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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4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평점 :
*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장르문학의 효시자 정도로 알려져 있는 에드거 앨런 포는 그러나, 후대의 수많은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과 영향을 준 근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작품은 물론 저에게도 많은 감명을 주었는데,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검은 고양이’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결말부의 그 소름끼치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어찌나 제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던지! 이후로 포는 저의 최애 작가가 되었고(저의 최애 작가 목록이 너무 많은 것은 분명 문제인 것 같긴 합니다만 좋아하는 문학작품에 어떻게 우열을 매길 수 있을까라는 말로 합리화를 해 봅니다.), 지금까지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을 수 차례 읽었습니다. 그래서 본서 서평단에도 망설임 없이 신청할 수 있었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모르그가 살인 사건’은 ‘검은 고양이’와 더불어 포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이 작품으로 이전에는 한번도 시도된 적 없었던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창조해냈기 때문입니다. (주로 살인인) 범죄 사건의 발생과 해결에 난항을 겪는 경찰, 경찰을 도와주는 민간인 탐정과 그의 친구(또는 조수), 논리적 추론과 과학적 분석을 통한 사건의 해결 등 포가 이 단편에서 확립한 추리 소설의 구조와 인물, 설정은 이후의 모든 추리 소설의 프로토타입이 되어 현재까지 추리 장르의 소설가들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근간이 되었습니다. 포가 창조한 탐정인 ‘오귀스트 뒤팽’을 보면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가 떠오를 정도로(개인적으로는 동일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포가 추리 장르에 끼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이 작품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도둑맞은 편지’는 추리 소설에서 실제 증거보다 심리적 통찰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며 이 작품 역시 ‘심리 추리 소설’의 표본이 되었죠.
포 작품의 또다른 한 축은 ‘공포’입니다. 그는 인간의 심리와 무의식을 활용하여 공포감을 극대화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부분의 서술 방식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합니다. ‘검은 고양이’에서의 나는 아내와 검은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공포를 유발하는 것은 살생 행위 그 자체가 아닌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파괴적 충동에 휩싸인 짐승과도 같은 심리상태입니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던 주인공의 극단적인 변모는 강한 강박증과 사악한 인간 본성이 그 원인이었고, 포는 무의식의 영역에 잠재되어 있던 이 본능을 천천히 끄집어내어 날 것 그대로의 야생성을 우리에게 전시합니다. 이를 보는 우리는 공포에 휩싸일 뿐만 아니라 당혹감도 느끼게 되는데, 결국 화자는 우리 인류의 한 표본이기 때문입니다.
추리와 공포 문학에서 포가 구축한 이 표본의 유산은 도일과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통해 인류에게 계승되었고, 그 어떤 과거인보다도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고독한 실존의 위기를 맞고 있는 작금의 우리에게도 포의 작품은 여전히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전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포를 읽어봅시다.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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