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퇴사준비생의 도쿄 -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ㅣ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
이동진 외 지음 / 더퀘스트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한다. 대게 관광이 목적이다. 일부는 업무 목적으로 방문한다. 혜안을 얻기 위해서다. 선진 도시를 벤치마킹하며 사업적 아이디어를 발굴한다. 그들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저자는 구상하던 사업을 구체화하고 싶어 도쿄로 떠났다. 도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5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도쿄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발견, 차별, 효율, 취향, 심미) 사례를 통해 사고 과정을 배워보고자 읽었다.
'카노야 애슬리트 레스토랑'은 조깅족을 위한 건강식을 판다. 그런데 식당에는 정장을 입은 손님들이 더 많다. 오피스 빌딩에 있기 때문이다. 표적을 좁힐수록 넓어졌다. 역설의 현장이다. 식당은 '운동'을 정체성의 한 축으로 삼았다. '체대 학생'들을 위한 식당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늦게까지 훈련한 후에 식사를 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시작이었다. 스포츠 영양학에 기반을 두고 고안한 검증된 식단으로 차별화했다. 그 후 유명한 조깅 코스를 중심으로 점포를 확장했다. 식당과 함께 조깅족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조깅 전후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탈의실이나 운동복 등을 대여했다. 전문성에 기반을 둔 대중성은 막강했다. 높은 기준의 고객을 만족시킨 저력은 대중의 신뢰로 이어졌다. 오피스 빌딩에서도 '애슬리트'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이다.
고층 빌딩의 전망은 고급 레스토랑과 바를 위한 전유물일까? 롯폰기 모리타워 49층에 공부하고, 토론하며,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카데미 힐즈'는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이라 불린다. 단순히 높은 곳에 있다고 지성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생각을 트이게 하는 필요조건이긴 해도 충분조건은 아니다. '수직 도시론'이라는 이론을 현실로 구현했다. 수직 도시론은 탈공업사회, 지식산업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공간 디자인이다. 공업사회에서는 일터와 주거가 분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식산업 사회에서는 일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여가도 중요하다. 휴식의 기능도 있지만 일을 위한 영감의 원천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수직도시론은 결국 일터, 주거지, 놀이시설, 휴식 공간의 경계를 없애서 지식산업사회에 적합한 환경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막대한 투자는 물론, 지역 주민들을 10년 이상 설득했다는 점에서 부동산 개발의 철학을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다. 그동안 고층 빌딩의 최상층부에는 고급 레스토랑이 있는 것이 당연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월간 회원 수만 삼천여 명. 기존의 방식에도 탈피해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증명했다. 결국 무엇을 할지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였다.
손님이 요리하는 튀김 가게가 있다. 2,500엔. '쿠시야 모노가타리'에선 90분 동안 꼬치 튀김과 대게를 무한정 먹을 수 있다. 손님도, 가게도 즐거울 수 있는 곳이다. 정교하게 설계한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다. 뷔페, 셀프, 튀김의 3요소를 정교하게 디자인하였다. 만약 낱개로 사 먹었다면 쿠시아게에만 거금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식당은 '튀김'이라는 핵심 프로세스를 고객에게 내주었다. 이를 통해 인건비뿐 아니라 책임에 대한 압박도 덜 수 있다. 손님은 직접 한 요리에 대해서 관대하기 때문이다.
"남에게 일을 시키려면 그 일을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하면 된다는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중 '신나는 페인트칠'의 마지막 문장이다. 동기부여에 대한 삶의 지혜를 잘 보여준 사례이다.
여행 중 행선지에 독일이 있었다. 중세의 성으로 채워진 거리에 익숙한 사무실이 보였다. 업무로 사용하는 솔루션을 만든 곳이다. 들어갈까 고민했다. 사장들의 해외출장을 모방하고 싶었다. 벤치마킹을 해서 발표를 하는 상상을 했다.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용기가 없었다. 사업적으로 풀어낼 수 없었다. 경험도, 공부도, 고민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들어갔을까? 아니다. 부족하다. 다만 책을 통해 사업적 사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이 누군가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