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영국 동화 - 곰 세 마리부터 아기 돼지 삼 형제까지 흥미진진한 영국 동화 50편 드디어 시리즈 3
조셉 제이콥스 지음, 아서 래컴 외 그림,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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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나, 간혹 어떤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 있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어린 시절 ‘디즈니 명작’ 시리즈를 읽었던 기억입니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그 어린 것이 한번 자리에 앉으면 몇시간을 꼼짝 않고 책을 읽었다고 하니, 당시의 제가 동화책을 읽으며 얼마나 행복했을 지 짐작이 갑니다. 세 남매의 아버지이자 15년 경력의 ‘동화구연자’인 저는, 똑같은 동화를 수백 번 째 읽어야 하는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 이야기에 빠져 들 때가 있습니다. 이것이 동화가 가진 매력이겠지요. 그러므로 ‘드디어 만나는 영국 동화’ 서평단 모집 글을 봤을 때 저는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국의 그림 형제’라 불리는 조셉 제이콥스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철학과 문학, 역사 등을 공부한 민속학자, 역사학자입니다. 특히 민담 연구에 주력하여, 세계 여러 지역의 민담을 수집하였는데, 영국의 경우 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영국 내 각 민족의 민담을 따로 수집했을 정도로 영국 민담에 진심인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은 그가 모았던 영국 동화 중 50편을 용기, 사랑, 욕망, 재미, 운명의 다섯 가지 키워드로 분류 편집 출간한 것입니다. 여기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유명한 아서 래컴과 존 바튼의 오리지널 컬러 삽화, 각 동화의 스토리를 요약하는 1줄 속담까지 알차게 구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잭과 콩나무’, ‘피리 부는 사나이’ 등 우리가 잘 아는 동화보다 처음 보는 생소한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또한 어린이용 편역으로 생략하고 순화한 날것의 이야기가 원문 그대로 들어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른의 시각으로 제리와 둘리의 모습을 보면 그 잔혹함과 이기심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폭력성과 잔인함, 극단적인 전개와 결말 등은 사실 어린아이의 원초적인 본능인 것이죠. 그래서 조셉 제이콥스가 ‘민담’ 모음집인 책의 제목을 ‘English Fairy Tales(영국 잉글랜드 동화)’로 지은 것 아닐까요.

수많은 세월과 각기 다른 구연자를 거치고도 원본이 유지되는 이야기는 고귀한 원석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이를 가공해 수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 없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인간이 공감하는 이야기를 아는 것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것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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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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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삶에 시작과 끝이 있는 것과 같이 만남에도 반드시 이별이 따르며, 이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은 그 어떠한 것으로도 위로될 수 없으므로 우리는 깊은 슬픔 속으로 침잠합니다. 그런데 만약 사랑하는 이를 살릴 수 있다면, 그러나 그 선택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면, 여러분은 하시겠습니까?
오늘 리뷰할 ‘시간의 계곡’은 이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계곡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있습니다. 계곡의 서쪽과 동쪽의 마을은 각각 20년 전의 과거와 20년 후의 미래가 펼쳐지는 곳입니다. 마을 간의 이동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진심으로 슬퍼할 수 있다고 인정받은 사람만이 예외적으로 과거나 미래의 마을로 ‘애도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오딜은 어머니의 강권으로 이 ‘애도 여행’ 신청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자문관을 미래의 직업으로 선택하였으나, 추천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그날 저녁 그녀는 동쪽 마을에서 온 애도여행의 방문객을 목격하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나 그들은 분명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부모님 이었습니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의미하는 바, 그녀는 큰 갈등에 휩싸입니다. 질서를 깨뜨리고 그를 죽음에서 구할 것인지, 아니면 침묵하여 그의 죽음을 안고 평생을 살아갈 것인지 말입니다.

SF 애호가로서 시간 여행을 다룬 수많은 소설을 읽어봤지만 이 소설과 같이 과거와 미래를 물리적으로 설정한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계곡을 경계로 20년의 시간을 간격으로 한 마을들이 같은 세상에 존재한다는 설정만으로도 저는 높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반면에, 이 설정을 통해 수많은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에도 ‘애인의 죽음을 막기 위한 시간여행’이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를 선택한 작가가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주인공 오딜은 가난한 집안의 소심하고 예민한 십대 소녀로 소위 ‘왕따’의 삶을 살고 있는데, 동급생 에드매가 그런 그녀를 곤경에서 구해줍니다. 이후 같은 친구 무리가 된 그녀는 그를 점차 사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짝사랑에 불과했던 그 마음은 마을의 질서를 거스를 만큼의 용기를 주지는 못했기에, 결국 그녀는 그의 예정된 죽음을 침묵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는 많은 이들의 불행한 미래를 초래하게 되었죠. 그의 부모는 자식 없는 삶을 살고, 오딜은 통과가 유력했던 자문관 심사를 포기하고 모두가 꺼려하는 계곡을 경계하는 헌병을 자원합니다. 그녀는 이를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지 못한 죄에 따른 형벌이라 여기고 고단한 세월을 수십년 간 묵묵히 버텨냅니다. 어느덧 중년이 된 그녀에게 에드매를 살릴 수도 있는 선택의 순간이 다시 찾아옵니다. 평생을 걸친 비난과 따돌림을 견디며 과거의 잘못된 선택과 그 결과를 수없이 곱씹었을 그녀에게 다시 한번 주어진 기회. 또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예정된 고단하고 비참한 노년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자신의 삶을 대가로 과거의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돌려주는 것 중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소설은 철학을 전공한 작가의 글답게 이야기 전체에 철학적 사유가 깊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또 하나의 큰 줄기인 오딜의 성장기가 ‘독일풍 철학적 교양(성장) 소설’로도 읽힐 수 있다는 점과, 오딜의 마지막 선택이 다분히 철학적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런 면이 다소 진부해 보이는 소설의 스토리를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서로간의 개입이 모든 시간대의 마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같은 공간에 존재한 마을의 모습은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대표되는 양자역학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 소설이 왜 철학적 SF 또는 철학적 스릴러로 평가받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철학과 과학 모두 우주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목적으로 하니 의외로 잘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후회를 남기며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 후회의 순간에, 오딜을 떠올려 봅니다. 그녀의 용기를, 그녀의 승리를 기억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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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에서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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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에드윈: 영국 귀족인 아버지로부터 추방당해 먼 나라로 떠나온 에드윈은 숲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는,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기이한 경험을 합니다.
2020년 미렐라: 실종된 친구 빈센트의 행방을 찾던 미렐라는 빈센트의 비주얼 아티스트인 동생 폴 스미스의 예술 공연에서 빈센트가 어린시절 촬영한 비디오를 보게 됩니다. 그 비디오에서 그녀는 숲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는 기차역처럼 보이는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2203년 올리브: 팬데믹을 다룬 인기 소설 작가인 올리브는 우주 비행선 터미널에서 바이올린 소리기 들리며 시공간이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2401년 가스페리-자크: 시간 연구소에 고용된 개스퍼리는 과거의 기이하고 유사한 특정 사건의 조사를 위해 과거로 가서 당사자들과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시간 연구소의 물리학자인 그의 누나는 그에게 이 사건들이 시뮬레이션 우주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고 알려줍니다.

엄청난 홍보가 곁들어진 책을 읽을 때는 이에 휘둘리지 않는 객관적 태도가 필요합니다. ‘독서 경험’을 기준으로 설명해 보자면, 적은 이는 이것에 경도될 것이고, 많은 이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후자 쪽이었으나, 오랜만에 들린 도서관에서 이 책을 첫 번째로 발견하였는데 ‘얼마나 대단하길래’라는 호기심에 굴복하여 결국 읽게 되었고, 호기심의 원인이 되었던 홍보에 대한 선입견을 최대한 버리고자 노력했습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포스터를 잘못 써서 망한 영화와 같은, 잘못되고 과한 홍보가 독이 되어버린 소설’이라는 것입니다. 우선 이 소설은 과학 소설(Science Fiction)이 아닙니다. 배경과 설정, 이야기의 전개 등 소설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SF 장르문학 독자에게 낯섭니다. 시간 여행의 원리와 작동 방식은 뭉뚱그리고 근미래의 배경은 거칠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은 셰익스피어 소설의 등장인물처럼 행동하고 생각합니다. 사변 소설(Speculative Fiction)에 가까운 순문학이라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사변 소설은 SF 장르문학의 거장 로버트 하인라인에 의해 과학 소설의 동의어로 처음 사용되었고, 이후에는 환타지나 호러 등과 차별되는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 소설의 우월성을 부각할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현재는 비현실적인 내용을 다루는 대부분의 장르문학을 통칭하는 중립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로 쓰이고 있습니다.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일부 작가들도 자신들이 '사변 소설'을 쓴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으며, 문학 내에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요즘의 소설들에 있어-애초에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보면-이런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SF'를 강조한 덕분에 이 소설은 엄근진한 SF 독자들의 비판을, 순문학 독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이죠.

이 소설을 '장르문학'이 아닌 것으로 보고 읽는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주제의식들, 팬데믹 하에서의 인류의 상실감, 종말을 대하는 인류의 자세, 서로 다른 시대의 인물들의 삶의 방식에서 드러나는 묘한 인간성의 동질감, 시뮬레이션 우주라는 가능성에 대한 진중한 사고 실험 등은 독자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 줍니다. 언뜻 유사해 보이는 이 주제의식이 하나로 엮이지 않고 겉도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한계라 생각하는데, 이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결말을 생략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만든 미국 드라마-이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산으로 가는 전개로 결말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한 편을 보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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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왕국 유산 시리즈 2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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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십만왕국’의 내용을 복기(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점 참고) 해봅니다. 세상을 창조한 세 주신 간의 전쟁으로 하나는 승리하고, 하나는 죽고, 하나는 인간 아라메리 가문의 노예가 되고, 아라메리 가문은 노예 신을 도구로 삼아 이천 년간 세상을 지배합니다. 아라메리 가문의 적통이었으나 변방의 왕족과 결혼한 어머니가 죽은 후 아버지 나라의 지도자가 된 예이네는 가문의 본거지인 하늘궁에 급작스럽게 소환되어 가문의 후계 자리를 놓고 어머니의 형제들과 겨루고 자신의 출생과 어머니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밝혀내려 합니다. 운명의 계승 의식 날, 그녀의 선택으로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무너진 왕국의 주인공은 십년 전 새로운 신에 의해 생겨난 거대한 세계수 안에 생겨난 도시에서 거리 예술가로 살고 있는 오리 쇼스입니다. 그녀는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마법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길에서 만난 빛나는 마법의 존재를 발견하여 ‘샤이니’라 이름 붙이고 집에 들이고, 사랑하게 됩니다. 그 존재는 사실 십년 전 신들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필멸자의 몸을 두르게 되는 형벌을 받은, 원래의 주신 이템파스였습니다. 한편, 마을에서 신들 사이의 자식인 소격신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그녀와 샤이니가 범인으로 지목 받게 되는데, 샤이니가 돌발적으로 마법의 힘을 발휘하여 인간 여럿을 죽이게 되고, 그들은 도망자 신세가 되며, 설상가상으로 자신들을 ‘New Lights’라고 부르는, 광명의 신 이템파스를 섬기는 이단 집단에 의해 납치됩니다. 이들은 소격신들을 말살하여 세상을 정화하고자 하는 자들로, 신들을 죽이는 힘을 가진 오리 쇼스를 구속하여 반영구적인 ‘살신(殺神)제(劑)’를 만들려 합니다. 과연 그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 샤이니와의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요?

1편 ‘십만 왕국’에서 저는 이 시리즈를 ‘신화 버전 하이틴 로맨스’로 부르는 것에 반대하였는데, 2편을 읽고 나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찬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급의 하이틴 로맨스’라고 말이죠. 셰익스피어는 각자를 원수로 여기는 가문에서 태어난 십대 남녀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들을 예술로 재창조해냈습니다. 식상한 이야기도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따라 충분히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플로베르는 방탕한 불륜녀의 상간이라는 흔한 이야기를 ‘보바리 부인’이라는 걸작으로 탄생시켰죠. 제미신 역시 신들과 데미갓 또는 쿼터갓 사이의 허락되지 않는 사랑 이야기를 독창적인 신화 체계와 웅장한 규모의 사건들 속에 훌륭하게 녹여 냈습니다. 후대에 이 소설이 또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마지막 편, 모든 소격신의 첫째이자 가장 강력한 신인 트릭스터 ‘시에’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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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양상 현대지성 클래식 60
루스 베네딕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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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수능 선택과목으로 ‘세계사’를 선택했었고, 경영학 전공임에도 첫 학기에 ‘문화인류학 개론’을 수강했을 정도로 저는 인문학에 참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시의 지정 도서 중 하나가 ‘국화와 칼’이었고, 취업 후 첫 월급으로 을유문화사 판을 바로 구매하여 지금껏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새롭게 출간하여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하니,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와 이 책과의 인연을 좋게 보아주셨는지, 처음으로 비소설 서평단에 선정됬네요.

‘국화와 칼’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미국의 종전 후 대일본 정책 방향성을 결정하기 위해,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에게 요청하여 탄생한, ‘일본문화 연구 보고서’입니다. 1946년 출간되며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며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국내도 여러 번역본이 나왔고,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동경이 높아지던 시대 상황과 맞물리며 명성을 쌓아 과거에도 지금도 ‘일본 문화’ 추천 서적 1순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가난한 어린 시절과 열병으로 한쪽 귀의 청력을 상실했던 아픈 과거를 딛고 인류학의 매력에 빠져 박사가 된 후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여성에게 적대적이었던 사회에 실력으로 당당하게 맞서고 당대 주류 사조였던 문화상대주의를 지지하며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와 여러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이런 활동 와중에 미정부의 위촉으로 1944년부터 일본 문화를 연구하고, 종전 후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던 것이죠. 이 책은 현장 답사 없이 이루어진 저작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적국이었던 일본 방문이 불가능했던 제약과 더불어, ‘발간 자료와 인터뷰를 통합해 문명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방법론’이라는, 이른바 ‘원격 문화연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숙련도를 보유했던 그였기에 이루어진 성과물입니다.

일본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것이 있습니다. ‘본심과 배려’, ‘속마음과 겉마음’ 등으로 해석되는 이 말은 개인의 본래 마음과 사회적인 규범에 의거한 의견이 다른 일본인만의 문화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국화와 칼’은 이의 원인을 ‘모든 것에는 자기 자리가 있으’며 질서와 위계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일본 문화의 특성에서 찾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한 부모나 스승, 천황 등이 부여한 은혜인 ‘온’과, 온을 갚기 위한 무한정의 부담인 ‘기무’, 타인에게 호의나 모욕을 받았을 때 자신이 입은 온만큼 돌려주려는 ‘기리’, 그리고 내면의 윤리 기준이 아닌 외부의 강제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치의 문화’를 더해 다른 동양권 문화와는 다른 독특한 일본만의 것을 만들어내게 되었다는 것이죠. 히로시마 폭격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서도 결사항전을 부르짖던 일본이 천황 폐하의 항복 선언 후에 거짓말처럼 성실하고 충실한 패전국으로 돌변한 것이 가장 좋은 예일 것입니다. 제목인 ‘국화와 칼’은 일본인이 좋아하는 국화와, 사무라이 정신을 대표하는 칼을 대비시켜 그들 문화의 이중성과 양면성을 잘 드러내 보입니다.

물론 이 책에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제작된 보고서라는 점, 문화 연구의 핵심인 현지 조사와 객관적인 통계 자료 등이 없이 사례만 나열했다는 점, 인류의 문화를 패턴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루스 베네딕트의 가치관이 반영된 일반화의 오류가 일부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죠. 이 책을 통해 당시의 일본의 문화∙사상과 지금의 그것이 어떻게 달라지고 발전하는지 비교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고전’의 경지에 오른 것이죠. 일본 문화와 인류학, 나아가 인문학 대한 관심과 흥미가 있는 독서가라면 꼭 읽어야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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