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상 가장 독창적인 작품 형식인 ‘산문설화’를 창조한 독일문학의 거장 제발트의 독창적인 작가 비평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장 자크 루소를 빼고. 그러나 루소가 시대의 뛰어난 사상가이자 철학자이면서 동시에 소설가이자 작곡가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멜랑꼴리한 상실과 파괴라는 제발트적 특성과 묘하게 어울리는, 시대와 현실에 어울리지 못하고 우울로 고통받았고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머물렀던-문학사에 있어서도 지리사에 있어서도-작가들에 대한 제발트의 무한한 사랑과 애정이 담겨 있는, 비평서라고 쓰고 덕질보고서라고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나름 애서가인 나에게도 생소한 독일문학사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여기에는 중세 서민들의 유일한 읽을거리였던 이야기가 담긴 달력 제작가와 극사실주의 화가도 포함되어 있다-에 대해 제발트는 어떻게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일까? 언뜻 보기에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이 6명의 인물들은 자신의 작품을 창조하는 행위에 있어서 타협이 없는, 일종의 장인 정신이 깃든 수고스러운 수공예 작업을 고집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왜 평범한 삶을 포기했을까? 그것은 그들의 타고난 성정 때문일수도,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고 거부한 시대의 핍박 때문일수도 있다. 그들은 이런 현실의 도피처로 ‘전원’을 선택했다. 정신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안식처로서의 전원. 그러나 전원은 정신의 고통과 우울의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사경을 헤매는 불치병 환자에게 투여하는 모르핀과 같이 그들의 정신을 잠시간 고통에서 잊을 수 있게 해줄 뿐이다. 그들은 이 잠깐의 평온 속에서 필사적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평범한 삶에서는 결코 작품을 탄생시킬 수 없는 예술가의 아이러니! 이제 중2밖에 안된 미술로 예고 입시를 준비하는 큰딸마저 ‘피곤하거나 우울하거나, 아무튼 정신적으로 극단에 몰린 상황에서만 그림이 잘 그려진다’고 푸념하는 예술의 고통!평범한 우리 인간들은 참으로 다행이며 행복할지어다. 정신의 살을 도려내 가며 철저한 몰입과 예술혼으로 완성시킨 그들의 작품을 우리는 이토록 평온하게 읽을 수 있으니.#전원에머문날들 #제발트 #WG제발트 #독일문학 #문학동네 문학 책 산문설화 책리뷰 책읽기 독서 독서리뷰 도란군 서평 도란군의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