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역사
마크 스미스 지음, 김상훈 옮김 / 수북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과연 ‘감각이란 것의 역사가 존재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부채질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역사라~ 감각을 역사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것이 참으로 독특하고 신선하였다. 어떤 이론(원리)와 감각의 관계, 그리고 현대성과 관련한 감각이란 주제가 다소 어려운 이야기임에도 끊임없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감각의 과거의 흐름을 다루면서 오늘의 관점에서 감각을 다루는 것은 다소 배제하였지만, 나의 시선을 다섯 가지 감각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소비 조장의 패턴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감각과 ‘현대성’의 관계 속에서 우리 현실에서 ‘감각’이란 화두가 어떻게 적용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 궁금증을 책을 읽는 과정 속에서 말끔히 풀릴 수 있길 기대하기도 하였다.

 

감각과 관련된 의미 있는 역사 정보를 찾아내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세우려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감각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내겐 이 책을 읽는 최우선 과제였다. 나름 계몽주의, 인쇄혁명을 거치면서 ‘시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다른 감각 들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한 역사이지만, 다른 감각들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미각과 정치 권력의 관계, ‘안락함’이란 촉각이 미친 소비 행태의 변화, 민족성과 민족주의로 확대된 후각, 식민지와 통제에 활용된 청각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감각에 대한 역사적 관점들은 미쳐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고, 우리의 감각이 때로는 철저하게 정치, 권력의 속성과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 호기심을 채워주었다.

 

감각이란 것이 하나의 물질적 행위에 국한하지 않고, 역사적, 문화적 즉 ‘문화행위’로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서구적 시각(아니면 중국, 인동 중심의 비서구적 시각)에 다소 편중된 역사 서술에 불만을 토로하려는 순간, 나의 주관적 인식 체계 역시 지극히 서구적 잣대로 저울질 되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감각이란 것이 지극히 개인적, 자의적인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해왔다. ‘감각’에 대한 무지가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의 또 다른 본성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니, 때로는 주관성을 벗어난 감각의 역사적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정치, 문화, 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감각과 역사의 얽힌 관계의 실체를 확인하고, ‘감각’ 속에 인간의 한계와 모순을 인식하는 순간, 인류의 역사 속에 내재된 ‘감각’이란 것이 달리 다가왔다. 수많은 감각 속에 숨어있던 다양한 역사성이 되살아났다. 미쳐 보지 못한 세계에서 벗어나 미쳐 느껴보지 못했던 모든 감각이 일순간 깨어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