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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탓이야 ㅣ 탐정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1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을 보았을 때는 그다지 심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탓인지 그다지 감흥이 일지 않았었다. 뭔가 트릭이 있었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생각없이 죽죽 읽어내려갔달까. 그래서 이번 책을 신청했을 때는 이 사람에 대해서 좀 제대로 알아보자! 뭐 이런 마음이었더랬다. 토요일날에는 시험과 행사보조를 한꺼번에 견뎌내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책 표지를 쓰다듬기만 하다가 잠들어 버려서, 일요일에는 기필코 볕 잘드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된장녀스럽게 책이나 읽어주겠노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꿈나라 여행을 다녀왔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일단 거의 일년간 다듬지 못한 폐인 같은 머리도 싹둑 잘라주고, 머리 볶느라 심심한 시간부터 가방을 꺼내달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파마약 냄새를 폴폴 풍겨가며~. 두눈 부릅뜨고 읽어주겠노라 다짐한 때문인지 이번에는 그럭저럭 순조롭게 읽어내려갔다.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머리를 다 하고 나온 뒤에서 길거리에서 읽으며 카페로 가서 카페에서 죽 읽어내려갔다.(위험한 짓이니 따라하지 말 것.)
연작이지만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는 다른, 같은 주인공으로 각각 다른 단편을 진행해가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맨 뒤에 터져나온 사건이 이해가 안 되어서 맨 앞부터 다시 뒤질 필요는 없었다. 추리 소설은 좋아하지만 머리는 나쁜 나에겐 정말로 다행인 이야기. 한편 한편은 말그대로 트러블 메이커인 히무라에 어울리는, 트러블 투성이. 김전일이나 코난에 맞먹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이 죽죽 죽어나가거나 죽여나가거나 하는 죽음의 소용돌이랄까. 그러나 그러한 죽음들에는 사실 죽음 자체보다 더 무서운 무언가가 있다. 아주 손쉽게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세계라는 것, 사소한 악의, 사소한 원망이 쌓여 평범한 누군가도 다른 평범한 누군가를 죽여버리는 세계.
미야베 미유키가 그리는 악의는 그녀가 그리는 희망만큼이나 구체적이면서도 뭐랄까 인간적이지 않아서 무섭고 무겁게 느껴지지만, 와카타케 나나미의 경우에는 살해 동기나 심리에 대해서는 자세하지 않다. 사람들의 괴로움이나 악의나, 증오가 어디에서 어떻게 비롯된 건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아서 섬뜩한 이야기임에도 상당히 가볍달까 그런 느낌이 들긴 한다. 현대 사회의 말그대로 '천박함'이 오히려 잘 드러났다고 할 수도 있을까. 정말로 천박(얕고 옅다는 뜻에서)한 이유로 악의를 사방에 뿌려대는 사람들. 깊은 고민 없이, 배려없이, 성찰없이 쉽게 마음에 미움을 쌓아버리는 사람들. 정신병자 같은 느낌이 든다. 그다지 무거운 이야기만은 아닌데도 읽고 나면 찝찝하고 가슴이 묵직해진달까. 햇볕 따스한 카페에서 읽다가도 등에 찬물을 끼얹은 느낌을 느끼게 된달까.
트릭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잘 판단 못하는 편인데, 참 깔끔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말도 안 되는 복잡한 트릭을 사용해서 사람을 죽이고 그런 일은 없다. 현실 속에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고, 또 벌일 수 있는 속임수로 살인은 벌어진다. 범인은 쉽게 밝혀지지만 범인이 밝혀져서 사건은 더 찝찝해지기도 한다. 특히 마지막 편을 보면... 좌절하고 만다. 이건 소설이니까 그런 거라고 하고 싶어도 실제로 주변에서 가까운 누군가때문에 곤경에 빠진 케이스가 많아서 읽고 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희망도 없다. 뭔가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는 그렇게 되지 않겠노라고, 세상의 그런 악의에 지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쉬운 점 두가지.
첫번째는 '프레젠트'에서 살인범이 살인을 어떻게 저질렀는지, 왜 죽였는지가 한 마디도 안 나왔다는 것. 뭐야, 왜야. 그냥 갑자기 미워졌어?? 밉다거나 어떻다거나 하는 말조차 안 나왔기 때문에 정말로 모르겠다. 내용이 뭔가 빠졌다는 느낌이었다. 다른 부분은 다 괜찮았는데 말이지.
두번째는 표지. 아무리봐도 적응 안되는 표지다. 너무 귀엽달까 가볍달까. 으음... 싸보인달까... 일러스트들의 구성이나 글씨체나 전반적으로 아무튼 언밸런스하다. 개인 취향이지만 친구들 모두 연애소설인 줄 알았다는 것도 좀... 아 뭐 '벚꽃지는 날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보다는 덜 연애소설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