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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말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로 너무 유명하신 분, 나는 이 분의 책을 처음 읽는다. 그런데 이 분 역시 글 쓰기 전에 늘 네이버 국어사전 창을 띄운다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들인 습관이라고 하니, 그 시간동안 이 분이 얼마나 많은 글쓰기와 함께 단어 하나 하나를 고민해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어휘의 한계가 내세상의 한계
회사에서 보고서를 쓰거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 단어가 고민되더라도 국어사전을 찾아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영어사전은 수시로 찾아보면서, 국어사전은 그리도 찾지 않았던 내 자신을 반성했다. 이 분처럼 연설문을 쓰지는 않더라도, 이런 시도를 해보지 않은 내 자신을. 늘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던 것 같다.
강원국 작가님은 말한다. 독서만으로는 어휘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 데 필요한 어휘력은 자신이 닮고 싶은 사람의 말을 많이 듣는게 더 효과적이라고. 그 사람이 자주 쓰는 어휘를 흉내내거나, 국어사전을 수시로 찾아보라는 이야기를 한다. 맞는 말이다. 안다고 생각했던 단어를 적재적소에 쓰려면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관찰이 차이를 만든다
호기심이 왕성하면 관찰하고, 말로 표현하고, 마지막은 없던 세계를 창조하는 단계에 이른다고 한다. 소설가 김훈이 <난중일기>를 읽고 <칼의 노래>를 썼듯이. 최근 <하얼빈>까지 쓰셨는데,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독서 역시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관찰하는 활동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내가 소설보다 논픽션을 많이 읽는 이유는 대체로 궁금해서다.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나와는 다른 직업,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되고, 실용서적은 내가 궁금했던 호기심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그러다보니 대체로 소설이 밀리게 된다. (파친코와 재수사를 몇달째 미뤄두었다...) 그런데 관찰에서 끝나면 안된다. 책에서는 느낌이나 감상을 말하는 단계, 그 다음 분석적으로 관찰하는 단계까지 해야 예리한 발언을 하게 된다는데. 이건 아무래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인스타에 올리는 독서 후기도, 브런치에 쓰는 글도 다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력이 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편하게 읽기 좋은 책인데, 자칫 묵직할 수 있는 팁을 가볍게 덤으로 얹어준다. 이게 글쓰기의 묘미 아닐까. 저자의 프롤로그에서 이미 완전히 공감했기 때문에, 나는 프롤로그가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자도 여전히 글쓰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앞으로 많이 배우고 연습해야할까. 이런 삶의 자세마저 배우게 되는, 그런 책이다.
말의 한계가 그 사람의 한계다.
누구나 말을 한다. 그러나 제 나이에 맞는 말을 배우고 연습하는 사람은 드물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말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런데 의문이다. 어른이 된다고 어른답게 말하는 법을 알게 될까? 혹시 몸은 마흔 살, 쉰 살이 되었는데 말은 이삼십 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말도 자라야 한다. 어른은 어른답게 말해야 한다. - P6
어휘력은 나이테처럼 연륜을 드러낸다. 삶의 경험과 거기서 얻은 사유의 깊이가 담긴다. 한 해 한 해 늘어가는 나이에 걸맞게 어휘도 꾸준히 늘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등학교 때까지 익힌 어휘력 수준에서 평생 살다가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 - P93
말을 잘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다. 그래서 사람을, 사건을, 사물을 유심히 본다. 호기심이 발동해 관찰하고 본 것을 말한다. 아니 말하기 위해 열심히 관찰한다. - P116
흔히 하는 말로 ‘생각은 자유‘다. 그러나 그것이 말로 나오는 순간 이미 나의 것이 아니다. 말을 듣는 엿장수 마음대로다. 엿장수는 마음에 들면 더 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야박하게 가위질할 수도 있다. 말은 듣는 사람이 주도권을 쥔다. 어떤 말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들었느냐가 중요하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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