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1927
송해.이기남 지음 / 사람의집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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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선배들

인생을 오래 살아온 분들의 책을 최근에 두 권 읽었다. 김형석 교수님의 백년의 독서, 이어령 교수님의 80년의 생각이다. 역시 두 분의 책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사회가 빨리 변한다고 해도 역시 삶의 지혜는 먼저 다양한 경험을 한 선배들에게 많이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송해 선생님에 대한 책이 나와서 바로 읽어보았다.

송해 선생님은 올해 95세이다. 나이만 보면 아주 큰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24세 때 6.25 전쟁을 겪었고, 34세 때 4.19혁명을 거치고 53세 때 군사 쿠데타를 봤다고 생각하면 정말 다른 느낌이다. 요즘엔 40대만 되어도 MZ 세대에게 꼰대로 치부되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예전에 봤던 극우단체의 태극기를 든 노인들도 허투루 보이지는 않는다.

이 책은 송해 선생님과 그 주변 인물을 인터뷰를 담은 대담집이다. 인터뷰어는 송해1927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 영화감독이다. "송해1927"은 책 제목이기도 하면서 영화 제목이기도 하며 영화는 곧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책에는 송해 선생님이 어려서부터 자라온 환경, 가족사 등 인생 전체의 모습이 서술되어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변 사무실에서 지인들과 마작을 하는 등 평범한 최근 생활까지 담겨있다. 그렇지만 6.25전쟁 시절 피난으로 홀로 내려와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연예인이기 되기까지 그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책 속 인터뷰 대상자는 송해 선생님과 둘째 딸, 손자 그리고 후배 개그맨들이다. 한 가지 인상 깊은 점은 그 누구의 말에도 과장이 없다. 진솔하다. 인터뷰어이자 이 책의 작가인 이기남 영화감독이 나타내고자 하는 표현 방식인 것 같다. 그 주변 인물의 말에도 영웅적인 미담과는 거리가 있다. 옛 것을 그리워하고 생각보다 빠른 시대의 변화를 아쉬워하는 그냥 보통 할아버지의 일상이 담겨있어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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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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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론인 김경한 님의 여행기이다. 유럽, 미국, 일본/중국 등 아시아 그리고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을 돌아보면 쓴 기록이다. 아마 주로 혼자서 간 여행일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다양한 감상을 남길 수가 있었을까?..

나도 유럽, 일본은 혼자서 배낭여행을 했었고 미국, 독일, 일본, 중국은 출장으로 여러 번 다녀왔다. 배낭여행은 20대에 했고 출장 다닌 시기는 주로 40대였다. 다녀온 출장지에서의 기억이란 전시회장, 고객사, 미팅 후 식당, 묵었던 호텔과 호텔 근처 공원이 전부이니 여러 번 다녀왔어도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아마 20대 시절 배낭여행 정도가 이 책의 저자와 같은 감상을 남길 상황이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당시 넘치는 체력만 있었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없었다. 이 책과 같이 깊이 있는 글을 쓰는 것은 그때, 아니 지금도 불가능할 것 같다.

여행에 관한 책은 여행지의 정보보다는 여행자의 지식과 식견을 읽는 재미가 있다. 특히 이 책은 더욱더 그렇다. 김경한 작가는 음악, 연극 등 예술에 식견이 넓고, 많은 독서량을 가진 분인 것 같다. 작가는 리버풀에서 비틀즈, 코츠월드에서 모리스의 책, 더블린에서 사무엘 베케트를 떠올린다. 예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찾은 건지 방문한 여행지마다 저절로 유명한 예술 작품이 생각난 건지 모를 정도이다.

독자인 나도 이 책을 보면서 더블린을 가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을 보고 싶고, 금각사를 가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금각사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나도 언제쯤이면 작가처럼 남한산성에서 인조 왕을 떠올리고, 월정사에서 법정 스님을 생각하고, 서도역에서 최명희 소설가의 혼불을 떠올리게 될까?

작가는 일본 교토에서 철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를 떠올렸고 교토 학파까지 생각을 확장했다. 나는 지금부터 20년 전, 작가처럼 철학자의 길을 혼자 걸었던 기억이 났다. 그 당시 나는 신입사원이었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여행이기도 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 나로부터 알을 깨고 나와 편안해졌는지 생각하게 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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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 - 팬데믹 한복판에서 읽는 인류 생존의 역사
스티븐 존슨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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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스티브 존슨은 나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작가의 다른 책 '미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서 AI와 집단 지성을 연결한 부분으로 AI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AI를 단순히 알파고로 대표되는 계산 기계에서 의사 결정의 최고 권위자로 전환시키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이 책 또한 작가의 상상력과 통찰력을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스티브 존슨과 빌 브라이슨

스티브 존슨은 또 다른 미국 작가 빌 브라이슨을 생각나게 한다. 세상의 모든 분야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과 상식을 뒤집는 생각은 두 사람을 연결시키는 장점이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인류가 탄생하게 된 역사를 기록했다면 이 책 ' 우리는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라는 인류가 지금까지 어떻게 생명을 유지했는지에 대한 역사이다.

위 표는 작가가 정리한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공헌한 인자들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데 내가 관심 있게 본 인자는 역시 수십억 명의 목숨을 구한 화학비료, 화장실/하수도, 백신 3가지이다.

화장실/하수도

인간의 기대 수명이 불과 100여 년 전에도 35세 전후였다니 100년 동안 세상은 엄청난 발전이 일어난 것 같다. 물론 신생아와 10세 이하의 사망 때문이고 성인이 된 사람은 60세 전후까지는 살았다고 한다. 기대 수명을 늘리는 데 가장 큰 공헌은 화장실/하수도의 공중위생의 발전이었다. 의료 기술은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기대 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축하는 항목이었다니 아이러니하다.

화학비료

화학비료는 조금 의아한 인자였는데 인간을 배고픔에서 해방시켜 준 요소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백신

백신은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인 것 같다. 병원균을 제거하는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병원균을 일부러 넣어 항원을 형성하는 방법을 어떻게 발명할 수 있었을까? 마치 블록체인 기술을 연상케한다. 지금도 코로나 백신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백신의 처방법이 처음 발명된 19세기에는 백신의 처방법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현재의 백신 기술까지 발전한 것은 놀라운 일인 것 같다.

위대한 발명이 천재 한 사람의 발명이기 어렵다는 스티브 존슨의 시각은 나도 비슷하다. 백신 제조법은 천연두를 해결한 제너의 발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이론을 거쳐 제너라는 천재를 통해 완성된 것 같다.

역사를 돌아보면 같은 시기에 비슷한 연구를 한 사람이 꼭 있다. 우연의 일치라기엔 너무 많은 경우에 그러하다. 스마트폰이 후대에는 스티브 잡스의 발명품으로 알려지겠지만 피처폰의 변화, 통신의 발전, 사람의 생활 패턴의 변화를 통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산출물인 것처럼..

그럼, 현 시기에 나올 수밖에 없는 위대한 발명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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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지금 - 전 세계가 주목하는 2022 최신 연구 트렌드
국립과천과학관 지음 / 시공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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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재 과학의 위상을 소개한 책이다. 과천과학관 연구원들이 쓴 칼럼 형식의 글을 모아서 엮은 구조로 되어있다. 과천과학관 유튜브에서 먼저 콘텐츠로 만들었고 반응이 좋아서 이번에 책으로도 나왔다.

과천과학관

개인적으로도 과천과학관은 가족 나들이 겸 5번은 다녀온 것 같다. 갈 때마다 이벤트 같은 행사를 하고 있었고 단기 전시도 매번 다르게 하고 있었다. 특히 3층의 자연사 전시관은 국내 자연사 박물관 중 최고인 것 같다. 이 책을 쓴 사람만 과천과학관장님을 비롯해 18명이다. 최신 과학 트렌드가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박사 출신의 연구원들이 이렇게 많은 분이 근무하고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과천과학관의 전시, 교육이 훌륭했던 것 같다.

현재 과학 이슈, 기후, 우주, 바이오

과학 분야로는 4가지 주제로 되어있다. 현재 세계를 흔드는 기술, 기후, 우주, 바이오가 그 주제이다. 4가지 모두 현재 크게 주목받고 있는 분야이고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주제였다.

그중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분야는 바이오였다.

놀랐던 점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치고자 전 인류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10년에서 15년 정도 걸리던 백신 개발 기간을 10개월로 단축시켰다는 점이다. 2020년은 mRNA 백신을 상용화 한 첫해이고 유전자 치료도 한 단계 도약하였다. 그래서 항상 위기는 기회인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에 앞으로 출현할 수많은 바이러스도 인류는 두렵지 않을 것 같다.

DNA, RNA를 이용한 백신, 줄기세포 연구, 뇌와 통신까지 하는 뉴럴링크까지 최신 바이오 과학 트렌드를 접할 수 있어서 유익하였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불치병이라고 여기던 수많은 질병뿐만 아니라 노화까지도 치료할 가능성이 빠르게 다가온다고 느꼈다.

그런데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문장은 과학관장님의 서문에 나온 위의 글이었다.

" 겸손이란 자신의 지식과 본능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른다 라고 말하는 걸 거리끼지 않는 것이자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기존에 가졌던 생각을 기꺼이 바꾸는 것"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에서 '모른다' 까지는 말했던 것 같은데 기존에 가졌던 생각을 기꺼이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마 그때까지의 일했던 결과물, 팀원과의 관계,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성과와 연관되는 일이 없는 만큼 많이 생각을 바꾸어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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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버블 붕괴 - 마침내 거품이 터지고 전대미문의 위기가 시작된다
사와카미 아쓰토.구사카리 다카히로 지음, 구수진 옮김, 정철진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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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인 유동성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많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집값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집값 상승이 문제가 되고 있고 비트코인도 지난주에 8천만원까지 상승했다. 주가 지수도 거의 대부분 나라에서 작년부터 30% 이상씩은 다 오른 것 같다.

(물론 홍콩은 예외다. 내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으로 ETF를 보유하고 있는 항셍지수와 HSCEI 지수는 전 세계 주가 중 가장 안 오른 지수가 아닐까? 홍콩은 작년부터 지금까지 무슨 정책을 펴고 있는지 모르겠다 )

이런 상황에서 금융 버블 붕괴를 예측하는 이 책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IMF와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어 본 사람은 금융 버블에 더욱더 민감하다. 거품이 터지고 모든 자산이 30%씩 내려가는 경험은 시간이 흘러도 사실보다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과감한 투자가 어렵고, 반대로 무모한 투자도 안 하게 된다.

버블 붕괴 예측

버블 붕괴를 예측하여 유명한 경제학자가 된 사람이 몇 명 있다. 내 기억엔 그들 모두 단 한 번의 예측만 맞았다. 2번 이상 버블 붕괴 시기를 맞춘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를 관심 있게 봤다.

이 책의 저자는 사와카미 아쓰토라는 일본의 금융 전문가이다. 사와카미 투자신탁의 대표이기도 하다. 사와카미 펀드를 운용하며 장기투자의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불과 20년 전에 버블 붕괴를 직접 겪었기 때문에 더욱 믿음이 갔다.

저자는 과거의 버블을 예시로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였다. 과거 네덜란드 튤립 버블, 태환 지폐와 국채로 인한 버블, 일본의 과거 이력까지 비교하여 현재의 버블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였다. 또한 현재의 버블은 코로나 이전에도 꾸준히 버블이 형성되고 있었으며 코로나 이후 팽창하였다고 주장한다.

버블 붕괴의 과정은 인플레이션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금융 버블은 대폭락을 맞고 세계 경제는 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내 생각도 저자의 주장대로 현재 버블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생각된다.

하지만 버블 붕괴 후 대응 방법에 대해서는 저자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 저자는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종목 군에서 눈에 띄는 매도세가 보이지 않을기 때문에 하한가 저항력이 좋은 종목을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즉 그동안 소외받았던 가치주 중심의 투자가 버블 붕괴의 대응 방안이라고 추천하였다. 저자는 인기 종목과 인덱스 ETF를 가장 위험한 종목으로 꼽았다. 가치주와 액티브 ETF가 부활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버블 붕괴 시대는 안전 자산인 금과 채권이 선호 자산이 된다. 현재와 같은 유동성 장세에 금과 채권의 수익률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식 자산인 가치주와 액티브 ETF를 추천하는 것은 굉장히 부자연스러웠다. 내 경험 상 폭락장에서는 가장 많이 떨어진 주식을 사야 반등장에서 수익이 높았다. 오히려 저자가 가장 위한한 종목으로 꼽은 인기 종목과 인덱스 ETF를 사야 수익률이 높다.

장기투자 신봉자인 저자가 운영하는 사와카미 펀드는 가치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펀드일 것 같다. 가치주와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는 저자의 직업과 연관된 주장이므로 비판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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