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미술 - 르네상스에서 21세기 아시아까지 미술의 탄생과 역사
KBS [다큐멘터리 미술] 제작팀.이성휘 지음 / 예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예술은 그저 고고하고 도도한 것, 속칭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뿐이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미술>을 통해 너무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고차원의 세계라는 편견이 와장창 깨져버리는 순간을 만났다. 특히, 책은 터놓고 말한다. ‘미술은 돈’이라고. 여기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소리지? 하나의 이미지만으로 함축적이고 고차원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높은 성 아니었던가? 그런데 ‘돈?’ 의문 다음엔 곧장 궁금증이 일었다.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미술‘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하게 되었다.

 

처음엔 무척 낯선 구성에 놀랐다. 그 유명한 ‘모나리자’를 이야기하면서 최근 광고에서 많이 듣게 되는 ‘메디치가’의 예술 후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단지 하나의 작품과 짤막한 그림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고 있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와 그의 작품 세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술의 시기별 분류가 ‘도시’라는 공간의 이동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정치, 경제,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었던 ‘예술 수도(피렌체-파리-뉴욕-런던-베이징)’ 중심의 횡적 구성이 가미되어 미술사의 흐름이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와 쉽게 이해되었다. 미술과 그 시대, 그 공간의 역사과 문화, 정치가 어우러져 더 풍성하고 다채롭게 다가와,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그렇게 공간과 시간이 예술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돈’과 미술의 관계엔 물음표가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에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펼치게 되었는데, 첫 머리에 “왜 그토록 많은 예술 운동들이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도시들에서만 그렇게 빨리 일어났을까?(15쪽)하고 묻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다큐멘터리 미술>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핵심이 정확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예술은 고고한 것이라는 편견에 갇혀, 스스로 그 본질, 가치에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아직도 그 천문학적인 거래액엔 입이 ‘떡’ 벌어지고, 여전히 난해함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깊은 감흥은 멀기만 하다. 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우리가 예술에 대해 왜 떠들고, 그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는지 조금은 눈을 뜰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미술>은 시공간 속, 예술, 미술사를 좀 더 쉽게 들려주면서, 그를 통해 자본과 권력, 그리고 시대에 대한 깊은 고뇌와 통찰, 문제 제기와 담론의 확장, 갈등의 증폭과 반발 등등 다분히 인간적인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미술이라는 것이 우리는 비쳐 주는 거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제 우리는 미술이 솔직 담백하게 드러낸 이야기, 우리의 모습에 때론 격분하고 때론 위로받으면 되지 않을까? 미술이 불러일으키는 우리 안의 울림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우리의 삶이 훨씬 ‘괜찮게’ 다가오지 않을까? 맨 얼굴의 미술,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과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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