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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이야기 - 빛의 개념부터 시간여행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양자역학 안내서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평점 :
가끔 과학책을 읽지만 양자역학만은 피해왔다. 너무 어려운 분야라서. 그런데 이번에 한빛비즈 리더스클럽 8기를 하면서 도서협찬으로 이렇게 정면으로 양자역학 이야기를 마주할 줄이야...
아인슈타인이 말했다고 잘못 알려진 "미친 짓이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을 말한다"라는 격언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실제 이 문장은 '마약류 의존자 회복을 위한 모임'이 1981년도에 발행한 팸플릿에 등장한다). 말은 된다. 다른 결과를 얻기 바라면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려면 얼마나 미쳐야 하는 것일까? 양자물리학자만큼은 미쳐야 한다.
미치지 않아서인가. 이 책을 읽는내내 양자역학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러나 양자물리학자들의 사생활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저자는 양자역학을 쉽게 풀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 그 중에서 과학자들끼리 어떤 친분이 있고, 누구는 누구를 싫어하고, 또 어떤 취미나 특기가 있는지 모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는데, 그런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_ 디즈니, 픽사 영화 <토이 스토리>와 그 속편은 양자역학에 관한 내용이다. 장난감 주인 앤디가 관찰할 때면 주인공 우디는 평범한 장난감처럼 굴다가 앤디가 보지 않으면 살아 움직인다. 앤디는 장난감이 살아 있는 상태를 전혀 보지 못하고, 평범한 장난감으로만 관찰한다. 놀이 시간 사이에 장난감들이 움직여서 놓인 장소가 자꾸 변한다는 사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앤디가 장난감을 신중하게 관찰한다면 매번 조금씩 다른 위치에 놓여 있음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입자도 비슷하다.우리가 입자를 보지 않으면 입자는 우리가 보고 있을 때와 상당히 다르게 행동하는 것 같다. (p.109)
입자를 설명하기 전에 <토이 스토리>를 예로 드는 이 저자의 클라쓰 뭐지 싶었다. 이렇게 가르쳐줬다면 과학을 좋아했을 지도 모른다. ㅋㅋㅋ
양자역학하면 어쨌든, 슈뢰딩거의 고양이만 이해하면 되는거 아난가, 하는 짧은 생각으로 그 부분은 집중해서 읽었다. 슈뢰딩거는 코펜하겐 해석을 비판하기 위해 1935년 11월 에세이를 실었다. 그것이 오늘날 그토록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이다.
고양이를 철창 안에 가두고 한 시간을 내버려둔다. 철창 안에는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고 그 옆에 가이거계수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방사능 방출을 감지한다. 가이거계수기에는 망치를 넘어뜨려서 청산가리가 담긴 플라스크를 깨뜨리는 사악한 장치가 연결되어 있다.
코펜하겐 해석은 고양이 생사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도 동시에 죽어있는 상태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아무튼 슈뢰딩거는 코펜하겐 해석을 비판하기 위해 이 실험을 고안했는데, 이것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_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은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 상황 모두 상상해야 한다'라고 이따금 잘못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핵심을 놓친 설명이다. 코펜하겐 해석은 말 그대로 입자가 중첩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략)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 상자를 여는 행위는 죽었거나 살아 있는 중첩 상태가 아니라, 살아 있는 고양이 혹은 엉망이 된 채 죽어서 우리에게 죄책감을 안기는 고양이 중 하나의 고유 상태를 확인하게 해줄 것이다. (p.106)
아인슈타인 역시 코펜하겐 해석을 반대했는데, 그는 코펜하겐 지지자 에이브러햄 파이스와 열띤 토론에서 달을 보고 있지 않을 때는 달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지 질문했다고 한다. 관측하지 않은 달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달은 없는 것인가? 하아. 질문도 어렵고, 답도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고.
아무튼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왜 나왔는지, 유명해졌는지는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하려고 한다. 과학 중에서도 물리학이 제일 어려웠는데, 여전히 어렵다. 아무래도 이 분야는 못 넘을 산 같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