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버스터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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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주 아주 오래전에 읽은 듯한 기분이 든다. 아마 표지 표절문제로 여러 이야기가 있던 책인 거 같은데.. 음 뭐, 내가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고. 내가 안타까운 건 뒷권이 통 안나온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언제 나올 생각인 거야. 이 뒷권. ㅡ,ㅡ;;
원래는 완결까지 다 읽고 쓸려던 독후감인데 말이지.

주인공 이름도 잊어버렸다. orz 아무튼 반짝반짝 빛나는 소년! 소년! 소년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가장 빛을 발하는 부분이랄까, 순전히 주관적인 기준이긴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는 멋진 소년을 그릴 때 그 글이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번쩍 하고 눈부시게 한달까, 사람을 쑤욱 빨아들인달까. 평행세계의 지구, 터무니 없이 척박한 환경에서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영혼을 육체에서 떼어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실험을 감행한다. 그게 그게 프로젝트 나이트메어. 그러나 그 실험은 거대한 폭발과 구멍을 남기고 실패로 돌아간다. 아니 절반의 실패. 실험대상이었던 50명의 범죄자가 영혼만 남아 우리들의 지구, 사람들의 꿈속으로 숨어든 것이다. 그리고 폭발로 생긴 구멍은 50명의 범죄자를 쫓아 영혼 사냥꾼, '드림버스터'들이 우리들의 꿈속으로 들어가게 해주었다. 그리고 범죄자 중의 한 명인 엄마를 잡기 위해 사냥꾼일에 뛰어든 어린 소년. 건방지고 거칠지만 어쨌거나 뭐 나쁜 성격은 아닌 그냥 소년. 거친 세계, 위험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소년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각종 기묘한 사건들, 그리고 꿈속.
꿈속의 세계가 뭐랄까 참 마음에 들었다. 그 사람의 심리에 잘 맞아떨어지게끔, 꿈속의 풍경을 정밀하게 그려내서 그 풍경만으로도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농밀하게 전해진다. 있을리 없는 세계, 환상일 뿐인 그 풍경들이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꿈의 세계가 오히려 한 없이 리얼하고 드림버스터 소년이 실제로 살아가는 세계는 좀 어쩐지 게임 속 세계같은 것도 꿈속의 세계에 힘을 기울였기 때문일까. 2권에서는 거의 꿈이 아니라 평행세계 너머의 저쪽 지구 이야기가 주로 나오던데.
2권부터는 소년 주변에서 일어나는, 그 세계의 미스터리가 흡입력있게 다가온다. 정말로 먼세계의 이야기이고, 대체로 건방지고, 소년만화의 주인공스러운 꼬마의 1인칭 시점으로 그려져서 내용이 좀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지만 거기에 미스터리들이 마구 뒤얽혀 있어서 너무 궁금하다. 사라진 친구, 기억을 잃고 미쳐버린 채 어딘가의 정신병원에 환자로 들어간 신입, 스파이, 주인공의 엄마까지.. 아무튼 뭔가 수수께끼가 많아서  뒷권이 너무너무 보고 싶었는데... 아무튼 그건 그거고, 어쨌거나 소년! 아무튼 닥치고 소년! 훈훈한 소년! 너무 좋다. >_</
3, 4권이 안 나오면 원서로라도 찾아볼테다. 생각난 김에 말이지.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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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 - 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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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가 뒤죽박죽이 되겠지만 아무튼 밀린 리뷰들을 대충이라도 쓰려고 한다. 레벨 7는 상 하권을 본 간격이 너무 커서 좀 몰입이 어려웠던 것도 있겠지만 미야베 미유키치곤 평작이라는 느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이유와 모방범인가 보다. 신교지와 미사오의 이야기가 좀더 섬세하게 묘사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미야베 미유키가 그리는 선한 사람들을 참 좋아했는데. 어려운 일을 겪고, 삶이 송두리채 흔들릴법한 일을 겪고도 그 마음의 빛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뭐 여기서도 그런 사람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뭐랄까 이번에는 그냥 소재가 너무 강렬해서 그런 사람들의 빛깔이 묻힌 느낌이었다.
영화나 만화로 만들어지면 적당할 듯한 간결한 스토리였달까. 스펙타클도 있고 여러사람들의 일이 하나로 매끄럽게 엮어지는 것도 그렇고 선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미야베 미유키다운 솜씨지만, 내가 미야베 미유키에게서 원하는 글, 그러니까 이유나 모방범이나 누군가나 이름 없는 독처럼 밀도 높게 평범한 사람들의 선함, 희망, 회복,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있는 '독'을 그려내지는 못했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그래도 오랜만이라 즐거웠다. 정말로. 유카리가 귀여운 것도 좋았다. 그런 아이가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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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야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1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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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보았을 때는 그다지 심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탓인지 그다지 감흥이 일지 않았었다. 뭔가 트릭이 있었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생각없이 죽죽 읽어내려갔달까. 그래서 이번 책을 신청했을 때는 이 사람에 대해서 좀 제대로 알아보자! 뭐 이런 마음이었더랬다. 토요일날에는 시험과 행사보조를 한꺼번에 견뎌내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책 표지를 쓰다듬기만 하다가 잠들어 버려서, 일요일에는 기필코 볕 잘드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된장녀스럽게 책이나 읽어주겠노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꿈나라 여행을 다녀왔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일단 거의 일년간 다듬지 못한 폐인 같은 머리도 싹둑 잘라주고, 머리 볶느라 심심한 시간부터 가방을 꺼내달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파마약 냄새를 폴폴 풍겨가며~. 두눈 부릅뜨고 읽어주겠노라 다짐한 때문인지 이번에는 그럭저럭 순조롭게 읽어내려갔다.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머리를 다 하고 나온 뒤에서 길거리에서 읽으며 카페로 가서 카페에서 죽 읽어내려갔다.(위험한 짓이니 따라하지 말 것.)
연작이지만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는 다른, 같은 주인공으로 각각 다른 단편을 진행해가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맨 뒤에 터져나온 사건이 이해가 안 되어서 맨 앞부터 다시 뒤질 필요는 없었다. 추리 소설은 좋아하지만 머리는 나쁜 나에겐 정말로 다행인 이야기. 한편 한편은 말그대로 트러블 메이커인 히무라에 어울리는, 트러블 투성이. 김전일이나 코난에 맞먹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이 죽죽 죽어나가거나 죽여나가거나 하는 죽음의 소용돌이랄까. 그러나 그러한 죽음들에는 사실 죽음 자체보다 더 무서운 무언가가 있다. 아주 손쉽게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세계라는 것, 사소한 악의, 사소한 원망이 쌓여 평범한 누군가도 다른 평범한 누군가를 죽여버리는 세계.
미야베 미유키가 그리는 악의는 그녀가 그리는 희망만큼이나 구체적이면서도 뭐랄까 인간적이지 않아서 무섭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와카타케 나나미의 경우에는 살해 동기나 심리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사람들의 괴로움이나 악의나, 증오가 어디에서 어떻게 비롯된 건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아서 섬뜩한 이야기임에도 상당히 가볍달까 그런 느낌이 들긴 한다. 현대 사회의 말그대로 '천박함'이 오히려 잘 드러났다고 할 수도 있을까. 정말로 천박(얕고 옅다는 뜻에서)한 이유로 악의를 사방에 뿌려대는 사람들. 깊은 고민 없이, 배려없이, 성찰없이 쉽게 마음에 미움을 쌓아버리는 사람들. 정신병자 같은 느낌이 든다. 그다지 무거운 이야기만은 아닌데도 읽고 나면 찝찝하고 가슴이 묵직해진달까. 햇볕 따스한 카페에서 읽다가도 등에 찬물을 끼얹은 느낌을 느끼게 된달까.
트릭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잘 판단 못하는 편인데, 참 깔끔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말도 안 되는 복잡한 트릭을 사용해서 사람을 죽이고 그런 일은 없다.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고, 또 벌일 수 있는 속임수로 살인은 벌어진다. 범인은 쉽게 밝혀지지만 범인이 밝혀져서 사건은 더 찝찝해지기도 한다. 특히 마지막 편을 보면... 좌절하고 만다. 이건 소설이니까 그런 거라고 하고 싶어도 실제로 주변에서 가까운 누군가때문에 곤경에 빠진 케이스가 많아서 읽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희망도 없다. 뭔가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는 그렇게 되지 않겠노라고, 세상의 그런 악의에 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쉬운 점 두가지.
첫번째는 '프레젠트'에서 살인범이 살인을 어떻게 저질렀는지, 왜 죽였는지가 한 마디도 안 나왔다는 것. 뭐야, 왜야. 그냥 갑자기 미워졌어??  밉다거나 어떻다거나 하는 말조차 안 나왔기 때문에 정말로 모르겠다. 내용이 뭔가 빠졌다는 느낌이었다. 다른 부분은 다 괜찮았는데 말이지.
두번째는 표지. 아무리봐도 적응 안되는 표지다. 너무 귀엽달까 가볍달까. 으음... 싸보인달까... 일러스트들의 구성이나 글씨체나 전반적으로 아무튼 언밸런스하다. 개인 취향이지만 친구들 모두 연애소설인 줄 알았다는 것도 좀... 아 뭐 '벚꽃지는 날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보다는 덜 연애소설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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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데트의 모험 4
권교정 지음 / 씨엔씨레볼루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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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 권 한 권이 피가 마르는 느낌이다. 모험이라든가 싸움보다는 죽음, 혹 재앙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슴에 확 꼿힌다. 너무나 쉽게 스러져버리는 목숨에 흔들리는 데트의 모습 또한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시나에 대해 '그냥 그정도의 사이였던 거지.'라고 너무나 쉽게 말해버리는 모습은 또 얄밉다 못해 가슴 한 구석을 서늘하게 한다. 포어, 그런 녀석 좋아하지마. orz
그리고 이번에 새로 동행하게된 마법사... '미래'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 곧이어 라미아에게 끌려가버린 사람.. 죽, 죽는 건 아니겠지? 큰 부상을 입어서 도로 돌아간다거나 그런 거길 간절히 빌어보련다. ㅠ,ㅠ 뭐랄까 역시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서늘해져버리는 라자루스, 스킵이 위대한 마법사로 추앙받는 걸 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기억을 붙들고 있기 자체가 힘겨울 만큼 오랜시간을 홀로 버텨내며 자신이 만들어낸 어둠을 자신이 물리칠 미래를 기억하며, 미래를 이루기 위해 몸을 움직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슬프고 공허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정해져있는 결말이라 하더라도, 정해진 수순을 따라가는 것이라 하더라도 라자루스와 헤다가 사랑했던 감정은 거짓이 아니다. 데트의 오센에 대한 마음, 그들이 앞으로 경험할 그 많은 감정들과 추억들도 거짓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죽음이 우리 삶 앞에 예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삶이 거짓이 되지는 않는 것처럼.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가면서 나는 예정된 결말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은 이제 이름조차 잊혀진 '거인'들이 예정된 미래, 예정된 결말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예정된 것이라 할 지라도 그 현실이 거짓이라거나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오히려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순간의 진실을 믿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데 또 그렇게만은 볼 수 없는 게, 어떻게 하든 그러한 미래로 이어질 것을 알 텐데도 라자루스는 그러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또 집착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행동이 미래에 어떻게 이어져 그러한 결말로 이끌 것인가를 라자루스는 순간순간 고민하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그들은 언제나 그랬다. 80여년 전에도 그들은 미래가 종말이라면 종말로 향하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인종이라는 취급을 받곤 했다. 라자루스의 행동은 정말로 그런 뜻인 걸까? 그가 적극적으로 정해진 미래를 만들어 가려는 이유는 뭘까? 헤다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운명의 장난에는 괴로워했지만 어쨌꺼나 그래도 온전히, 그 정해진 미래와, 정해진 현실을 자신의 것으로 생생한 지금으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집착하는 듯한' 것은 왜일까. 킹쿄님께서 밝혀주시길 바랄 뿐.
그리고 마법사의 조건인 '공정함',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야! 마법이 공정했냐니, 그건 또 무슨 소리고. 공정하다는 건 객관적이라는 건가? 자신의 기분대로 마법을 부여하지는 않는다는 건가? 미래를 보고 그 미래에 맞는 행동을 하는, 마법의 원래 주인이라는 개더린들처럼? 마법이 점차 약해진 것은 '공정함'을 잃었기 때문일까? 아 이것도 언젠가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orz
궁금함이 한층 늘어난 4권. 5권을 기대하겠습니다. 연중하지 마시고 절판되지 마시고 아프지 마시고 와우 너무 오래하지 마세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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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노는 아이들 - 상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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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간 코너에 있길래 냉큼. 전작(이라고 해도 될까나..)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를 무척 감명깊게 보았기 때문에 기대를 잔뜩 하고 빌렸다. 몸은 덜덜,눈도 어질어질, 머리는 지끈지끈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어가다 보니 두통이 더 심해졌다.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노의 허영, 그것에 휘둘리면서도 어쩔 줄 모르는 츠키코, 어디론가 가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교지, 그리고 아사기... 아사기. 아사기. 몰라. 한마디 한마디가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말 못하겠어. 그냥 이미 아이들이라고 하기엔 나이를 먹어버린 대학 졸업반, 혹은 대학원 졸업반의 청년들이 극단적으로 방황하고 부딪히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이야기처럼 보였다.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에서도 그랬는데 여기서도 내가 요새 생각하고 있던 것과 너무도 흡사한 인생관을 가진 인간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게 누구인지는 말 안 할래. ㅡ,ㅜ 내가 생각해도 너무 우울해서 그다지 말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나와 그가 다른 건, 그는 정말로 거칠 것이 없고(물론 최소한의 인연은 남겨두었지만), 나는 아직 내 뒤에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 그는 그렇기에 내키는 대로 하지만(좋은 뜻으로든 나쁜 뜻으로든),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고, 웅크러들고 만다는 것.

이 사람의 소설을 읽다보면 내 자신이 참 싫어진다. 가슴을 후벼파는 이야기, 평범한, 아니 평범하다기엔 무척 착한 사람들의 안에 숨어 있는 어둠들을 날카롭게 도려내어 눈 앞에 내던진다. 이들에게조차 이런 어둠이 있어. 너는 어떻지? 마치 내게 그렇게 묻는 것만 같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가 교직을 준비하는 입장이고, 또 주변에 출산한 사람도 몇 명, 아이 유치원 보낸다는 사람도 있고... 그러다 보니 이 책에 나오는 아동 학대의 문제가 좀더 가깝게 느껴졌다. 전에 로앤오더 성범죄전담반에서였던가? 부모의 냉담함이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실험 비디오가 나온 걸 보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 때 그 비디오에서는 아기가 막 울어도 눈 앞의 엄마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처음에는 더 크게 울었다. 애타게 보채고, 보채고 또 보채다가 그래도 엄마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아이는 웃기 시작한다. 방긋방긋 웃고 억지로라도 애교를 부리면서 엄마의 관심을 끌려고 온힘을 다한다. 그렇게 해도, 그렇게 하더라도 엄마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 아이는 완전히 침묵한다. 아, 여기 무감정하고 냉혹한 인간 하나가 탄생하는 것이다. 웃음을 잃고, 울음을 잃고 사람의 반응을 기대하지 않게 된 아이. 이 상처는 나중에 아무리 치료를 받고 사랑을 받더라도 고쳐지기 힘들 거라고, 드라마 속의 심리분석가는 말한다.
그럼 직접적인 학대는 어떨까. 어느날은 상냥하다가 어느날은 너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면 미친듯이 두들겨팬다면. 아이는 어떻게 변할까. 서로를 짓밟지 않고서는 자기가 있는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는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자란다면 아이는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과연 그렇게 변한 아이가 되.돌.아.올.수.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의 결말은 어찌보면 터무니 없이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이야기이다. 아니면 우리와는 문화적 풍토가 다르기에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학대로 변해버린 아이에게 그런 누군가가 생긴다는 것이, 마음이 맞닿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저 바랄 뿐이겠지. 평범하고 절친한 친구 사이도 너무나 쉽게 틀어지고 다시는 마음이 가닿는 법이 없게 되는 일도 흔하게 일어나는데, 너무나 다르고, 너무나 비뚤어져버린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줄까? 그 비뚤어진 사람이 그 손을 붙잡는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너무나 비참한 이야기이지만, 이소설에서는 그런 면에서 굳건한 믿음을 보여준다. 닿을 수 있어. 인간인 이상은, 우리가 우리인 이상은 누구도 상처입지 않는 길을 택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는 거라고.

여기까지 오니 진냥의 시비르가 떠오르네. 그러고보면 츠키코는 레지나와 닮았구나. 그럼 교수님은 크루...(퍽)
......

자 망상은 한 줄로 끝내고,

아무튼 슬픈 이야기이다. 나는 잔인한 연쇄살인까지도 어떻게든 버텨내는 사람이지만, 아이를 괴롭히는 건 잘 못참는다. 그리고 살인이라는 범죄에 대해 정당성을 만들어주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미스터리나 스릴러 같은 걸 좋아하는 것치고는 정의가 승리하는 깔끔한 결말을 참 사랑하는 편이다.(그 '정의'라는 게 참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그래서 나는 이런 이야기는 참 싫다. 아무도 승리하지 못한 결말 따위. 모두다 커다란 상처를 안고 엉망진창이 된 채로 끝나는 이야기 따위는 정말로 싫다. 예전으로는 절대로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 입밖으로 내기 꺼리는 화제가 생기고, 트라우마가 생기고, 어딘가 가슴이 싸해져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시시때때로 찾아오고 말 것이다.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사기는 이제는 정말로, 그 피값을 온전히 제 등에 짊어질 수 있을까. 고즈카들은 그런 아사기에 대한 기억을 온전히 견디어낼 수 있을까. 교지는 좀더 삶을 바라볼 수 있을까. 의문만 가득 생겨서 참 오랜만에 괴로운 글 읽기를 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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