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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데트의 모험 4
권교정 지음 / 씨엔씨레볼루션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아, 한 권 한 권이 피가 마르는 느낌이다. 모험이라든가 싸움보다는 죽음, 혹 재앙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슴에 확 꼿힌다. 너무나 쉽게 스러져버리는 목숨에 흔들리는 데트의 모습 또한 참...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시나에 대해 '그냥 그정도의 사이였던 거지.'라고 너무나 쉽게 말해버리는 모습은 또 얄밉다 못해 가슴 한 구석을 서늘하게 한다. 포어, 그런 녀석 좋아하지마. orz
그리고 이번에 새로 동행하게된 마법사... '미래'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 곧이어 라미아에게 끌려가버린 사람.. 죽, 죽는 건 아니겠지? 큰 부상을 입어서 도로 돌아간다거나 그런 거길 간절히 빌어보련다. ㅠ,ㅠ 뭐랄까 역시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서늘해져버리는 라자루스, 스킵이 위대한 마법사로 추앙받는 걸 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기억을 붙들고 있기 자체가 힘겨울 만큼 오랜시간을 홀로 버텨내며 자신이 만들어낸 어둠을 자신이 물리칠 미래를 기억하며, 미래를 이루기 위해 몸을 움직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슬프고 공허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정해져있는 결말이라 하더라도, 정해진 수순을 따라가는 것이라 하더라도 라자루스와 헤다가 사랑했던 감정은 거짓이 아니다. 데트의 오센에 대한 마음, 그들이 앞으로 경험할 그 많은 감정들과 추억들도 거짓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죽음이 우리 삶 앞에 예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삶이 거짓이 되지는 않는 것처럼.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겨가면서 나는 예정된 결말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은 이제 이름조차 잊혀진 '거인'들이 예정된 미래, 예정된 결말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예정된 것이라 할 지라도 그 현실이 거짓이라거나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오히려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순간의 진실을 믿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데 또 그렇게만은 볼 수 없는 게, 어떻게 하든 그러한 미래로 이어질 것을 알 텐데도 라자루스는 그러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또 집착하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행동이 미래에 어떻게 이어져 그러한 결말로 이끌 것인가를 라자루스는 순간순간 고민하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그들은 언제나 그랬다. 80여년 전에도 그들은 미래가 종말이라면 종말로 향하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인종이라는 취급을 받곤 했다. 라자루스의 행동은 정말로 그런 뜻인 걸까? 그가 적극적으로 정해진 미래를 만들어 가려는 이유는 뭘까? 헤다는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운명의 장난에는 괴로워했지만 어쨌꺼나 그래도 온전히, 그 정해진 미래와, 정해진 현실을 자신의 것으로 생생한 지금으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집착하는 듯한' 것은 왜일까. 킹쿄님께서 밝혀주시길 바랄 뿐.
그리고 마법사의 조건인 '공정함',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야! 마법이 공정했냐니, 그건 또 무슨 소리고. 공정하다는 건 객관적이라는 건가? 자신의 기분대로 마법을 부여하지는 않는다는 건가? 미래를 보고 그 미래에 맞는 행동을 하는, 마법의 원래 주인이라는 개더린들처럼? 마법이 점차 약해진 것은 '공정함'을 잃었기 때문일까? 아 이것도 언젠가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orz
궁금함이 한층 늘어난 4권. 5권을 기대하겠습니다. 연중하지 마시고 절판되지 마시고 아프지 마시고 와우 너무 오래하지 마세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