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워커홀릭 - Walk-O-Holic
채지형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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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참 부럽기만 한 사람이다. 요즘의 여행서 답게 책은 너무너무 예쁘고 감각적이다. 이미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에 책을 두세권 냈고 전문 일간지 기자로 글쓰기를 연마했고 유수 IT 회사에도 몸 담았으며 여행잡지 객원기자로 활동했던 그녀의 세계여행이 책으로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세계여행을 떠나고 돌아온 모두가 떠나는 것이 바로 용기, 라고 하지만 역시나 돌아와서를 걱정할 때 가기 전에 커리어를 만들어 두고 가는 것이 삶을 지속할 용기, 라고 말하고 싶다. 그녀가 말했듯 일년이라는 시간은 80평생 중 1/80밖에 안되는 시간이고 내가 이 땅에서 살아야 할 시간은 1년의 80배일테니까 말이다. 

그저 감성만 담은 여행기가 아니라 실제로 그녀가 짠 계획, 가장 궁금한 "얼마면 세계여행을 갈 수 있나요?" 부터 준비물과 절차들이 세세하게 나온 후 그녀의 첫번째 여행지 아프리카부터 시작한다. 영어는 필요없다고? 아프리카 트럭킹을 통해 세계인들과 어울리려면 역시나 앤간한 영어는 필수다. 영어는 공부할 과목이 아니라 이제는 나의 마음을 전하고 다른 이의 마음을 듣기 위한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난 이런 여행기들 쓰는 사람들이 현실은 현실이라고 좀 짚어 줬으면 좋겠다. 물론 눈치코치 손짓발짓 열린 마음만 있어도 60%는 가능하다고 다녀온 누군가가 그러기도 하더라만은... 아무리 여행의 기본은 열린 마음이라고 할지언정... 엣휴 - 아무튼, 정말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강하게 다시금 느낌 ...

아무쪼록 1년의 시간동안 쉬기보다는 걷고 걷기 보다는 대화를 나누고 사람들을 만나고 교통하고 교감하며 그렇게 돌아다닌 시간이 오롯이 담겨있다. 사진이 멋질 것 같은데 빈티지 느낌을 내느라고 색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느낌이 들어 좀 아쉽다. 

두꺼운 종이의 두껍지만 가벼운 책이다. 양장본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 세계여행을 떠나며 들고 가기엔 조금 무겁고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꿈속에 머물기에는 딱 좋은 책이다. 다음번에는 이미지에 현혹되지 않는 텍스트로 그녀만의 여행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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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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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 드라마를 봐도 영화를 봐도 소설을 봐도 일맥상통하는 흐름이 있다.
소시민들이 살아가기 힘든 사회, 잘나가는 사람들에 비교당해 위축되고 슬프지만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당신이 더 행복해, 내지는
그렇게 힘들어도 결국은 작은 행복을 찾게 되잖아, 랄까.

모두가 원하는 행복은 다르고 마지막에 당신이 빙그레, 하고 웃게되는 이유도 모두 다를께다. 그러니까 기운내고 열심히 살아, 랄까.

모두가 좋아하는 요시다 슈이치, 여전히 난 그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 이번 소설은 그래도 주억주억 고개를 끄덕거리며 조금은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더랬다. 요시다 슈이치의 첫사랑 온천이 다음 볼 책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책은 어떨런지...

모든 단편들마다 등장하던 두 꼬마아이의 윤곽이 끝에 가서 드러날 때 조금 두근두근거렸다. 우리는 모두 이렇게 얽히고 얽혀서 서로를 보듬어 주고 내가 했던 그때 그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히지 않는 그런 행동이 되곤 하는걸까. 우리나라와 참 많이 닮아있는 사회의 현실. 우리나라 소설 속 주인공들이 무언가 대단한 사람들이고 뚜렷한 캐릭터가 있어 갈등을 잦아낸다면 일본 소설의 캐릭터들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며 모두가 갖고 있을 법한 갈등을 안고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유독 그것이 뚜렷하지 싶다. .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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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의 연인
아사다 지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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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이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아사다, 로 검색해서 알았다. 그래도 지금이 8월이니 나온지 2달 되었구나. 다행이다.

장미 정원. 내가 읽어본 지로의 단편은 이것 하나 뿐이다. 호흡이 긴 이야기들을 주로 읽다가 단편을 읽으니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 장미 정원은 그래도 단편 + 중편 이었던 것에 비해 이 책은 정말 단편들이다.

-월하의 연인
-한여름 밤에 생긴 일
-고백
-적당한 아르바이트
-소슬한 바람
-잊지 못할 여인숙
-검은 숲
-회전문
-동거
-그대를 만나고 싶어요
-겨울여행

월하의 연인이라 하니 야자와 아이의 하현의 달이 떠오른다. 환상적인 스토리라는 점에서 분위기도 비슷하다. 무섭고, 섬뜩한 것을 읽지 못하는 나인데 지로는 다르다. 현실속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라 등골이 아찔해져야 마땅한데 귀신을 귀신이라 부르지 않는 지로이기 때문일까? 전혀, 조금도 무섭지가 않았다. 그리고 지로 특유의 따스함,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존중은 정말이지 감탄스럽다.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친구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 사람이 살아온 과정을 알아가면 현재가 이해되고 그러면 미래도 왠지 느껴질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단편들 거의가 열린 결말이다. 뒤쪽으로 갈수록 결말이 열려 있어서 몇번이고 다시 읽기도 했다. 뭐지? 뭐지? 내가 빠뜨린 부분이 있었나? 책은 독자와 작가가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것, 누가 얘기했던가? 정확하게 지로가 의도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장미정원과도 다르고 그 전의 흥미진진한 모험담과 조직폭력배의 코미디 감동 실화류도 아니다. 신비로움, 열린 결말, 판타지. 태그를 붙이자면 이쯤 되려나?

그래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여전히 깔려있다.

여태까지와는 조금 다른 아사다 지로의 새로운 단편집.
여전히 난 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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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세트 - 전2권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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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마에게서 빌린  이 책의 앞장에는 상마가 그리 써두었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은 뭘까? 라고.
하도 띄엄띄엄 읽은 덕분에 내용 역시도 띄엄띄엄 약간의 이미지만 남아있는 이 책. 츠지의 후기를 읽고 나는 조금 정리가 되었다. 이 책은 '한일 우호의 해'를 기념해 만들어진 책이다. 그러한 사정을 알고나니 이 책은 전혀 연애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고 홍이와 준고의 이야기가 마치 한국과 일본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두 사람 연애의 시작도, 싸움도, 불화도, 헤어짐도, 그리고 다시 만나 확인하는 옛 감정도. 그리고 그 옛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거쳐야 할 사과와 화해의 과정 역시도. 홍이와 준고가 일본의 역사적 사실들로 인해 마지막 크게 싸우고 헤어졋던 것처럼, 한국과 일본도 ... 라고 말하기엔 조금 비약이 크다.

지금, 일본은 사과를 거부하고 있고 한국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CNN의 투표가 여러가지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또 다시 한국과 일본 네티즌들의 힘겨루기 한판이 되어버렸듯 한국과 일본은 또 다시 옛 일을 두고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홍이와 준고는 결국 화해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다시금 경계와 냉정한 분위기로 휩쓸려 가고 있다. 되돌리기 힘들 강을 또 한번 건너고 있다.

국가와 개인은 엄연히 달라서 준고와 홍이가 꼭 한국과 일본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자꾸자꾸 이 책의 두 연인들이 한국과 일본인 것만 같았다. 준고가 홍이가 떠나버린 7년 동안 반성하고, 후회하고, 애닳게 기다렸듯이 일본도 되돌아봐주고, 반성하고, 화해를 청하면 좋을텐데, 라는 것은 한국인인 나의 생각이겠지.

국가를 떠나서 내가 좋아하는 츠지군. 공지영씨와 주고받으며 써내려간 이 책은 비슷한 형식으로 써 내려져간 냉정, 열정과는 느낌도 많이 다르고 방식도 좀 다르다. 두 국가가 다른 작가들의 작업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겠다,라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 츠지의 후기에서도 말했듯 말이다. 둘다 서로의 개성은 살리면서 작업했으나 ... 글쎄. 츠지는 주로 옛일을 적고 홍이는 현재에 대해 언급한다. 컨셉인가~? 내가 띄엄띄엄 읽은 탓인지... 이렇게 둘이 만나서도 결코 행복하지 않겠단 생각이 드는 것이, 칠년 동안 둘다 성숙해졌겠지만 20대 초반의 기억만 가지고 20대 후반의 현실에 부딪히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하는 생각.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남은 것은 결국 미련이었다, 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 결국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별' 인가 보다. 사랑 후에 남는 것은. 사랑 후에 남은 미련에 또 다시 만나도 결국 결론은 같다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보다. 상황은 사람을 변하게도 하지만 변한 상황은 그 때의 감정을 불러주지 않으니까.

그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조금 상하게 한 어느날 밤, 쉬이 잠이들지 못한 채 스탠드를 켜놓고 이 책을 읽었더랬다. 마침, 책 속의 두 연인도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며 끝으로 향해가고 있더라. 더욱 마음이 상하다가 느지막히 잠이 들었다. 그 때, 이 부분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했다 안 했다 라는 싸움이 끝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이 관대하게 양보하는 여유와 배려가 필요했다"

사랑은 어차피 불공평하고 최대한 냉정하게 생각해서 잘잘못을 따진 후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빨리 사과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참 힘든 일. 서로 보듬어 주기도 힘든데 서로 상처주기 바빠서는 안되니까. 시간이 아까우니까.
그러니까, 이런 일 자체가 서로에 대해 굉장한 믿음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런 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난 가끔 궁금하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연애가 가능한지.

아무쪼록, 츠지군 이번엔 별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진 않았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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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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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방금 책을 다 읽었다. 백원담의 역자 후기를 읽기도 전에 냉큼 적어두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찔끔찔끔 읽을 수 없는 책이 있다. 벽제에서 광화문으로 오는 703번 버스 안에서 몇번이고 눈시울을 붉히다가 냉정을 되찾고 지금까지 쭈욱 다 읽어내려갔다. 아, 한스러운 인생이여.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 나서 그 개운했던 기분. 가난이 일구어낸 애절한 아픔과 그러면서도 웃음을 잃지않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토록 개운했을리가 없는데. 신기하기도 하지. 정말 위화에게 한번에 반해버렸었던 책이 바로 허삼관 매혈기였다.

살아간다는 것, 영화 인생으로 제작됐던 작품이다. 인생은 보지 않았지만 안보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책으로는 그저 상상일 따름이지만 직접 봤을때의 그 처절함은 쉬이 감당할 수 없는 그것이리라. 내가 겪어보지 못한 가난, 배고픔, 굶주림, 그리고 죽음. 역사의 뒤웅박에 흔들린 인생. 그래도, 살아있다, 살아간다, 살아진다. 내 생각에 원제목인 活著는 살아진다, 가 아닐까 한다. 내 의지로 살고 있는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살아지니까 살아지는거다. 죽을 수 없어서 살아지니까.

그래도 사람의 훈훈함이 있다. 중국어로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명쾌한 문체에 딱딱 떨어지는 문장들. 경쾌하기까지 하다. 어긋나지 않는 비유들, 문학적인 아름다움이라고까지 할 순 없지만 가슴이 메인다. 아주 짤막하게 가슴이 메인다.

"나는 안다. 황혼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두운 밤이 하늘로부터 내려오리라는 것을. 나는 광활한 대지가 바야흐로 결실의 가슴을 풀어헤치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부름의 모습이다. 여인이 자기 아이들을 부르듯, 대지가 어두운 밤이 내리도록 부르고 있는 것이다."

-294p <살아간다는 것> 위화.

좋은책, 고맙습니다. 소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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