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와 완전한 세계 높새바람 6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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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읽어보면 뭔가 기시감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특히 미하일 엔데의 팬이라면 말이다. '책'을 통해 건너가는 세계, 현실의 상상과 꿈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또다른 세계가 있으며 그 세계가 피폐해지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은 정말로 이 동화의 저자가 끝없는 이야기의 골수 팬인가보다 싶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창의성이 없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어린 아이가 다른 세계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다가 결국 자기 자신도 성장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흔하고 많으며, 흔한 만큼 어떤 식으로 변주해 들어도 감동적인 부분이 있다. 게다가 이 책의 이야기는 아름답다. 불과 거울, 빛과 그림자, 숲, 바람, 색깔 등 다양한 소재로 구성된 열두 나라의 아름다운 모습은 미려한 글로 잘 표현되어있고, 제각기 겪는 고통이나 즐거움도 어린아이책이라고 무시하기에는 세세하게 잘 묘사되어있다. 그렇기에 주변에서 흔히 만날 어린 소녀 아로의 조용한 성장이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물들이 입체적이다. 이런 판타지 동화의 경우 인물들의 성격이 비유적으로 고정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유하레나 다른 사람들도 모두다 선과 악, 양면성을 지니고 고뇌한다. 우선 이 완전한 세계는 불완전한 세계에서 읽는이가 오랫동안 오지 않으면 멸망하고 마는 것이다. 불완전한 제도이고, 불완전한 모습이다. 유하레와 같은 지도층으로서는 그런 불완전한 제도따위 답답하고 속상할만 하다.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겠다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 다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함에 문제가 있었고, 자신의 신념을 다른 이에게 억지로 투사한 것에 문제가 있었을 따름이다. 이 동화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모두다 한없이 부족하여 아로도, 그를 지켜주었던 두더지나 그림자나라(사실은 빛의 나라)의 왕 같은 이들도 사소한 것으로 절망하고 의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무턱대고 희망하거나 믿는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나라인 빛의 나라는 또한 가장 먼저 타락하고 마는 그림자의 나라이기도 한 것처럼, 호수나라와 인어나라의 거울과 같은 모습처럼, 이 동화는 사람의 양면성을 참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양면성과 부족함을 통해, 인간은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것도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그리고 어른도 곱씹어볼 수 있는 수준으로. 나는 그점이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




추신: 왜 이책을 읽으면서 엄청 친근하고 기시감이 들었는지 알만 하다. 책은 끝없는 이야기에서, 열두나라는 십이국기에서, 사본은 클레어바이블.. 슬레이어즈에서 자주 듣던 용어인 것이다.

이 동화 작가 진짜 판타지 마니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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