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0 : 구상섬전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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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어차피 별점 5개 줄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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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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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이번 작품은 실제 역사적 사건인 잉글랜드의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왕위를 둘러싼 내전의 화마에 휩싸인 슈루즈베리와 성 베드로 성 바오로 수도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잉글랜드의 영주들은 자신의 신념 혹은 정치적 견해에 따라 어느 한 쪽에 충성을 맹세하거나, 배신하고 있는 어수선한 와중에 캐드펠에게 한 소년이 배정되고, 치열한 공방 끝에 슈루즈베리를 함락시킨 스티븐 왕은 사로잡은 모드 황후 측 포로를 모두 처형하라고 명령합니다. 참혹한 밤이 지나고 캐드펠 수사는 이 시신들을 거두라는 명을 받고 현장에 도착하여 수습을 진행하던 중, 군인의 행색이 아닌 수수께끼의 시신을 한 구 더 발견합니다. 알고 보니 지난 밤 처형당했던 포로는 아흔 네 명이었고, 이 시신은 아흔 다섯 번째 시신이었던 것. 캐드펠은 억울한 죽음을 당했을 것이 분명한 이 불쌍한 영혼 없는 시신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스티븐 왕에게 허락을 구하고, 자신이 통치하는 영토 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것에 심히 불쾌함을 느끼고 있던 왕은 이를 허락합니다. 조사를 거듭할수록 나타나는 증거와 정황은, 이 사건이 단순한 살인이 아닌, 무언가 복잡하게 얽힌 사건임이 드러나게 되는데…

단지 한 명이 살해당한 사건에 당대의 역사적 사건과 비극에 휘말린 사람들, 남녀간의 사랑과 정치적 이해관계, 개인의 신념, 종교적 가치 등을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모두 녹여 낼 수 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캐드펠은 특유의 영민한 추리력과 과감한 행동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온정의 시선도 아낌없이 보여줍니다. 복잡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미스터리와 섬세한 트릭, 극적인 사건 전개와 잔인한 묘사 등이 특징인 현대의 미스터리∙추리 소설을 읽으며 도파민에 절여진 뇌를 정화하고 싶다면, 이 소설 강하게 추천합니다.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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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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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언제적 베르나르인가? 나를 공짜 책으로 사려고 하는 겐가?
라고, 꾸짖기에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3차 세계대전과 파멸적인 핵전쟁으로 방사능을 피할 수 있는 일부 지역에 있던 소수의 인류 집단만 제외하고 인류 문명은 궤멸하게 됩니다. 지구 곳곳에 흩어지게 된 소수의 생존자 무리는 그저 살아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진화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는 이런 상황에서도 인류종의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모종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이 연구의 결실과 함께 한 생존자 집단에 합류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결실은 바로 유전공학으로 탄생한 인류와 동물의 혼종. 알리스는 각각 박쥐, 두더지, 돌고래의 유전자와 인간의 유전자를 조합하여 포스트 아포칼립스 하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을 창조한 신이 된 것입니다.

알리스는 혼종들의 어머니가 되어 정성껏 이들을 키우며 인간 세상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처음에 우호적이었던 구인류는 이들을 점차 적대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의식과 지능은 인류이지만 외모는 동물인 이들을 끝내 동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것이죠. 결국 알리스는 이들을 떠나 또다른 인류 집단-프랑스 대통령과 내각 정치인들, 소수의 군부대와 일반인으로 이루어진 작은 국가와 같은-에 합류하게 됩니다. 알리스는 이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인간과 혼종의 조화로운 생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알리스의 도움으로 점차 개체수를 불리게 된 혼종들은 인간들과 큰 충돌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게 됩니다. 유전적 다양성을 통한 인류 종의 진화를 꿈꾸는 알리스의 바램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이들 신인류와 구인류는 황폐한 지구에서 존속하며 인류의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게 될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익숙하고 평범한 주제를 자신만의 독창성과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작가입니다. 예술 작품에서 ‘인류 혼종’은 거의 클리셰에 가까울 정도로 되풀이되는 소재입니다. 역사적으로 가까이는 코믹스나 영화의 히어로들이-스파이더맨이나 헬보이 등의-멀게는 고대 신화의 반인반수-이 책의 제목의 일부이기도 한 ‘키메라’를 포함한-들이 그렇습니다. 과거의 인류 혼종이 영웅에게 퇴치당하는 빌런으로서 소비되는 캐릭터였다면, 근대 이후의 예술에서 등장하는 인류 혼종은 영웅 또는 독자적인 세력인 캐릭터로서 이야기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구인류와 신인류로서의 혼종간의 갈등이 서사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경우가 많죠. ‘키메라의 땅’은 혼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기술적-과학적-하드SF적 묘사보다는 이들과 구인류와의 관계에 집중합니다. 창조주인 알리스와 각고의 노력으로 구인류 집단에 통합되는듯 보였던 혼종들은 내면은 인간이나 외면은 그렇지 않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인류로부터 튕겨나가게 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같은 편이라 할 수 있는 혼종들 간에도 반목과 갈등이 생기며 결국 세 혼종이 다른 세력을 이루게 되고, 서로 적대하게 된다는 것이죠. 창조주인 알리사 역시 이들을 인류종으로 견지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는 모순을 보입니다.

결말 이후의 세상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이들이 갈등을 극복하고 결국 화합하여 지구의 신 인류문명을 재건할 것인지, 아니면 반목과 전쟁을 거듭하다 또다시 멸망을 길을 걸어가게 될지 말이죠. 현실의 인류 문명은 아직도 행성 단위의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간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어쩌면 베르나르는 이 현실에 준엄한 경고를 주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구요.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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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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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상한 풍경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원인은 정오의 해 때문에 사진에 그림자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던 그림자가 막상 사라지니 그 필요성과 부자연스러움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현상의 이면’은 꼭 필요한 것임에도 우리는 이를 외면하며 존재를 부정하기까지 합니다. 특히 영광에 취해 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인간이란 간사한 존재이니, 허물은 감추고 공은 최대한 드러내도다.

제발트는 그 누구도 건드리고 싶어하지 않는 ‘어둠의 가장자리’의 이런 민 낯을 파헤쳤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였습니다. ‘홀로코스트’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범죄 행위에 대해 가해자는-늘상 하던 그 레파토리대로-침묵했습니다.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오직 당사자인 피해자 또는 아무 상관없이 없는 제3자들 뿐인 절망적인 상황에서 제발트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진지한 성찰을 시작했습니다.

제발트는 섬세한 감정과 시상을 연상케 하는 문제와 시니컬한 조소를 사용하여 유럽이 고향이나 어떤 이유로 타향살이를 하게 된 네 명의 이민자들의 삶의 궤적을, 나름의 업적과 부를 쌓았음에도 그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향수병을 평생 앓고 살아왔으며 결국 그 그리움의 늪에 삶을 잠식당하게 된 그들의 고통의 인생을 그려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생경하고도 생생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과 허구를, 특히 작가 본인과 관련된 사실을 교묘하게 섞고 허구를 사실로 믿게끔 만드는 출처가 표시되지 않은 낮은 해상도의 사진들을 요소마다 배치한 방식입니다.

그 자신이 ‘산문설화(prose narratives)’라 명명하여 개척한 이 장르는 사실을 허구처럼, 허구를 사실처럼 만드는 극적인 효과를 주어 이야기를 구전 설화와 같이 ‘진실은 아니지만 진실에 한없이 가까운’ 것으로 느껴지게끔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가 새로운 기법을 만들면서까지 천작했던 것은 ‘역사의 치부’였습니다. 인류가 저지를 과오를 그 자신의 탁월한 작품을 통해 정면으로 응시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죠. 그를 추종하는 소위 ‘제발디언(Sebaldian)’이 늘어날수록 인류의 성찰과 자정능력은 계속 커져만 갈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서 말이죠.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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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고리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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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공동체, 나아가 전세계의 역사는 갈수록 확장되면서 멋지게 비상하는 곡선을 그리는 게 아니라, 자오선에 도달한 뒤 암흑으로 하강하는 궤도를 따른다. 모호함 속으로의 사라짐을 파고든 브라운의 학문은 종말의 날에 모든 변혁이 완성되면 마치 극장에서처럼 모든 배우들이 다시 한번 무대에 나타나서 이 위대한 극작품의 파국을 완성하고 완결한다는 믿음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p/34)

 

신문에서 이른바 고실업지역에 대한 기사를 읽는 것은 불빛을 잃은 저녀에 흉하게 변한 앞면과 그로떼스끄한 앞마당을 드러낸 연립주택이 늘어선 거리를 걷는 것, 그리고 마침내 도시의 중심가에 도착하여 도박장과 빙고 홀, 마권 판매소, 비디오 가게, 열린 문 안쪽 어두운 실내에서 맥주의 신냄새가 퍼져나오는 펍, 싸구려 가게들, 그리고 바다의 여명, 해변의 수집가, 밸모럴, 앨비언, 레일라 로레인과 같은 이름을 내건 미심쩍은 숙박업체들 외에는 아무것도 더 볼 것이 없음을 확인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일이기 때문이었다. (p.56)

 

마음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떄 이런 기억의 파편이 떠오르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기억을 되살려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론 실제로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건물이 무너졌고, 너무 많은 잔해가 그 위에 쌓였으며, 퇴적물과 빙퇴석 또한 극복할 수 없다. (p.208)

 

불행히도 저는 근본적으로 실제적이지 못한, 언제나 생각에 잠겨 있는 유형의 인간이에요. 우리 가족은 모두 실생활에 능력이 없는 몽상가들이지요. 아이들이나 저나 똑같아요. 때때로 우리는 이 지구에서 사는 데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종류의 인간들이고, 삶이란 끝없이 진행되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실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p.259)

 

하지만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이 될까? 우리는 가장 단순한 생각조차 정리하지 못할 것이고, 풍부한 감정을 지닌 심장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애착을 느끼지 못할 것이며, 우리의 존재는 무의미한 순간들의 끝없는 연쇄에 불과할 것이고, 과거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이란 얼마나 비참한가! (p/.299)

 

여러 차례 글을 쓰고 다시 지웠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만족할 만한 글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정말로 감명 깊게 이 책을 읽어서 어떻게든 이 느낌을 표현하려 하다 보니 그런가봅니다. 제발트는 졸라 이후 저의 인생 두 번째의 최애 작가가 되었습니다. 성장과 번영이 아닌 침체와 쇠락을 이야기하는 작가는 많지 않습니다. 어느 독자가 이런 것을 읽고 싶어할까요? 물론 ‘부정’의 텍스트 그 자체를 매력으로 여기고 글을 쓰고 이를 읽는 사람들은 존재합니다. 허나 이는 결국 봄 벚꽃이 결국 흐드러지는 것과 같이 한 때의 기억으로 남을 뿐입니다. 파국과 파멸의 흔적을 좇아가가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에, 이 사유에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시대와 역사의 과오를 성찰하겠다는 강한 의지 같은 것.

 

주인공은 1992년 8월 어느날, 내면의 공허를 느끼고 영국의 동남부지방인 노퍽과 서퍽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이 지역은 고대와 중세의 왕국, 근대의 도시가 있던 곳으로 한때 문명의 꽃을 피웠으니 지금은 그 흔적만 남은 곳들이죠. 주인공의 내면의 불안함은 이 순례의 여정을 무계획적으로 만들고, 샛길과 미로에 빠지게 합니다. 그가 마주한 것은 문명의 잔해였습니다. 몰락한 청어와 누에 산업, 버려진 공장, 귀족이 건설했으나 몰락한 휴양 도시 등 인류가 소진하고 남은 찌꺼기들을 보며 주인공은 애잔한 전율을 느낍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이나 도시, 국가의 미래가 필연적으로 그러할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인류에게 기약된 미래가 없음을 통찰한 화자가 보는 잔해의 현장은 독자로 하여금 인류가 저지른 전쟁과 대학살과 오버랩되며 시대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제발트가 직접 찍거나 구한 흑백의 사진과 그가 경험하거나 창조한 진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뒤섞인 이 순례기는 글 자체로서도 매혹적일 뿐만 아니라, 그 사유에 완전히 침잠할 수 있게 만들 것입니다. 왜 수많은 작가들이 제발트에게 경의를 표하는지, 직접 경험해 보시죠.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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