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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
구스타프 마이링크 지음, 후고 슈타이너 프라크 그림, 김재혁 옮김 / 민음사 / 2025년 2월
평점 :
골렘은 환타지 장르의 여러 몬스터 들 중 가장 인기 없는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골렘은 유대교 신화에 나오는 흙으로 만든 불완전한 거인에서 유래했으며 창조자인 랍비의 명령만을 충실히 수행하는 로봇 같은 수동적 존재로 서사를 부여하기 어려우며, 돌이나 흙, 금속 등을 이족보행 형태로 대충 뭉뚱그려 만들어 외모상의 매력도 떨어지기 때문인데, 무엇보다 골렘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유명 작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브람 스토커 ‘드라큘라’의 뱀파이어,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프랑켄슈타인, 조지 A. 로메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좀비, 톨킨 ‘반지의 제왕’의 엘프나 호빗 등의 수많은 환타지 종족들과 같은 작품이 ‘골렘’에게는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 있습니다. 독일 최초의 환타지 문학으로 그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톨킨, 카프카, 보르헤스, 릴케 등 후대의 문학가들에게 강한 영감을 준 이 작품, ‘골렘’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렇다면 독일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했다고 까지 평가받는 이 작품이 왜 지금의 대중문화에서는 유명하지 않은 걸까요? 작가는 ‘골렘’을 ‘돌’ 또는 ‘금속’이라는 속성에서 유래하는 엄청난 체력과 강함 등의 실제적인 성질을 소설에 반영하지 않고 상징적으로 골렘을 수용했습니다. 유대인 전설에서의 골렘은 그 창조자인 랍비 뢰브가 골렘에게 생명을 부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골렘의 이빨 안쪽에 꽂혀 있는 마법 부적을 빼내는 것을 잊어버린 날 밤에 골렘이 폭주하여 모든 것을 파괴했고, 어느 교회의 골방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이 전설을, 프라하의 게토 지역의 뒷골목을 감돌며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유대인의 집단적 심리의식과, 우리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이자 도플갱어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형체가 없는 다듬어지지 않은 덩어리 또는 생명체를 의미하는 골렘은 개인이 아닌 집단을 상징할 수 있고, 사용자의 의지를 실현한다는 것은 골렘이 곧 사용자인 인간임을 뜻하니 이를 도플갱어로 변용할 수 있는 것이죠.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제가 왜 이 소설의 줄거리도 소개하지 않은 채 이렇게 서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지 짐작하실 겁니다. 맞습니다. 이 소설은 너무나도 읽기 어렵습니다. 평생 수많은 책을 읽어 내공이 쌓인 저조차도 완독을 포기할 뻔 했습니다. 안개와도 같이 흐릿한 스토리와 등장인물, 중간중간 등장하는 작품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몽환적이고 괴기한 삽화들, 끝까지 그 정체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주인공의 도플갱어인 골렘 등은 이 작품의 독서의 난이도를 급격하게 끌어올립니다. 대중 문화로서의 골렘에 관심 있으신 분은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골렘이 등장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시면 됩니다.(하지만 이런 작품에서 골렘은 주연이 아니죠) 그러나, 골렘이 나오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안타깝게도 이 작품 외에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제가 이 소설을 완독한 것이기도 합니다.) 제 경고를 무시하고 이 작품 완독에 도전해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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