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해피 SF 에서 봤던 바벨론의 탑의 저자 테드 창의 단편집이다. SF라고 해서 항상 미래나 우주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쨌거나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든다.

표제작인 네 인생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에 많이 남았고,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지옥은 신의 부재라는 단편이었다. 앞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한 딸의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예비 엄마이자 예비 신부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네 인생의 이야기는 조금 슬프기까지 했다. 물리학의 변분법칙과 같은 이론들은 나는 잘 모르지만 어쨌거나 인과관계가 아닌 공시적 관점에서 세계를 인식하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어쨌거나 우리의 언어는 시간적인 관점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그런 한계까지 포함해서 참 그 다른 인식이라는 것을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했다. 역사를 배우는 입장에서, 혹은 보편적인 인간의 입장에서 인과관계가 아닌 걸로 세계를 파악하는 것은 조금 무섭지만, 그래도 얼마든지 해봄직한 추론이다,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특히 신학적인 면에서는... 기독교에서는 우리의 행위와 내세의 문제가 무관하다고 결론짓고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어디에 도착할지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지 아는 상태에서 움직이는 태양광선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음 어딘가 미묘하게 비슷하다. 그런 건 또 지옥은 신의 부재와도 이어진다. 우리의 행위나 윤리나 도덕이나 기준과는 전혀 상관없이 신은 움직이고 천국과 지옥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인과를 떠나서 시간을 떠나서 존재하는 어떤 것. 우리는 출발점에 있는 동시에 도달점에 있다. 우리는 언제나 어떠한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원인과 결과는 동시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니면 결과는 이미 존재하고 그러한 결과에 대한 근거로 원인들을 꿰어 맞추고 있는 것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이모저모로 재미있는 사고를 가져온다. 머리가 복잡해질 정도로.
흥미진진한 사고 실험의 향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