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유전자 -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니컬라 라이하니 지음, 김정아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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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개체의 진화, 가족간의 협력, 가족을 넘어선 타인과의 협력 등을 통해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이야기한다.

인간 외에 수많은 동물들이 협력을 하는 사례를 보면 놀랍기도 하며, 인간만이 협력하는 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 서식하는 포셀리우스 푸실루스는 개체를 위한 협력을 보여준다. 개미굴로 돌아가지 않고 밖에 남는 일개미는 보금자리로 들어갈 입구를 막고 개미굴 근처에서 죽으면 포식자들을 끌어들일 위험이 있기에, 개미굴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죽는다.

그러나 동물은 대개 가족, 군집단을 형성하며 협력하며 드물게도 낯선 이를 돕는 종도 있지만 우리처럼 큰 규모로 협력하는 종은 없다. 우리는 동물보다 더 강력한 인지 능력이 있기에 제약 너머를 내다보고 협력한다. 또한 상상력 덕분에 새로운 규칙도 만들고 갈등을 피하면서 협력의 규모를 키워왔다.

이 책에는 다양한 동물 사례외에도 인간과 관련된 이야기도 참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그 중에서도 여성의 폐경과 관련된 사실은 흥미로웠다. 왜 여성은 죽음이 한참이나 남은 시기에 생식을 멈출까? 지구에 존재하는 종 가운데 생식을 멈춘 뒤 이렇게 오래 사는 종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즉 여성의 폐경시기가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폐경이 수많은 세월 동안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벌어진 진화 대결의 산물이라는 점, 즉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고 키우면 두 사람의 아이는 모두 생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게다가 아빠쪽 할머니보다 엄마쪽 할머니가 아이의 생존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 결국 친정엄마가 시어머니보다 육아를 더 열심히 했다는 점은 과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화 역시 인간의 협력을 보여주며, 특히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구성원의 역할을 잘 말해준다. 그러나 좀 더 범위를 넓혀 살펴보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낯선 이를 돕는 경우에는 협력 외에도 사회적 비교, 공정성 등 다양한 인간의 인지능력이 영향을 준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국가들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더 많은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으로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협력하지 않음으로 위태로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완벽하게 협력하는 종이 아니라는 것도.

그런데 이제 앞으로는 기후위기에 맞서는 집단행동이 필요한데, 이는 우리에게 더 큰 협력을 요하는 일이다. 수많은 사람의 헌신이 필요한데, 인간의 삶에서 협력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 우리는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마지막 장에서 이 문제가 거론될 때에는 다시금 마음이 착잡해진다.


저자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는 모양이다. 협력을 선호할 동기가 없으면 우리는 협력하지 않는다. 협력이 얼마나 어려운지 코로나19 팬데믹이 보여줬으니까. 과연 우리는 잘 협력할 수 있을까. 지구상에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앞으로 더 큰 협력이 필요한 문제에 우리는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그렇게 된다면 또 하나 진화의 역사를 쓰게 될 것 같다...

서로 협력해 지구 공공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느냐가 인류가 이 행성에서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를 아주 크게 좌우하지만 무임승차자 문제가 보여주듯이 이 해법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함께 게임을 펼친다면 협력하기보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쪽이 더 유리하다. 협력으로는 남보다 앞서 나갈 방법도 상대적 이점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협력하지 않으면 길게 볼 때 재앙을 부르겠지만 그 시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간의 범위를 훌쩍 넘어선다. 우리는 이 냉혹한 진화 논리에 내몰린 나머지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운명을 알면서도 멈춰 서서 휴전을 선언하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듯하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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