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도서정가제가 풀린 후에 사려던 책을 이번에 5만 원 적립금도 받고 해서 기분이다 싶어 샀더니..돈으로 물르고 싶다. 이거랑 같이 끼워팔기로 들어온 모랫말 아이들까지 같이. 이 책들을 나는 장장 11일에 걸쳐 읽었다. 이는 장길산 한 질을 읽은 기간과 맞먹는다. 황석영에게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아니다, 나에 앞서 황석영이 우리에게 이러면 안 된다.
내가 읽은 이, <심청>은 기획력과 자료만 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을 소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젊은 신인 작가가 썼다면 아주 죽이는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을 매력적인 소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황석영은, 의뢰받은 자서전 전문 작가처럼 꾸려 나가고 있다. 황석영이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건 나 뿐인지, 평론가들이고 뭐고 칭찬 일색이다.
황석영은 몇 달 전, 중앙일보의 이문열과 대담으로 엮은 특집 기사에서 자기는 한창 때 옥살이를 해 돈벌이는 영 시원찮았다, 그 동안 이문열 씨는 돈 많이 벌어두지 않았냐, 이번 삼국지도 내 책이 도서정가제에 묶여 이문열 씨 꺼보다 덜 나가지만 그래도 제법 나가는 편이다..라며 돈에 대해 제법 솔직하게 얘기를 했었는데 나는 그게 나빠보이지 않았다. 어, 솔직하군, 역시 황구라다워. 솔직해서 좋잖아, 그랬다. 그래서 나도 솔직하게 말하는데, 돈 아깝다..제길..
이 책도 마찬가지. 책으로 엮일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엮었어도 두 배는 되게 엮을 것이지 달랑 이렇게 열 편 남짓에 책 값은 6,500원이라니! 공짜로 딸려 온 것이기에 망정이지 땅을 치며 후회할 뻔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