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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과 문학 ㅣ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W. G. 제발트 지음, 이경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독일어 원제목은 ‘Luftkrieg und Literatur’으로 ‘공중전’으로 번역된 ‘Luftkrieg’는 ‘공중의 군사력을 이용해 적의 군사력이나 도시를 공격하는 전쟁의 한 형태’를 의미하며, 책 내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불리한 전황을 극복할 거의 유일한 방책으로서 적대국에 가했던 무차별적 폭격 작전을 뜻한다. 1943년 7월의 영국 공군의 ‘고모라 작전’은 군사시설의 정밀 타격이 아닌 한 도시 일대의 완전한 파괴를 목표로 함부르크를 폭격하였으며 단 하루 밤 사이에 4천 파운드의 폭탄의 투하로 약 4만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수십만 번의 출격으로 이어진 이 공중전으로 100만 톤 이상의 폭탄이 투하되었고, 타겟인 131개 독일 도시 중 몇 도시가 완전히 붕괴되고 약 60만명의 독일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숫자 몇 개로 축약된 이 짧은 사실의 나열 속에 담긴 무서울 정도로 잔혹함은 인간의 본성이 결국은 사악한 것이 아닐까 라는 강한 의심을 갖게 한다.
여하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고 도시가 파괴되었지만 독일은 그 어떤 항의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들이 행한 원죄가 있기 때문에. 하지만 너무나 아이러니한 것이, 희생된 독일 민간인 중 상당수는 ‘나치’와 무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원혼은 누가 달래주나? 그럼에도 독일 사회는 부끄럽고 잊고 싶은 과거를 재건되는 도시의 땅 아래에 묻어버리기 위해 집단적인 망각을 선택했으며, 문학계는 이에 동참하며 큰 전쟁을 겪은 나라에서 흔히 나타났던 ‘전후문학’을 생략하는 태도를 취했다. 바로 이 점을 제발트는 비판한 것이다. 누군가를 폭행해서 죄값을 치루게 된 가장이, 자신의 죄가 부끄럽다고 하여 불의의 폭행의 피해자가 된 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을 윽박지르며 막는 것이 맞는가? 수많은 군인들과 유대인인, 독일과 영국과 프랑스 등의 민간인의 죽음은 ‘인간이 만들어낸 괴물인 전쟁’으로 인한 필연적인 폭력과 파괴의 희생양으로서 구별 없이 추모 받아야 마땅하며, 그 원이 된 인간의 폭력적인 본성은 비판 받아야 마땅한 것이며, 이 추모와 비판의 도구로써 문학이 기능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제발트가 평생을 거쳐 추구해온 길인 것이다. 아우슈비츠와 공중전을 겪고도 자성하지 않는 인류에게 드는 준엄한 채찍질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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