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살인사건

맛있는 살인 사건 ㅣ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 1
리타 라킨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3월

왠지 모르게 괴팍하고 기괴한 모습의 표지, 역자 말대로 ‘촌스러운’ 책표지가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맛있는 살인사건>은 제목 그 자체로 뭔가 입맛을 다시게 하는 책이다. 어찌 살인사건에 ‘맛있는’이란 수식어가 붙을 수 있을까? 분명 유쾌하고 참신한 추리소설임이 오롯이 느껴졌다. 그런데 추리소설 속 ‘미스 마플’을 꿈꾸는 색다른 사설탐정 캐릭터의 탄생이 흥미로웠다. 노인 전문 할머니 탐정이라~ 기발하지 않는가!

평균 일흔을 넘긴 까칠까칠한 할머니 탐정단, ‘글래디와 글래디에이터’는 노인 전문 할머니 탐정, ‘글래디 골드’와 두 살 아래 여동생 ‘에비’ 그리고 이웃한 친구들 ‘소피’(공주병 할머니), ‘아이다’(고집붚통 불평꾼) 그리고 ‘벨라’(보청기를 끼지 않는 사오정 할머니) 네 명의 글래디에이터로 구성된 사설 탐정단이다. 일단 일흔을 넘은 노인들의 일상, 활약상을 통해 늙음에 대한 편견이 와장창 깨져버리는 순간, 그 속에서 유쾌함을 즐길 수 있었다.

연이어 생일 전날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하지만 자연사일 뿐 어떤 의문도 제기되지 않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할머니들의 일상과 개성 넘치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 일상의 반복을 즐기는 모습이 눈길을 끌고, 과연 어떤 전개로 살인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게 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읽다보면,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노인이라는 것을 자꾸만 상기하게 된다. 그만큼 밝고 유쾌함이 압도적인 추리소설이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거둬지기도 전에 피어난 할머니의 로맨스가 웃음꽃을 더욱 만발하게 하였다. 나이를 초월한 핑크빛 사랑의 물결이 할머니의 가슴을 촉촉이 젖히더니, 이내 내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사랑의 설렘과 두려움이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을 잠시잠깐 잊게 하였다. 때론 수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피어나는 할머니들의 ‘즐거운 모습, 생기발랄한 모습’에서 미처 내가 만끽하지 못한 삶의 열정, 희열은 스멀스멀 피어올라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마치 탐정이 된 듯한 기분에 빠져 곳곳에 흩어진 단서들을 찾고, 추리하는 재미가 <맛있는 살인사건> 역시 일품이었다. 특히 추리소설에 빠져 사는 할머니 글래디처럼 나 역시 추리소설에 빠져 과연 살인마는 누구인지, 추리소설 속 탐정들이 말하는 기본 공식을 쫓아 종종걸음을 걷게 되었다. 책 소개대로 ‘유쾌한 생활형 미스터리’ 그 자체였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할머니 탐정단 ‘글래디와 글래디에이터’의 대활약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