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비아 버틀러의 말 - 희망으로 연결된 SF 세계, 우리의 공존에 대하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콘수엘라 프랜시스 엮음, 이수현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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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 작품을 사상이나 가치관 등을 전파하는 직접적인 수단으로 삼는 것을 매우 경계하며, 그런 작품은 되도록 멀리하려고 한다. 그러나 작품의 예술성이 뛰어날 경우는 예외다. 예술적으로 순수하게 기능하며 창작자가 이를 본인의 생각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유효하게 활용한다면, 뭐가 문제일까? 어렸을 적 불우하게 자라 월드 스타가 된 운동선수가 유소년 체육 활동 장려를 위한 기부와 호소를 한다면 그 누가 이를 문제로 삼겠느냐는 말이다. 이 세상의 빌런은 온전한 자신으로 살지도 못하면서 주제넘게 남들을 교화하려는 이들이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어떤가? 그녀는 물론 글 쓰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천상 작가였지만, 세상의 불합리함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행동가이기도 했다. 그는 '불우가정 출신', '흑인', '여성', '장르소설가'라는 자신의 소수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지만 자신을 PC주의자-당시에는 이 용어가 없었지만-라고 추켜세우는 것은 경계했다. 자신은 무슨 무슨 주의자가 아니며 그저 하고 싶은 말을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글쓰기를 통해 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버틀러는 생전에 인터뷰를 매우 많이 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그의 글쓰기 인생을 총괄하는 방대한 분량의 인터뷰 모음집이다. SF로 규정지을 수 없는 그녀의 다채로운 작품 세계의-일부 작가들이 자신을 장르소설가로 규정짓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것과 달리, 그는 흔쾌히 자신을 'SF 작가'로 칭했다.-창작 배경과 영감의 근원이 된 그녀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원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나는 버틀러의 팬으로서 매우 흥분된 마음으로 이 책을 만족스럽게 읽었으며, 이 책을 읽을 마음을 먹은 여러분도 또한 그러할 것이다.

#옥타비아버틀러의말 #옥타비아버틀러 #SF #서평 #도란군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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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리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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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정신을 차린 나는 숲에서 홀로 있으며 엄청나게 굶주리고 온몸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내가 누구인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다. 주변을 헤매던 나는 정체 모를 생명체와 조우하게 되고, 그것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 그것의 살점과 내장을 찢어발기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한참을 먹고 나니 허기가 가심은 물론 상처가 치유된다. 나는 뛰어난 자가 치유 능력을 지닌 특별한 존재인 것 같다. 다시 주변을 탐색하다 한 젊은 인간 남자를 만난다. 아까와 같은 알 수 없는 본능에 이끌려 그의 목과 손을 물고 피를 빤다. 다행히 이 남자는 그전과 달리 죽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피를 빨리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듯하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나는 그와 함께 내 정체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떠날 것이다. 나 정체를 되찾고 나를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버틀러는 '쇼리'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를 했다. 언뜻 보기에 트와일라잇 시리즈 같은 영어덜트 장르 소설처럼 보이는 이 소설은, 전통적인 공포의 존재인 뱀파이어를 인류 친화적인 존재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정말로 색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나'라고 불리는 이들 종족은 인류를 포식하는 것이 아닌 공생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이나가 인간을 물어 피를 빨 때 인간에게 흘러 들어가는 독 같은 무언가는 인간을 이나의 흡혈 행위와 이나라는 존재 자체에게 중독되게 만든다. 생리적으로, 나아가 심리적으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 이나는 이런 인간들을 공생인이라 부르고 이들을 보호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이나에게 식량으로서의 피를 제공하고 그들에게 쾌락과 보호를 제공받는 것이다. 이나는 모든 인간의 피를 빨 수는 있으나 그중 자신에게 맞는 특별한 인간들만 공생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들은 인종, 성별, 나이 등의 인간이 차별받는 그 어 떤 요소도 무차별한, 완벽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직 무차별한 사랑에 기반한 공동체라니, 이 얼마나 완벽한 사회인가.

쇼리는 공생인과 부계 쪽 혈연 관계의 이나 가족들의 도움으로 자신과 어머니, 형제들을 몰살시킨 자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쇼리는 자신이 이나 유전공학의 산물로 인간과 이나에게서 태어났고, 그래서 낮에도 활동할 수 있으며 다른 이나보다 더욱 뛰어난 신체 재생 능력 등의 특별함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런 시도 자체가 고귀한 혈통을 지닌 이나 종족의 수치라고 생각하는 일부 이나들의 반감을 사게 되어 자신의 가족이 몰살당했을 수도 있다는 것. 소설의 전반부는 전통적인 미스터리물과 뱀파이어 액션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 범인이 특정된 후반부는 법정 스릴러물의 흐름을 따라가며 이나 사회의 규율과 전통을 기반으로 한 재판 과정에서의 논리적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뱀파이어 장르문학'으로서의 특별함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후반부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정의 대담함 때문에 후속편을 기대했건만, 버틀러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60대 초반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타계했다. 아쉬움은 접고 그녀의 아직 읽지 못한 작품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쇼리 #옥타비아버틀러 #뱀파이어 #서평 #도란군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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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행성 밖에서 C. S. 루이스의 우주 3부작 1
C. S. 루이스 지음, 공경희 옮김 / 홍성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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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의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라도 그의 소설이자 영화화에도 성공한 '나니아 연대기'는 알 것이다. C. S. 루이스는 기독교 사상가이자 영문학 교수, 작가이며 평생 40여 권의 책을 저술한, 시대의 지성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나는 나니아 연대기를 어렸을 적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 기억을 잊지 못해 결국 전권을 소장하여 다시 읽었다. 그런데 나중에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작이자 환타지 장르문학으로 알려져 있는 나니아 연대기가 사실은 기독교 알레고리가 가득하다 못해 넘쳐흐를 정도이며 '기독교 신앙을 논리 정연하게 변증'한 일종의 환타지 이야기 성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나니아 연대기가 여전히 훌륭한 환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 말고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인데, 그만큼 루이스의 넓고 깊은 사상과 철학에서 비롯된 문장력이 뛰어나면서도 교묘하다는 반증일 게다. 위대한 사자 The Great Lion, 아슬란을 찬양하고 숭배하라!

본서 '침묵의 행성 밖에서'도 나니아 연대기와 결을 같이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우주여행이 가능한 과학 기술을 가진 지구인들이 화성과 금성으로 이동하며 이 행성에 살고 있는 생명체와 조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나니아 연대기와 동일하게 캐릭터의 선악이 분명하다. 전 인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문명을 제거하고 지배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의 대결 구도와 더불어, 지구와 화성, 금성을 아우르는 조물주 신이 존재한다는 것도 유사하다. 본서는 시리즈의 첫 번째 권으로, 지구와 화성을 배경으로 악하고 선한 인간들간의 대립을 다루고 있으며 천 페이지가 넘는 시리즈의 서문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는 나니아 연대기보다는 흥미가 덜 한지라 나머지 두 권은 다음 기회에 읽어볼 생각이다.

#침묵의행성밖에서 #CS루이스 #SF #서평 #도란군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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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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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서 집과 가족을 모두 잃는 비극을 겪고 희망을 찾아 아메키라 대륙의 북부도 발걸음을 옮겼던 로런은, 자신과 뜻을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과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자신이 만들어낸 종교 '지구종'을 토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부에 연인이 가지고 있던 땅과 주택을 기반으로 작은 공동체를 일구게 된다. 평화와 신앙을 모토로 시작된 이 공동체는 고통받고 갈 곳 없는 소수자 집단의 피난처가 되어 준다는 소문이 나며 인원과 규모가 커지게 된다. 늘어나는 노동력을 기반으로 경제력이 커져가는 공동체의 위상에 고무된 로런과 공동체의 창립 멤버들은 지구종의 전파와 평화로운 삶이라는 희망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백인을 중심으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주장하는 극단적 보수주의자 종교인 후보인 재럿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 그는 소수자와 비주류 집단을 좌시할 생각이 없었고 규모와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로런의 공동체는 공포와 통제를 수단으로 위계질서를 확립하는 대통령의 공개적인 표적이 된다. 지구의 인류를 변화시켜 우주로 진출하고자 하는 로런의 숙원은 무사히 지켜질 수 있을 것인지...

거의 30년 전에 쓰인 이 소설이 최근에 주목받은 이유는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빌런인 미국의 대통령과 누군가의 유사성 때문이다. 나는 그 누군가가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사람뿐만이 아니라, 위계의 정점에서 잘못된 권력을 휘두르는 모든 인간들이라고 생각한다. 버틀러는 이런 위계에서 비롯되는 인류의 권력욕의 본성에 큰 흥미를 가졌고, 이를 경계하고자 했다. 인류 사회의 대부분의 부작용이 이 '위계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다고 본 것이다. 이를 타파하고자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버틀러는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비관적이고 음울한 미래를 보여주며 우리가 변화하지 않으면 그 꼴이 날 거라고 말이다. 로런이 멸망 직전의 지구에서 생존하기도 바쁜 인류에게 우주로 나아가 인류의 씨앗을 뿌리자는 종교를 전파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인류의 발전에 있어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로런은 이 변화의 과실을 인류의 우주 진출로 정의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인원이 수용 가능한 성간 우주선을 만들 수 있는 발달한 과학 기술과, 전지구적인 자원과 노력을 하나의 목표에 쏟을 수 있는 인류 집단의 결속이 필요하다. 신앙의 충만과 기술과 문명의 발전! 이 얼마나 실용적인가.

그러나 버틀러는 로런의 삶을 긍정적으로만 묘사하는 것은 아니다. 로런은 고난의 시절에 낳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딸을 키울 소중한 기회를 남동생의 훼방으로 상실해버렸다. 남동생이 이런 행동을 한 데에는 여러 복잡한 이유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로런의 종교에 대한 남동생의 불신 때문이었다. 로런의 딸은 무사히 자라나 결국 지구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거대 종교로 성장한 지구종의 교주인 어머니를 만나게 되지만, 그녀는 자신을 포함한 여러 사람의 불행과 고통이 엄마의 종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면서 동시에 딸의 어머니를 이해하고자 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소설은 로런은 결국 지구종이 목표를 이루어내는 것을 보지 못하며 마무리되었지만, 그녀의 딸과 손자와 자손들이 인류의 우주 진출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혜택은 결국 로런과 같은 선구자들의 혜안 덕분이 아닐까?

#은총을받은사람의우화 #옥타비아버틀러 #SF #서평 #도란군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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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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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문학을 즐겨 읽는 나는 가끔 좀비로 멸망한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해본다. 아이가 셋이나 있고 별다른 생존 기술이 없는 내가 과연 좀비보다 인간이 더 무서운 무법천지의 세상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상상은 내 머릿속을 잠깐 스쳐 지나갈 뿐인데, 잠깐의 생각이라도 너무나 끔찍한 좀비에게 가족을 잃는 것과 같은 일은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임 없는 쾌락은 어찌나 달콤한지!

그러나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의 배경이 현실과 맞닿아 있어 정말로 그런 세상이 될 것 같다면, 그 세상에서의 나를 상상하는 일은 조금은 진지하고 무서울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환경 오염, 매일 지구 어딘가에서 항상 벌어지고 있는 전쟁, 현대 기술을 잠식하는 AI가 제2의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될 거라는 공포감 등은 근미래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전 지구적인 재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위계와 정치의 통제를 벗어난 인간이 얼마나 야만적이 될 수 있는지는 수많은 역사의 과오가 증명해왔고, 우리는 이런 세상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애쓸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열다섯 살 소녀 로런이 사는 세상이 그렇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지속된 경제 위기로 2024년 미국은 무법지대가 된다. 마약과 총, 살인과 방화와 매춘이 득세한 세상에서 인간들은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장벽을 둘러싸는 것으로 삶을 이어나간다. 로런은 어머니의 약물 남용으로 '초공감증후군'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이 병은 본인이 인지하는 고통이나 쾌락 같은 타인의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병이다. 험난한 이 세상에서 초공감증후군이란 큰 약점이 되기에 로런은 이 병을 숨기고 위해 노력해왔고, 다른 사람보다 더더욱 모든 이가 고통받지 않고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꿈꾼다. 그녀는 또한 인류가 미래와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변화'를 신으로 믿는 지구종(Earthseed)을 만든다. 그녀는 믿음과 교리를 글로 기록하고 이 종교가 세상에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한편으로 그녀는 장벽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장벽 밖으로 나가고자 한다. 고립 상태에서의 완전한 자립과 물리적으로 완벽한 장벽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풍의 눈처럼 불안한 평화가 지속되던 장벽 안에서의 삶은, 조그마한 빈틈을 비집고 들어온 광기와 폭력에 여지없이 무너진다. 외부인의 약탈과 살육과 방화로 모든 가족을 잃은 로런은 결국 장벽 밖으로 내몰리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지구종의 믿음을 품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고난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이 소설을 기획할 때 마법이나 초능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문제가 해결되는 세상이 아닌, 현실성 있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근미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세상 편하게 살고 있는 인류에게 강력한 경고를 가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이 소설에서 그려내는 기후 변화, 환경 오염, 경제 위기, 무너진 공권력과 국가, 거대 자본을 앞세워 노동자를 착취하는 대기업,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사회의 풍경은 좀 과장하면 현실의 2026년의 그것과 동일하다. 그래서 이 소설의 서사는 다중적일 수밖에 없다. 로런을 포함한 인간들의 다채롭고 제각각인 생존기와 지구종 종교의 창설기, 지구의 멸망기라는 진중하고 복합적인 이야기는 그녀의 뛰어난 문장력과 유려한 내러티브로 화려하게 빛난다.

그날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인간이 우주로 나가서 인류의 씨를 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를 창시하는 꿈을 꾼다는 것은 얼마나 황당무계한가? 아니, 그렇지 않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당신도 지구종의 교인이 될지도 모른다.

#씨앗을뿌리는사람의우화 #옥타비아버틀러 #포스트아포칼립스 #서평 #도란군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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