고, 아내를 죽이려 가위를 가져오고 살해 직전에 체포된다.

현실에서는 범죄가 실제로 이루어져야 처벌 가능하기 때문에, 단순히 생각을 읽은 것만으로는 처벌하기 힘들다. 만약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우리는 과연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브레인 리딩은 상당히 흥미로운 기술이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자극기를 이식하여 일상적 움직임을 개선할 수도 있고, 신경 의수족에서 큰 진보를 보여줄 수도 있다. 특히 파킨슨 병의 경우는 제품 출시를 생각할 수 있는 완성된 기술이라고 한다. 반면 일론 머스크나 레이 커즈와일이 꿈꾸는 임의의 생각을 읽는 보편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순전히 허구라고 이야기한다. 현재 기술로는 뇌 활성의 다층적 파악이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쨌든 브레인 리딩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 수준, 그리고 사람들이 꿈꾸는 아이디어, 이 모든 것들이 가진 잠재성과 위험을 생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브레인 리딩처럼 큰 관심을 끄는 주제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기대감이 과도하게 높아져서, 실험 결과가 심하게 과장될 위험 말이다. 이 책은 오늘날 실제로 무엇이 가능하고, 도전 과제와 걸림돌은 무엇이며, 더 나아가 뇌과학과 브레인 리딩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리고자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무엇이 실현 가능한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으리라.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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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유전자 -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니컬라 라이하니 지음, 김정아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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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개체의 진화, 가족간의 협력, 가족을 넘어선 타인과의 협력 등을 통해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이야기한다.

인간 외에 수많은 동물들이 협력을 하는 사례를 보면 놀랍기도 하며, 인간만이 협력하는 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 서식하는 포셀리우스 푸실루스는 개체를 위한 협력을 보여준다. 개미굴로 돌아가지 않고 밖에 남는 일개미는 보금자리로 들어갈 입구를 막고 개미굴 근처에서 죽으면 포식자들을 끌어들일 위험이 있기에, 개미굴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죽는다.

그러나 동물은 대개 가족, 군집단을 형성하며 협력하며 드물게도 낯선 이를 돕는 종도 있지만 우리처럼 큰 규모로 협력하는 종은 없다. 우리는 동물보다 더 강력한 인지 능력이 있기에 제약 너머를 내다보고 협력한다. 또한 상상력 덕분에 새로운 규칙도 만들고 갈등을 피하면서 협력의 규모를 키워왔다.

이 책에는 다양한 동물 사례외에도 인간과 관련된 이야기도 참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폐경과 관련된 사실은 흥미로웠다. 왜 여성은 죽음이 한참이나 남은 시기에 생식을 멈출까? 지구에 존재하는 종 가운데 생식을 멈춘 뒤 이렇게 오래 사는 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즉 여성의 폐경시기가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폐경이 수많은 세월 동안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벌어진 진화 대결의 산물이라는 점, 즉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고 키우면 두 사람의 아이는 모두 생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게다가 아빠쪽 할머니보다 엄마쪽 할머니가 아이의 생존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결국 친정엄마가 시어머니보다 육아를 더 열심히 했다는 점은 과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화 역시 인간의 협력을 보여주며, 특히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구성원의 역할을 잘 말해준다. 그러나 좀 더 범위를 넓혀 살펴보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낯선 이를 돕는 경우에는 협력 외에도 사회적 비교, 공정성 등 다양한 인간의 인지능력이 영향을 준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국가들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더 많은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으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협력하지 않음으로 위태로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완벽하게 협력하는 종이 아니라는 것도.

그런데 이제 앞으로는 기후위기에 맞서는 집단행동이 필요한데, 이는 우리에게 더 큰 협력을 요하는 일이다. 수많은 사람의 헌신이 필요한데, 인간의 삶에서 협력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 우리는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마지막 장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때에는 다시금 마음이 착잡해진다.


저자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는 모양이다. 협력을 선호할 동기가 없으면 우리는 협력하지 않는다. 협력이 얼마나 어려운지 코로나19 팬데믹이 보여줬으니까. 과연 우리는 잘 협력할 수 있을까. 지구상에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앞으로 더 큰 협력이 필요한 문제에 우리는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그렇게 된다면 또 하나 진화의 역사를 쓰게 될 것 같다...

서로 협력해 지구 공공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느냐가 인류가 이 행성에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를 아주 크게 좌우하지만 무임승차자 문제가 보여주듯이 이 해법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함께 게임을 펼친다면 협력하기보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쪽이 더 유리하다. 협력으로는 남보다 앞서 나갈 방법도 상대적 이점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협력하지 않으면 길게 볼 때 재앙을 부르겠지만 그 시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간의 범위를 훌쩍 넘어선다. 우리는 이 냉혹한 진화 논리에 내몰린 나머지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운명을 알면서도 멈춰 서서 휴전을 선언하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듯하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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