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문장 -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정혜영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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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에 걸맞게 글은 술술 읽혔다. 초등학교 교사인 정혜영 작가는 어린이의 문장을 허투루 대하지 않았고, 애정이 듬뿍 담긴 그 마음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_ 동식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른 생명체의 삶을 돌보아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들의 안부를 들여다보고 걱정과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이 갓난아기를 대하는 엄마의 마음과 무엇이 다를까. (중략) 어리고 미숙한 존재를 돌보는 행위가 결국 돌보는 자를 성장시킨다. (p.114) 


"엄마, 물고기는 언제 결혼하는지 알아? 내 생각에는 암컷과 수컷이 얼굴을 딱 마주치면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는 거 같아. 그러면 아기가 생길거야." 

최근 어항을 들이고나서 일이다. 물고기가 언제 결혼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아이의 순진무구한 질문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의 이런 생각이 말로 또는 문장으로 표현될 때, 어른은 행복해지기도, 위로받기도 한다.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이면 더더욱. 



이 책에 담긴 어린이의 문장은, 내가 잊었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이슬아 작가의 <부지런한 사랑>과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 두 책이 떠올랐다.


_ 어린이를 만드는 건 어린이 자신이다. 그리고 '자신'안에는 즐거운 추억과 성취 뿐 아니라 상처와 흉터도 들어간다. (p. 91, <어린이라는 세계>) 


우리도 한 때는 머물렀던 마음과 생각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어린이가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볼 수 있게 해주는 책, 힐링이 되는 책이다.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 어른이 어린이의 마음을 만난다는 것은 각자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는 일이며,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오늘의 모습을 보듬는 일일지도 모른다. - P10

어른의 세계가 흔들릴 때 어린이는 자신의 세계도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어른들의 세계가 안전하다면 아이들은 다른 걱정 없이, 마음놓고 자신의 세계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어른들은 느리고 서투르다고, 제 방향을 못 찾고 헤맨다며 아이들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른을 걱정하지 않도록 먼저 단단해져야 한다. 겉껍질이 단단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 꽃눈은 언제나 그렇듯 제때에 발아하기 마련이다. - P157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던 이어령 선생의 말씀처럼, 다른 사람이 가진 똑같은 모양의 행복을 좇지 말고 자기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단단히 쌓아가길 바란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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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말 - 작고 - 외롭고 - 빛나는
박애희 지음 / 열림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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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어쩌면 아이들이 나를 키우는 것인지 모른다.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스스로를 얼마나 조이며 살았을지, 오만한 생각을 하고 살지 않았을지, 그런 나는 지금보다 행복하지 않았을 거라고 가끔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 때문에, 충분하지 않은 나만의 시간을 욕망하기도 한다. 삶이란 원래 플러스와 마이너스 조합이니까. 

이 책을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해지면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이들의 말을 다 기록했어야 하는데, 그때 우리 아이도 이런 말을 했었는데. 그래서 나의 기억세포 하나 하나 건드리는 느낌.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을까, 어쩌면 그 기억이 모두 없어져서, 우리 아이들이 그 기억을 되살려주는걸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아이들이 공들여 만든 세상에 눈치 없이 들어가 무례한 훼방을 놓지 않으려면 매너가 필요하다. 골똘히 집중해 만들어낸 그들만의 세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명심. 타인에게 원하지 않는 조언을 하는 대신 나만의 세계에 집중하는 센스. 그 점을 기억할 수 있어야 언젠가 아이 마음의 방문 앞에 ‘출입 금지, 질문 사양, 방문 사절‘이라는 팻말이 붙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세계를 사려 깊게 존중받은 경험은 언젠가 아이가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 P150

아이들은 그래서 어른보다 행복하다. 나를 기쁘게 하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들을 보고 즐기는 것을 바쁘다고 미루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자신이 찾은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누리려고 애쓴다. - P49

아이들 곁에 있으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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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이별 - 나를 지키면서 상처 준 사람과 안전하게 헤어지는 법 오렌지디 인생학교
인생학교 지음, 배경린 옮김, 알랭 드 보통 기획 / 오렌지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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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서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헤어지는 커플은 없다는 사실 말이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그저 달라서가 아니라, 둘 중 하나가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것 같은 상황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서다. (p.17) 

알랭 드 보통, 그 이름 하나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옛날 옛적 그의 책을 읽고나면, 그는 왠지 사랑에 대해 다 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별에 대해 그는 어떻게 말할까, 궁금했다.

일목요연한 책의 목차, 그가 뭐라 말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 같은 느낌. 


어렸을 때에는 누군가 만나면 공통점부터 찾았다. 그런데 사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점이 훨씬 더 많아진다. 당연하다. 그 차이를 서로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이냐, 그 태도가 사랑을 잘 지켜나가는 비결이라고.



사랑도 이별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서도 안되며,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별을 말하기 어려워 해서도 안된다. 사랑과 이별을 통해 배우는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내 삶의 가치관은 예전보다 더욱 선명해질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배우게 되는 것들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한다면, 이 책 역시 좋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설로 사랑을 말할 때 그 낭만은 사라졌지만, 이별을 문답형태로 이야기하니 더 직선적으로 대답이 꽂히는 것 같다. 인생학교 수업을 휘리릭 수강한 것 같다.  


정말로 관계를 ‘떠나는‘ 쪽은 바로 더 이상 애정을 베풀지 않는 사람이다. 달리 말해 상대와 자신이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라고 믿는 쪽이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 속에 ‘머무르는‘ 사람이다. - P75

사랑의 문제에 있어 ‘틀린‘ 것은 없으며, 온전히 ‘옳은‘ 선택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좋은 날에도, 힘든 날에도, 그저 인생의 섭리를 겪어 내는 것뿐이다. 어떤 아쉬움이나 후회도 없는 선택을 하려는 과욕을 내려놓아야 한다. - P173

다시 말해서, 공통 분모는 초기 관계의 진전을 돕는 게 전부다. 어느 순간부터는 천생연분이라 불리는 커플 사이에도 차이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관건은 차이를 다루는 태도에 달려 있다. - P19

행복한 삶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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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비추는 밤, 마음만은 보이지 않아 -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7가지 심리 처방전
도하타 가이토 지음, 이지수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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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심리사가 말해주는 마음 처방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정도로 매끄러운 설명이 주를 이뤘다.

예전보다 공동체 의식은 부족해졌고, 취약한 개인을 돕는 시스템은 사라졌다. 개개인의 경쟁은 치열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개인의 실패가 되버린다. 저자는 이를 '사회의 조각배화'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조각배 시대에 일하기와 사랑하기를 구분하고, 연결을 통해 삶을 지탱할 것을, 후련함과 답답함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후련함과 답답함'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 불평불만을 이야기하거나, 어떤 상황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말하는 이는 무언가 말하고 공감을 얻음으로써 후련하고, 듣는 이는 상황에 공감함으로써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답답함이 이동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나 역시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누군가에게 토로하는 일이 많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 답답함이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돌아올 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늘 후련한 것이 최고라고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나에게 여유가 없을 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만큼의 상황이 되지 않을 때. 관계란 쉽게 어긋나기도 한다. 마음 역시 쉽게 소모되고 충전이 필요하기에. 상대방이 기대한 내가 그렇지 못하면, 오랜기간 함께 했던 마음에 금이 가기도 한다.

나 역시 후련함만을 추구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았다. 답답함이 성장이나 성숙이 될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에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점차 이해가 되었다. 결국 내 마음이 받아들이기 나름인데, 내 마음과 감정을 배설하지 않고 이를 소화시키는 것. 쌓으면 병이 되겠지만, 소화시킨다면 이는 성장이 될 수도 있겠다고.



내 마음을 얼마나 잘 돌보는지, 살아가면서 굉장히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그런데 혼자 할 수 없다. 마음을 드러내놓고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누군가는 계속 바뀌겠지만, 나는 끊임없이 마음을 치유하고 돌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 아닐까.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주위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요구되는 것에 따라 우리는 끊임없이 비자신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에 점점 비자신이 증식합니다. 정신 차리고 보면 자신의 인생이 가짜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끔씩 그렇게 증식한 비자신을 배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 P230

후련함과 답답함은 둘 다 마음 지킴법입니다. 후련함은 상처를 마음에서 ‘내쫓는‘ 반면, 답답함은 상처를 마음에 ‘담아‘둡니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이들은 양쪽 다 틀림없이 상처를 입었을 때의 대처법입니다. - P226

그때 상대는 답답함을 배설해서 후련해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당신이 상대 대신 답답해집니다. 그렇습니다. 답답함은 이동합니다. 후련하게 배설된 답답함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장소를 옮깁니다. 그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닙니다. 답답함이 이동한다는 건 우리가 서로의 답답함을 대신 맡아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내 상태가 나쁠 때는 누군가에게 답답함을 맡겨둔다. 그리고 내 상태가 좋아지면 이번에는 누군가의 답답함을 맡는다. 이 반복이 인간관계의 본질입니다. - P232

후련함은 상처를 외부로 배설함으로써 나다움을 회복시킵니다. 답답함은 상처를 내부에서 소화함으로써 자신을 성장시킵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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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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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 권으로 핀레이 도너번 시리즈는 시작된다. 미국에서 2021년 이 책을 시작으로 이미 3권의 책이 나왔고, 앞으로 4권의 책이 더 나올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이다.



이혼한 핀레이는 2명의 아이를 키우며 삶을 버티고 있는 작가다. 빵집에서 에이전트와 살인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옆에서 누군가는 그녀를 살인청부업자로 착각하면서, 그녀에게 남편의 살인을 부탁한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설에서는 '파네라'라고 누군가를 만나는 장소로 그 명칭이 나오는데, 파네라는 실제로 클램차우더가 맛있는 프랜차이즈 빵집이다. 그래서 그 상호가 나올 때마다, 내 과거 기억이 소환되었다. 내가 그 때 거기서 빵을 픽업했지. 그래, 누군가와 거기서 만났지. 이러면서. 가게 상호명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소환해내는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그런 기억 있죠?) 



살인 미스터리에 로맨스와 가족 드라마가 뒤섞인 조합, 영상화하기에도 손색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책이 흥행만 한다면, 무리없이 다음 시리즈 번역판이 나올 것 같은데. 그래서 출판사에서도 이 책을 어떻게 마케팅하면 좋을지 고민했을 것 같다. 상품 구성은 좋은데, 어떻게 소개해야 사람들이 알아줄까, 뭐 그런 고민. (나도 왜 이 고민을 같이 하게 되는건지.)



이 책을 읽으면서 <오베라는 남자>가 생각났다. 그 소설도 엉뚱한 오베의 유머러스한 스토리가 매력이었는데, 오베 못지않은 핀레이가 이 소설에는 존재했다. 이상한 일들에 꼬여도 새로운 조력자가 나타나고, 어쩌다보니 일은 풀리고. (현실도 이러면 참 좋은데, 요즘은 조력자 만나기도 하늘의 별이다.)



그래도 우리 인생 역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언가 실타래처럼 엉켜도, 새로운 조력자가 나타나서 도와주기도 하고, 어찌할 줄 몰라 허둥대다보면 그 일은 또 지나가고. 남은 기억에는 그 당시 감정들이 무뎌진 채 약간의 흔적만 남기고, 그렇게 삶의 굴곡이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머리가 복잡할 때에는 유쾌한 소설만큼 약이 되는 것도 없다. 물론 요즘같이 영상이 더 인기있는 세상에서는 한 편의 영화를 선호할 지 모르겠지만. 끝나버리면 허무하기도 하고. 


소설은 몰입해서 읽다보면, 그 소설에 몰입한 나 자신을 발견하며 기특해하고. 왠지 모르게 내가 했던 고민이 조금 사소해지고, 금방 이렇게 잊었네, 하면서 별일 아닌 듯 한 발자국 떨어져 보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을 보는 것처럼, 책 읽는 나를 액자 속 구성으로 다시 나를 들여다보면, 한결 나아진다. 



제목은 심상치 않지만, 스릴러는 아니고 유쾌한 소설이다. 엉뚱한 캐릭터가 어쩌다 보니 일을 해결하는, 이런 스토리 구성은 흥행 성공 요소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삶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램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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