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니소스 - DIONYSOS(BACCHUS)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로, 술에 취하게 하는 힘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의 신, 문명의 촉진자, 입법자,그리고 평화의 애호자로 여겨지고 있다.
후기 그리스 세계(헬레니즘)의 최대의 신.

중국의 전설적 현군 순임금은 처음으로 술을 맛본 뒤 그 맛에 경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장차 이로 인하여 망하는 자가 있으리라."
오곡백과를 신의 작품이라고 한다면, 오곡백과로 빚은 맛있는 술 역시도 신이 내린 것이 아닐수 없다. 술을 마시면 인간의 육신은 그대로이되 정신은 아득한 딴 세상으로 가서 헤매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된다.
그 옛날
데메테르를 섬기고 아프로디테를 섬기던 지중해 사람들은 이것이야말로 신이 내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멀쩡한 사람이 정신이 나가 헛소리에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면 우리는 그 사람을 미쳤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는 미친 사람을 마이나스(mainas;복수mainades)라고 했는데, 이는 영어 mad의 어원이다.
그러나 그리스에서의 마이나스는 오늘날의 미친사람이 아니고 바로 술의 신을 섬기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하나같이 여자들이었다.

미친사람 마이나스들은 술에 취하고 율동적인 음악에 취해 군무를 추었다. 겨울에는 지난 한해의 풍요로운 결실을 바코스에게 감사하고, 봄에는 새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춤을 추었다.
모두가 술에 취하여 그들은 스스로를 '바코스의 여인들'이라고 부르며 신과의 일체감을 노래했다. 그리고 드디어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어린 소년의 사지를 갈가리 찢어죽였다! (고대 지중해인들은 그것이 미친 짓임을 깨닫게 된 이후로는 소년을 죽이지 않고 그저 채찍으로 후려쳤다고 한다.)
그러나 이 미친 짓에도 이유는 있었다. 마치 씨앗이 땅 속에 묻혀 새싹을 틔우듯 사람의 사지를 땅에 묻음으로써 자연의 재생산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주술적인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바코스는 그리스에서 디오니소스라고도 불리었다. 이는 뉘사는 제우스라는 뜻으로 ('뉘사'는 인도에 있는 산 이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그리스에서 제우스 뺨치게 인기가 높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름이다.
신화에 나오는 디오니소스의 일생은 이 광기 어린 술의 신을 그리스가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진통이 심했던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신화 속에서 인간의 여인 세멜레와 신들의 왕 제우스의 아들로 태어난 인간이었다. 그리고 일생의 대부분을 그리스 안팎으로 유랑하면서 자신의 신앙을 전파하고 다니는 데 바쳤다.
이름 높은 두명의 지방 군주(리쿠르고스와 펜테우스)가 온 고을의 여자들을 발광시키는 이 종교를 박해하다가 '미친 여인들'에게 찢겨죽었다.
절제와 이성의 신 아폴론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기원전 5세기에 디오니소스는 마침내 올림포스의 열두 신의 자리에 추존되었다.
사람들은 화롯불의 여신 헤스티아를 빼버리고 자유와 광기의 신을 그 자리에 앉혔다.
바야흐로 하늘엔 아폴론, 땅엔 디오니소스의 형국이 전개된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고 추궁하는 아폴론의 냉엄한 눈빛에 주눅이 들어있던 아테네 사람들은 해마다 3월의 디오니소스 제전이 오면 아크로폴리스에 모여 닷새 동안 흐드러지게 마시고 놀면서 주신과의 일체감을 만끽했다.
니체는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그리스 예술의 양대 원천이라고 했다.
그리스 조형예술이 간직한 절제와 균형의 미가 아폴론적인 것이라면, 그리스의 시에 담긴 격정과 광기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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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7-03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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