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 1 - (절판 예정)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쿠로보시 코하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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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사람은 나와 필이 통한다.
키노의 여행과 더불어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멋진 로망을 보여준다. 총, 비행기, 게다가 평화~. 키노의 여행처럼 기괴하거나 냉정한 분위기는 아니고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끔찍한 것들을 너무 평범하게 말하는 묘한 태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발랄한 모험 이야기로 되어있다.

거대한 대륙, 두개의 연방으로 나눠져 긴 시간, 전쟁을 반복하고 있는 세계.
17세의 학생 빌과 여 공군 엘리슨은 모처럼 만나 마을 변두리로 갔다가 허풍으로 유명한 노인을 만난다. 그 노인에게 두 연방의 전쟁을 종식시킬 보물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호기심을 갖게 되는 데 바로 그들 앞에서 노인은 납치 당한다. 적의 영토까지 노인을 납치한 이들을 추적해내 알아낸 보물의 정체는?

뭐 예상했던 대로.. 였지만 이것은 예상한 것을 넘어서 기대했던 정체였기때문에 오히려 기쁜 그런 느낌. 다른 것보다는 만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은 전투씬! 비행기 고공 격추!! 사격! 이런 거 너무 좋다! 물론 전쟁은 싫어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런 '싸움 기술'을 좋아하는 걸 멈출 수 없다.

쿠로보시 코하쿠의 일러스트도 여전히 마음에 들고, 왠지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은 세계관에 해피한 결말이 대리만족을 시켜준달지...

나머지 모험은 2권을 기대해 볼까나.

*추신! 쏘지 않으면 죽는 상황에서 적을 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녀석이 맘에든다. 다음에 또 그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당연한듯 총을 뽑아들면서도 '잘 모르겠다'고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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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와 완전한 세계 높새바람 6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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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읽어보면 뭔가 기시감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특히 미하일 엔데의 팬이라면 말이다. '책'을 통해 건너가는 세계, 현실의 상상과 꿈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또다른 세계가 있으며 그 세계가 피폐해지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은 정말로 이 동화의 저자가 끝없는 이야기의 골수 팬인가보다 싶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창의성이 없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어린 아이가 다른 세계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다가 결국 자기 자신도 성장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흔하고 많으며, 흔한 만큼 어떤 식으로 변주해 들어도 감동적인 부분이 있다. 게다가 이 책의 이야기는 아름답다. 불과 거울, 빛과 그림자, 숲, 바람, 색깔 등 다양한 소재로 구성된 열두 나라의 아름다운 모습은 미려한 글로 잘 표현되어있고, 제각기 겪는 고통이나 즐거움도 어린아이책이라고 무시하기에는 세세하게 잘 묘사되어있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흔히 만날 어린 소녀 아로의 조용한 성장이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물들이 입체적이다. 이런 판타지 동화의 경우 인물들의 성격이 비유적으로 고정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유하레나 다른 사람들도 모두다 선과 악, 양면성을 지니고 고뇌한다. 우선 이 완전한 세계는 불완전한 세계에서 읽는이가 오랫동안 오지 않으면 멸망하고 마는 것이다. 불완전한 제도이고, 불완전한 모습이다. 유하레와 같은 지도층으로서는 그런 불완전한 제도따위 답답하고 속상할만 하다.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겠다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 다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함에 문제가 있었고, 자신의 신념을 다른 이에게 억지로 투사한 것에 문제가 있었을 따름이다. 이 동화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모두다 한없이 부족하여 아로도, 그를 지켜주었던 두더지나 그림자나라(사실은 빛의 나라)의 왕 같은 이들도 사소한 것으로 절망하고 의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무턱대고 희망하거나 믿는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나라인 빛의 나라는 또한 가장 먼저 타락하고 마는 그림자의 나라이기도 한 것처럼, 호수나라와 인어나라의 거울과 같은 모습처럼, 이 동화는 사람의 양면성을 참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양면성과 부족함을 통해, 인간은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것도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리고 어른도 곱씹어볼 수 있는 수준으로. 나는 그점이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추신: 왜 이책을 읽으면서 엄청 친근하고 기시감이 들었는지 알만 하다. 책은 끝없는 이야기에서, 열두나라는 십이국기에서, 사본은 클레어바이블.. 슬레이어즈에서 자주 듣던 용어인 것이다.

이 동화 작가 진짜 판타지 마니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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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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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SF 에서 봤던 바벨론의 탑의 저자 테드 창의 단편집이다. SF라고 해서 항상 미래나 우주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쨌거나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든다.

표제작인 네 인생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에 많이 남았고,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지옥은 신의 부재라는 단편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한 딸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예비 엄마이자 예비 신부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네 인생의 이야기는 조금 슬프기까지 했다. 물리학의 변분법칙과 같은 이론들은 나는 잘 모르지만 어쨌거나 인과관계가 아닌 공시적 관점에서 세계를 인식하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어쨌거나 우리의 언어는 시간적인 관점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그런 한계까지 포함해서 참 그 다른 인식이라는 것을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했다. 역사를 배우는 입장에서, 혹은 보편적인 인간의 입장에서 인과관계가 아닌 걸로 세계를 파악하는 것은 조금 무섭지만, 그래도 얼마든지 해봄직한 추론이다,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특히 신학적인 면에서는... 기독교에서는 우리의 행위와 내세의 문제가 무관하다고 결론짓고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어디에 도착할지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지 아는 상태에서 움직이는 태양광선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음 어딘가 미묘하게 비슷하다. 그런 건 또 지옥은 신의 부재와도 이어진다. 우리의 행위나 윤리나 도덕이나 기준과는 전혀 상관없이 신은 움직이고 천국과 지옥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인과를 떠나서 시간을 떠나서 존재하는 어떤 것. 우리는 출발점에 있는 동시에 도달점에 있다. 우리는 언제나 어떠한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원인과 결과는 동시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니면 결과는 이미 존재하고 그러한 결과에 대한 근거로 원인들을 꿰어 맞추고 있는 것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이모저모로 재미있는 사고를 가져온다. 머리가 복잡해질 정도로.
흥미진진한 사고 실험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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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조안 해리스 지음, 김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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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졌어요. 어제 완전히 몰입해서 읽었어요. 맛깔스런 문장, 초콜렛, 케익, 커피, 헤이즐럿. 사랑과 연민, 독선과 강요, 정결과 쾌락, 행복, 기쁨, 증오, 공포, 죽음, 사육제와 부활제, 봄의 여신, 성 프란체스카, 마녀, 집시, 기타 등등.


영화는 제대로 못봤지만, 거기서 상상했던 것처럼 이야기는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 맛이 납니다. 신비하면서도 현실적이고, 따뜻하면서도 더 없이 냉혹하군요. 삶에 대한 모든 것을 아우르며 보여주는 것 같아요. 아,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숨을 몰아쉬며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정말로 매혹적인 소설이었다는 것만 말해 둘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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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현감 귀신체포기 1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이가서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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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번에 지른 책중에서 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 그리고 길가메시 서사시 빼고는 다 읽었다 허니와 클로버는 원래 읽었던 거고 키노의 여행도 7권은 회사에서 봤었으니 뭐 당연한 결과랄까. 주말에만 질러 읽는 요즘의 패턴대로 이번 주말의 지름은 부여현감 귀신체포기. 나는 솔직히 김탁환씨의 전작, 그러니까 방각본살인사건을 무진장 재미없게 본데다가, 불멸은 보고싶은 마음마저 안들정도였기 때문에 적당히 낮은 평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의외로, 이번에는 어깨에 들어간 힘이 조금 빠졌는지 유쾌하다. 이러쿵 저러쿵 여러 기담을 유쾌하게 잘 얽어놓았다고 생각한다. 여성 캐릭터랄까, 미미스님은 별루 재미없달까, 꼭 이런 소설 말미에 붙은 해설은 더 재미없달까.. 타이포 그래피를 과용했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내용만은 맘에 들었고, 주저리주저리 자만에 겨워 늘어놓다가도 문득 깨닫게 되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깜짝 놀라곤 하는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글 모양새도 맘에 들었다.
방각본 살인사건이 재미없었던 건 그 주인공이 너무 잘나신데다가 사건 자체가 맥이 빠졌기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는 추리물이 아니라 아예 백귀야행이나 전설의 고향식의 기담이라고 전제하고 들어가니까 오히려 편하다. 엉뚱하고 어찌보면 뻔한 그런 이야기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도 그러려니. 하게 되는 것이다. 이쪽 장르의 힘이랄까. 이런 이야기들을 독자가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그냥 이상한 녀석들이 한 가득 나와 난리 부르스를 추는 꼴이 좋기 때문이잖아. 그러니까 거기에 충실한 이 책은 충분히 괜찮았다고 생각해. 장르 성향에 가까운 작가다. 그런 규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뭔가 더 뛰어나달까 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장르를 즐길 줄 아는 작가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잖아. 순수하게 판타지나 SF 쪽에서 출발한 작가가 아니니까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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