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세트 - 전2권
공지영.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상마에게서 빌린  이 책의 앞장에는 상마가 그리 써두었다. "사랑 후에 오는 것은 뭘까? 라고.
하도 띄엄띄엄 읽은 덕분에 내용 역시도 띄엄띄엄 약간의 이미지만 남아있는 이 책. 츠지의 후기를 읽고 나는 조금 정리가 되었다. 이 책은 '한일 우호의 해'를 기념해 만들어진 책이다. 그러한 사정을 알고나니 이 책은 전혀 연애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고 홍이와 준고의 이야기가 마치 한국과 일본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두 사람 연애의 시작도, 싸움도, 불화도, 헤어짐도, 그리고 다시 만나 확인하는 옛 감정도. 그리고 그 옛 감정을 확인하기 위해 거쳐야 할 사과와 화해의 과정 역시도. 홍이와 준고가 일본의 역사적 사실들로 인해 마지막 크게 싸우고 헤어졋던 것처럼, 한국과 일본도 ... 라고 말하기엔 조금 비약이 크다.

지금, 일본은 사과를 거부하고 있고 한국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CNN의 투표가 여러가지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또 다시 한국과 일본 네티즌들의 힘겨루기 한판이 되어버렸듯 한국과 일본은 또 다시 옛 일을 두고 서로를 경계하고 있다. 홍이와 준고는 결국 화해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다시금 경계와 냉정한 분위기로 휩쓸려 가고 있다. 되돌리기 힘들 강을 또 한번 건너고 있다.

국가와 개인은 엄연히 달라서 준고와 홍이가 꼭 한국과 일본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자꾸자꾸 이 책의 두 연인들이 한국과 일본인 것만 같았다. 준고가 홍이가 떠나버린 7년 동안 반성하고, 후회하고, 애닳게 기다렸듯이 일본도 되돌아봐주고, 반성하고, 화해를 청하면 좋을텐데, 라는 것은 한국인인 나의 생각이겠지.

국가를 떠나서 내가 좋아하는 츠지군. 공지영씨와 주고받으며 써내려간 이 책은 비슷한 형식으로 써 내려져간 냉정, 열정과는 느낌도 많이 다르고 방식도 좀 다르다. 두 국가가 다른 작가들의 작업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겠다,라는 것이 느껴지는 부분. 츠지의 후기에서도 말했듯 말이다. 둘다 서로의 개성은 살리면서 작업했으나 ... 글쎄. 츠지는 주로 옛일을 적고 홍이는 현재에 대해 언급한다. 컨셉인가~? 내가 띄엄띄엄 읽은 탓인지... 이렇게 둘이 만나서도 결코 행복하지 않겠단 생각이 드는 것이, 칠년 동안 둘다 성숙해졌겠지만 20대 초반의 기억만 가지고 20대 후반의 현실에 부딪히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하는 생각.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 남은 것은 결국 미련이었다, 라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 결국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별' 인가 보다. 사랑 후에 남는 것은. 사랑 후에 남은 미련에 또 다시 만나도 결국 결론은 같다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보다. 상황은 사람을 변하게도 하지만 변한 상황은 그 때의 감정을 불러주지 않으니까.

그의 말 한마디가 마음을 조금 상하게 한 어느날 밤, 쉬이 잠이들지 못한 채 스탠드를 켜놓고 이 책을 읽었더랬다. 마침, 책 속의 두 연인도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며 끝으로 향해가고 있더라. 더욱 마음이 상하다가 느지막히 잠이 들었다. 그 때, 이 부분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했다 안 했다 라는 싸움이 끝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이 관대하게 양보하는 여유와 배려가 필요했다"

사랑은 어차피 불공평하고 최대한 냉정하게 생각해서 잘잘못을 따진 후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재빨리 사과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참 힘든 일. 서로 보듬어 주기도 힘든데 서로 상처주기 바빠서는 안되니까. 시간이 아까우니까.
그러니까, 이런 일 자체가 서로에 대해 굉장한 믿음과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런 일,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난 가끔 궁금하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연애가 가능한지.

아무쪼록, 츠지군 이번엔 별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진 않았고, 다음 작품을 기대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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