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것을 기록하고 있다. 입원하고서부터다. 췌장염으로 한 달 넘게 금식했다. 체중이 반 이상 빠졌다. 병상에서 음식 관련 영상을 즐겨 보았다. '먹으면 힘이 날까?' 보양식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두 시간 동안 연달아 나오는 중식을 먹는 영상을 보았다. 그중 '고법불도장'이 눈에 들었다. 노란 배경, 청룡이 그려져 있는 사기그릇에 담겨 있었다. 국물 한 숟갈만 먹어도 몸이 나아질 것 같았다. 먹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가격과 양 때문이었다. 우연히 부산롯데호텔 뷔페에서 만났다. 요리사가 큰 항아리에서 담아주었다. 배경에는 요리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수십가지 재료를 열 시간 이상 우려냈다고 소개했다. 어원처럼 절에서 채식을 하는 승려조차도 육식을 하도록 꾀어낼 수 있을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재료를 두반장에 찍어 먹어 볼 걸 그랬다. 정성은 무시할 수 없었다. 따스한 온기가 작은 토기에 남아있었다. 모처럼 대접받았다.
  남구로역 들깨삼계탕집이 방송에 나왔다. 서울 3대 삼계탕으로 소개했다. 방앗간 운영 경험을 살려 찹쌀, 들깨, 땅콩을 배합했다. 들깨죽을 먹는 듯 걸쭉했다. 고소해 보였다. 기력 풀충전각이었다. 영등포였지만 멀었다. 집 근처 숯불 구이집에서 녹두삼계탕으로 대신했다. 삼과 녹두 향이 진하게 풍겼다. 찢는 순간 촉촉 야들한 살결들이 드러났다. 배 속을 녹두와 찰밥이 가득 채웠다. 양이 많았다. 남은 것을 포장할 정도였다. 든든한 한 끼였다.
  집 근처 맛있는 식당을 찾고 싶었다. '영등포 맛집'을 검색했다. 그 중 영등포시장 근처에 있는 나주곰탕 전문점이 보였다. 친정어머니를 시작으로 60년 전통을 이어가는 집이다. 본점은 나주시청 앞에서 영업 중이다. 본점에서 13년을 운영하던 셋째 딸이 서울에 분점을 냈다. 고기는 한우만 사용했다. 함평 나비골농협에서 공수했다. 김치, 깍두기도 직접 담았다고 설명했다. 자부심이 넘치는 문구였다. 믿음이 갔다. 곰탕을 시켰다. 맑은 국물이었지만 칼칼했다. 고춧가루, 후추 때문이다. 고기가 부들부들 촉감이 좋았다. 다음에는 수육 한 접시를 먹고 싶다.
  왜 보양식을 먹고 싶었을까? 힘내고 싶었다. 보상이 필요했다. 최근 무기력했다.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리워드가 없었다. 게으르다고 비난했다. 노력이 부족하다고 다그쳤다. 몸은 축났다. 내일 점심은 보양식이다. 격려의 의미로. 지금껏 잘 해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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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08-16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마로 고생중이시네요. 건강 꼭 회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