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양상 현대지성 클래식 60
루스 베네딕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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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수능 선택과목으로 ‘세계사’를 선택했었고, 경영학 전공임에도 첫 학기에 ‘문화인류학 개론’을 수강했을 정도로 저는 인문학에 참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시의 지정 도서 중 하나가 ‘국화와 칼’이었고, 취업 후 첫 월급으로 을유문화사 판을 바로 구매하여 지금껏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새롭게 출간하여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하니,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와 이 책과의 인연을 좋게 보아주셨는지, 처음으로 비소설 서평단에 선정됬네요.

‘국화와 칼’은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미국의 종전 후 대일본 정책 방향성을 결정하기 위해,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에게 요청하여 탄생한, ‘일본문화 연구 보고서’입니다. 1946년 출간되며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며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국내도 여러 번역본이 나왔고,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동경이 높아지던 시대 상황과 맞물리며 명성을 쌓아 과거에도 지금도 ‘일본 문화’ 추천 서적 1순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저자인 루스 베네딕트는 가난한 어린 시절과 열병으로 한쪽 귀의 청력을 상실했던 아픈 과거를 딛고 인류학의 매력에 빠져 박사가 된 후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여성에게 적대적이었던 사회에 실력으로 당당하게 맞서고 당대 주류 사조였던 문화상대주의를 지지하며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와 여러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이런 활동 와중에 미정부의 위촉으로 1944년부터 일본 문화를 연구하고, 종전 후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던 것이죠. 이 책은 현장 답사 없이 이루어진 저작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적국이었던 일본 방문이 불가능했던 제약과 더불어, ‘발간 자료와 인터뷰를 통합해 문명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방법론’이라는, 이른바 ‘원격 문화연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숙련도를 보유했던 그였기에 이루어진 성과물입니다.

일본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것이 있습니다. ‘본심과 배려’, ‘속마음과 겉마음’ 등으로 해석되는 이 말은 개인의 본래 마음과 사회적인 규범에 의거한 의견이 다른 일본인만의 문화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국화와 칼’은 이의 원인을 ‘모든 것에는 자기 자리가 있으’며 질서와 위계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일본 문화의 특성에서 찾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한 부모나 스승, 천황 등이 부여한 은혜인 ‘온’과, 온을 갚기 위한 무한정의 부담인 ‘기무’, 타인에게 호의나 모욕을 받았을 때 자신이 입은 온만큼 돌려주려는 ‘기리’, 그리고 내면의 윤리 기준이 아닌 외부의 강제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치의 문화’를 더해 다른 동양권 문화와는 다른 독특한 일본만의 것을 만들어내게 되었다는 것이죠. 히로시마 폭격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서도 결사항전을 부르짖던 일본이 천황 폐하의 항복 선언 후에 거짓말처럼 성실하고 충실한 패전국으로 돌변한 것이 가장 좋은 예일 것입니다. 제목인 ‘국화와 칼’은 일본인이 좋아하는 국화와, 사무라이 정신을 대표하는 칼을 대비시켜 그들 문화의 이중성과 양면성을 잘 드러내 보입니다.

물론 이 책에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제작된 보고서라는 점, 문화 연구의 핵심인 현지 조사와 객관적인 통계 자료 등이 없이 사례만 나열했다는 점, 인류의 문화를 패턴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루스 베네딕트의 가치관이 반영된 일반화의 오류가 일부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죠. 이 책을 통해 당시의 일본의 문화∙사상과 지금의 그것이 어떻게 달라지고 발전하는지 비교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고전’의 경지에 오른 것이죠. 일본 문화와 인류학, 나아가 인문학 대한 관심과 흥미가 있는 독서가라면 꼭 읽어야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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