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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현감 귀신체포기 1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이가서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저번에 지른 책중에서 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 그리고 길가메시 서사시 빼고는 다 읽었다 허니와 클로버는 원래 읽었던 거고 키노의 여행도 7권은 회사에서 봤었으니 뭐 당연한 결과랄까. 주말에만 질러 읽는 요즘의 패턴대로 이번 주말의 지름은 부여현감 귀신체포기. 나는 솔직히 김탁환씨의 전작, 그러니까 방각본살인사건을 무진장 재미없게 본데다가, 불멸은 보고싶은 마음마저 안들정도였기 때문에 적당히 낮은 평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의외로, 이번에는 어깨에 들어간 힘이 조금 빠졌는지 유쾌하다. 이러쿵 저러쿵 여러 기담을 유쾌하게 잘 얽어놓았다고 생각한다. 여성 캐릭터랄까, 미미스님은 별루 재미없달까, 꼭 이런 소설 말미에 붙은 해설은 더 재미없달까.. 타이포 그래피를 과용했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내용만은 맘에 들었고, 주저리주저리 자만에 겨워 늘어놓다가도 문득 깨닫게 되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깜짝 놀라곤 하는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글 모양새도 맘에 들었다.
방각본 살인사건이 재미없었던 건 그 주인공이 너무 잘나신데다가 사건 자체가 맥이 빠졌기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는 추리물이 아니라 아예 백귀야행이나 전설의 고향식의 기담이라고 전제하고 들어가니까 오히려 편하다. 엉뚱하고 어찌보면 뻔한 그런 이야기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도 그러려니. 하게 되는 것이다. 이쪽 장르의 힘이랄까. 이런 이야기들을 독자가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그냥 이상한 녀석들이 한 가득 나와 난리 부르스를 추는 꼴이 좋기 때문이잖아. 그러니까 거기에 충실한 이 책은 충분히 괜찮았다고 생각해. 장르 성향에 가까운 작가다. 그런 규칙성을 좋아하는 사람이야. 뭔가 더 뛰어나달까 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장르를 즐길 줄 아는 작가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잖아. 순수하게 판타지나 SF 쪽에서 출발한 작가가 아니니까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