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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왕국 ㅣ 유산 시리즈 2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0월
평점 :
전편 ‘십만왕국’의 내용을 복기(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점 참고) 해봅니다. 세상을 창조한 세 주신 간의 전쟁으로 하나는 승리하고, 하나는 죽고, 하나는 인간 아라메리 가문의 노예가 되고, 아라메리 가문은 노예 신을 도구로 삼아 이천 년간 세상을 지배합니다. 아라메리 가문의 적통이었으나 변방의 왕족과 결혼한 어머니가 죽은 후 아버지 나라의 지도자가 된 예이네는 가문의 본거지인 하늘궁에 급작스럽게 소환되어 가문의 후계 자리를 놓고 어머니의 형제들과 겨루고 자신의 출생과 어머니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밝혀내려 합니다. 운명의 계승 의식 날, 그녀의 선택으로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무너진 왕국의 주인공은 십년 전 새로운 신에 의해 생겨난 거대한 세계수 안에 생겨난 도시에서 거리 예술가로 살고 있는 오리 쇼스입니다. 그녀는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마법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길에서 만난 빛나는 마법의 존재를 발견하여 ‘샤이니’라 이름 붙이고 집에 들이고, 사랑하게 됩니다. 그 존재는 사실 십년 전 신들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필멸자의 몸을 두르게 되는 형벌을 받은, 원래의 주신 이템파스였습니다. 한편, 마을에서 신들 사이의 자식인 소격신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그녀와 샤이니가 범인으로 지목 받게 되는데, 샤이니가 돌발적으로 마법의 힘을 발휘하여 인간 여럿을 죽이게 되고, 그들은 도망자 신세가 되며, 설상가상으로 자신들을 ‘New Lights’라고 부르는, 광명의 신 이템파스를 섬기는 이단 집단에 의해 납치됩니다. 이들은 소격신들을 말살하여 세상을 정화하고자 하는 자들로, 신들을 죽이는 힘을 가진 오리 쇼스를 구속하여 반영구적인 ‘살신(殺神)제(劑)’를 만들려 합니다. 과연 그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 샤이니와의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요?
1편 ‘십만 왕국’에서 저는 이 시리즈를 ‘신화 버전 하이틴 로맨스’로 부르는 것에 반대하였는데, 2편을 읽고 나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찬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급의 하이틴 로맨스’라고 말이죠. 셰익스피어는 각자를 원수로 여기는 가문에서 태어난 십대 남녀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들을 예술로 재창조해냈습니다. 식상한 이야기도 누가,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따라 충분히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플로베르는 방탕한 불륜녀의 상간이라는 흔한 이야기를 ‘보바리 부인’이라는 걸작으로 탄생시켰죠. 제미신 역시 신들과 데미갓 또는 쿼터갓 사이의 허락되지 않는 사랑 이야기를 독창적인 신화 체계와 웅장한 규모의 사건들 속에 훌륭하게 녹여 냈습니다. 후대에 이 소설이 또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음은 마지막 편, 모든 소격신의 첫째이자 가장 강력한 신인 트릭스터 ‘시에’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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