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아니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대를 크게 한 것도 아니어서 그저 중간정도만 하면 참고 넘어가줄려고 했는데, 대니 보일..실망이다. 아무래도 트레인스포팅 같은 영화를 다시 만들 수는 없겠는가 보았다. 아, 그래도 몇몇 장면에서는 정말 감탄이 터져 나오긴 했다.

사람을 좀비로 만들어 버리는 바이러스의 창궐로 폐허가 되어버린 텅빈 도시를 그린 장면은, 그 정적에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 영화가 시작한 지 20분도 채 되지 않은 그 장면이 그러나 절정이었고, 그 이후로는 쭈욱 쭈욱 하강곡선만 그리다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던 최악의 결말을 남기고 영화는 끝이 난다.

우연히 살아남은 한 쌍의 젊은 남녀와, 부녀가 우연히 잡힌 라디오 방송을 듣고 생존자들을 찾아 떠나는 것까진 뻔하긴 했지만 괜찮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 아닌가. 게다가 그 아버지가 시체에서 떨어진 핏방울이 눈에 떨어져 죽는 장면은 얼마나 멋졌는가.

 그러나 생존자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곳에는 아홉 명의 군인 남자들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여자가 우리의 미래다. 여자 둘을 넘겨라. 그러자 그들과 일행이었던 남자가 훽 돌아버린다. 절대 그럴 수 없다며. 그리고 그는 갑자기 슈퍼맨이 되어서뤼 좀비와 그 인간들 사이에 껴 인간들을 몰살시키고(이게 무슨 미친 짓이란 말인가. 하마터면 그들은 몽땅 다 죽을 뻔했다) 지들끼리 운 좋게도 살아남아서 영국 외의 다른 나라의 구조를 기다린다. 그동안 좀비들은?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다. ㅡㅡ;

이런 영화는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든다. 그 주인공 남자가 그 상황에서 꼭 그 여자들을 군인들로부터 구해냈어야 했는가 말이다. 그렇다면 그 영화가 헐리우드의 고만고만한 러브스토리 피워올리는 액션영화 혹은 재난영화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나라면, 그들을 모두 그 요새에 남게 했겠다. 그러고는 거기 모든 군인과 그녀들을 상관케해서 아이를 갖게 하겠다. 몇 개월 후. 다른 나라들에서 그들을 찾았을 때, 그들은 짐승처럼 살고 있으며 기형아를 조산하여 키우고 있는 차라리 좀비만도 못한 한 무리의 인간을 찾을 수 있게 했을 거다. 나는 해피엔딩이 싫다. 생각할수록 찝찝한 영화가 좋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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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kitchen 2004-01-0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 엔딩이 싫거나 말거나, 찝찝한 영화가 좋거나 말거나..넌 이제 영화 보지 마라. 이 영화엔 두 가지 결말이 있던 거였단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 가기 전에 충격적인 또 하나의 엔딩이 준비되어 있던 거였단다. 극장에선 그랬다니까, 아마도 DVD에선 장면을 선택하는 게 있거나, 극장에서처럼 크레딧이 나오는 중에 다시 영화화면으로 돌아가거나 했겠지. 근데 나는 그 사실을 영화를 다 보고 DVD를 반납하고 난 오늘에야 알게 됐다. 배드엔딩이 따로 있다니 갑자기 영화가 너무 괜찮았던 것 같으니, 이걸 다시 빌려 봐야 하나...

icaru 2004-04-2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비디오로 봤거든요...군에서 휴가 나온 남동생이...군에서부터 벌써 보리라 다짐 두었던 영화라믄서..해서 봤는데...

그 아버지가 시체에서 떨어진 핏방울이 눈에 떨어져 죽는 장면은 얼마나 멋졌는가.

저도 이 장면이 가장 남는걸요.....

아...그리고 비디오에는 베드엔딩이 있습니다...주인공 남자가 꼴까닥 하는거죠...뭐 벌써 보셨으리라.^^..이건 스포일드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