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제목일 것이라 감히 주장해본다. 국내 소설만큼은 잘 읽지 않던 나도 알고 있었던 제목이었고 당대 최고 스타인 고 최진실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으니. 무엇보다 고급스럽게 도치법을 구사한 유려하면서 자극적인 문장이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이 소설이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원미동 사람들’과 ‘모순’을 쓴 양귀자 작가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읽지 않을 도리가 없어 구매를 했다. 하지만 왠지 읽는 것을 계속 망설이게 되어-페미니즘 소설이었기 때문에?-한동안 책장에 고이 모셔놓고 있다가 마침 생긴 잠깐의 휴가를 이용해 읽기로 마음먹었고,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시간이 허락했다면 한숨에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보았을 것이리라.

재력과 매력을 갖춘 젊은 여자가 여성들이 억압당하고 차별 받는 시대에 저항하기 위해 당대 인기 절정의 남자배우를 납치, 감금, 조종하여 여성들이 완벽한 이상향인 이 남자가 사실은 얼마나 추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냄으로써 부조리의 전복을 꾀하고 여성해방을 실현하려는, 지금 출간되어도 파격적이고 놀라운 스토리 때문도, 양귀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엄청난 문장력 때문도 아니었다. 내가 빠진 것은 강민주라는 인간 그 자체였다.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타고난 인간적 매력을 쥐고 편하게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에게 지독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에게 장독대 뚜껑을 던질 정도의 남다른 비범함과 정의감이 있고, 일생의 목표를 선정하고 계획을 세운 다음 이를 실행하기 위한 단계를 차분히 밟아 가는 이성과 냉정함이 있으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에게 반한 남자를 가스라이팅하여 지배하고 무고한 한 사람의 인생을 박살내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비윤리성과 잔인함을 지닌, 피카레스크식 안티히어로 그자체이다.

그녀의 캐릭터가 그토록 증오해 마지 않던 남성들의 또다른 이상향인 피카레스크적이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사회나 의식의 발전상이 정반합의 변증법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극단적인 처방은 페미니즘의 실현을 위한 필요악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아직도 페미니즘의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는-가짜들이던 진짜던 간에-작금의 현실 하에서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나는소망한다내게금지된것을 #양귀자 #도서출판쓰다 #페미니즘 #한국문학 #서평 #영화원작 #한국소설 #문학 #책 #책읽기 #독서 #독서리뷰 #도란군 #도란군의서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을 지키는 사람
류츠신 지음, 곽수진 그림,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저는 평소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을 상업적인 의도를 다분히 가진, '어린이를 위한 성인물'과 같이 모순된 캐치프라이즈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니까 어린이는 보면 안된다는 건지? 분량에 따라 낮아져야만 하는 가격을 '성인용'으로 포장해서 이문을 남기기 위한 건 아닌지? 라는 편협한 사고와 함께 말이죠. 하지만 저의 평소의 이런 생각은 '류츠신'이라는 이름으로 한방에 파훼당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면 잠꼬대라도 수집하고픈 것이 팬의 욕망이기 때문에 내 가치관과 상반되는 이 책을 읽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또다른 모순과 함께, 인플루엔셜에서 주신 좋은 기회로 그의 이 짧은 글을 깊이 생각하며 읽어보았습니다.

동쪽 외로운 섬에 매일매일 세상의 낮을 밝히는 일을 하는 불지기 노인이 있었습니다. 샤샤는 그를 찾아가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불치병을 고쳐달라고 부탁합니다. 불지기 노인에게는 모든 사람이 각자 하나씩 가지고 있는 하늘의 별의 위치가 적힌 책을 가지고 있으며 빛을 잃어 그 주인의 생명을 다하게 하는 별을 수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노인을 찾아온 것이었죠. 노인은 자신의 일을 물려받는 것을 조건으로 샤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둘은 어느날 밤, 고래 이빨로 만든 로켓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초승달 배를 타고 샤샤의 애인의 별까지 나아가 별을 깨끗히 닦아냅니다. 그럼으로서 그녀는 병을 치유하게 되었지요. 샤샤는 노인에게 찾아왔던 다른 이들과 달리, 소원을 이루고도 노인을 떠나지 않고 그의 뒤를 이어 불지기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이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자연의 각종 현상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평생의 수고로움으로 작동한다는 내용 말이죠. 이전의 사람들의 상상력이 펼쳐냈고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된 설화이나 지금은 말 그대로 지적 수준이 충분히 발달하기 전의 어린아이들이 즐기는 '동화'같은 이야기입니다.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이 동화에도 그러나,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고 실제 우주의 과학 법칙에도 기본적으로 부합하는 가상의 우주'를 만드는 것이 가능함을 류츠신은 입증해냈습니다. 사람에게 모두 하나씩의 별이 있다거나, 이 별에 다른 별의 폭발 등으로 묻은 먼지가 끼어 빛을 잃으면 그 사람의 목숨이 다한다거나, 초승달에 올라타기 위해 고래 뼈로 만든 로켓을 타고 날아간다거나, 초승달을 배로 삼아 우주의 바다를 노를 저어 간다거나, 이 별에 묻은 먼지를 닦을 수 있다거나, 바다 한가운데에서 떠오르는 빛이 없는 태양에 고래기름을 부어 활활 타오르게 해서 세상의 낮을 밝힌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읽는 이로 하여금 사실로 여기게 만드는 그의 능력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진실성이 힘을 얻을수록, 그 이야기에 담긴 교훈이나 진리도 꼭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죠. 류츠신이 이 이야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더 많은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담으며 서평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블러드더라스트뱀파이어 #오시이마모루 #밀리언셀러클럽 #황금가지 #일본애니 #뱀파이어 #환상문학 #서평 #장르문학 #소설 #문학 #책 #책읽기 #독서 #독서리뷰 #도란군 #도란군의서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을유세계문학전집 14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장르문학의 효시자 정도로 알려져 있는 에드거 앨런 포는 그러나, 후대의 수많은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과 영향을 준 근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작품은 물론 저에게도 많은 감명을 주었는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검은 고양이’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결말부의 그 소름끼치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어찌나 제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던지! 이후로 포는 저의 최애 작가가 되었고(저의 최애 작가 목록이 너무 많은 것은 분명 문제인 것 같긴 합니다만 좋아하는 문학작품에 어떻게 우열을 매길 수 있을까라는 말로 합리화를 해 봅니다.), 지금까지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을 수 차례 읽었습니다. 그래서 본서 서평단에도 망설임 없이 신청할 수 있었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모르그가 살인 사건’은 ‘검은 고양이’와 더불어 포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이 작품으로 이전에는 한번도 시도된 적 없었던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창조해냈기 때문입니다. (주로 살인인) 범죄 사건의 발생과 해결에 난항을 겪는 경찰, 경찰을 도와주는 민간인 탐정과 그의 친구(또는 조수), 논리적 추론과 과학적 분석을 통한 사건의 해결 등 포가 이 단편에서 확립한 추리 소설의 구조와 인물, 설정은 이후의 모든 추리 소설의 프로토타입이 되어 현재까지 추리 장르의 소설가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근간이 되었습니다. 포가 창조한 탐정인 ‘오귀스트 뒤팽’을 보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가 떠오를 정도로(개인적으로는 동일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포가 추리 장르에 끼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이 작품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도둑맞은 편지’는 추리 소설에서 실제 증거보다 심리적 통찰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며 이 작품 역시 ‘심리 추리 소설’의 표본이 되었죠.

포 작품의 또다른 한 축은 ‘공포’입니다. 그는 인간의 심리와 무의식을 활용하여 공포감을 극대화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부분의 서술 방식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합니다. ‘검은 고양이’에서의 나는 아내와 검은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공포를 유발하는 것은 살생 행위 그 자체가 아닌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파괴적 충동에 휩싸인 짐승과도 같은 심리상태입니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던 주인공의 극단적인 변모는 강한 강박증과 사악한 인간 본성이 그 원인이었고, 포는 무의식의 영역에 잠재되어 있던 이 본능을 천천히 끄집어내어 날 것 그대로의 야생성을 우리에게 전시합니다. 이를 보는 우리는 공포에 휩싸일 뿐만 아니라 당혹감도 느끼게 되는데, 결국 화자는 우리 인류의 한 표본이기 때문입니다.

추리와 공포 문학에서 포가 구축한 이 표본의 유산은 도일과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통해 인류에게 계승되었고, 그 어떤 과거인보다도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고독한 실존의 위기를 맞고 있는 작금의 우리에게도 포의 작품은 여전히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전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포를 읽어봅시다.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에드거앨런포단편선 #에드거앨런포 #공포문학 #환상문학 #을유세계문학전집 #을유문화사 #서평 #장르문학 #서평단 #받았다그램 #소설 #문학 #책 #책읽기 #독서 #독서리뷰 #도란군 #도란군의서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부분의 하루키 팬들이 그렇듯, 저도 대학생 시절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난 후 하루키스트가 되었습니다. 당시 상실의 시대가 저를 매혹시켰던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자유분방한 연애와 섹스로 표현되는 일탈과 배경에 짙게 깔린 냉소와 허무주의였습니다. ‘상실의 시대’라는 구판 제목이야말로 이 소설을 정말로 잘 표현하는 문장이라 생각했었죠. 요즘 말로 정말 ‘힙한’ 이 소설을 몇 번이나 읽으며 와타나베가 되어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나오코와 미도리와의 관능과 열정의 사랑을, 그들 자신은 지루하다 여기겠지만 저에게는 무척이나 자유분방한, 그러나 고독하기도 한 삶을 살아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또 읽고 싶어지네요. 조만간 제 피드에 소설 리뷰가 올라올 것 같습니다.) ‘상실의 시대’는 하루키의 다른 대표작과 달리 비교적 현실에 맞닿아 있는-그러나 진짜 현실에 비하면 또한 비현실적인-이야기였기 때문에 읽기에 마음도 편했습니다. 이렇듯 상실의 시대를 너무나 좋아했고 이후로도 하루키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왔던 제가 어째서 하루키 연애소설 3대장 중 하나인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는지는 참 모를 일입니다. 그의 소설 목록이 많다고는 하나, 이십 여년의 세월을 생각하면 한번쯤은 읽어 봤을 법도 한데 말이죠.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상실의 시대처럼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삼각관계를 그린 연애소설이지만, 그 결은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실의 시대에서의 사랑이 정적이며 현실적이라면 스푸트니크의 그것은 격정적이고 비현실적인데, 이를 상징하는 것이 제목의 ‘스푸트니크’라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1957년 10월, 러시아가 미국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쏘아올렸으며 같은 이름의 2호는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를 태워 최초로 생명체를 우주에 보내는 데도 성공한 인공위성의 이름입니다. K와 스미레, 스미레와 뮤, 뮤와 K 각각의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되어 상대방과 마음을 나누고 이성으로서 강하게 끌렸으나 끝내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이미 지나간 궤적을 스쳐 지나가거나, 잠깐의 시간 동안만 나란히 갈 수는 있지만 마주치는 것은 영원히 금지되어 있도록 설계된 위성들의 궤도와도 같습니다. 비단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깊이 생각해본다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결국 상대방을 결코 온전히 이해하거나 소유하지 못하는 스푸크니트의 후예들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이 궤도를 평행하게 바꿀 수 있도록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밖에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본질적으로는 스푸트니크 속에 홀로 남겨진 라이카처럼 고독과 단절과 소외의 시간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은, 창 밖에 보이는 나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또다른 위성 속 라이카와 함께 이 여정을 사랑의 힘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루키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요?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스푸트니크의연인 #무라카미하루키 #하루키 #자유문학사 #서평 #문장수집 #소설 #문학 #책 #책읽기 #독서 #독서리뷰 #도서관 #도란군 #도란군의서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체 0 : 구상섬전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어차피 별점 5개 줄 것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