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하고 있다 - 한 ‘비전향장기수’의 삶, 그리고 그 삶을 넘어서는 염원
신현칠 지음 / 삼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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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장기수'의 삶이란 부제를 읽은 후, 한 인간의 신념과 의지를 엿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굴곡진 현대사를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으리란 생각도 함께 하였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하고 있다>란 제목이 호기심을 끌고 눈길이 머물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한 권의 책을 읽는데 무슨 용기냐 할 수 있겠지만, 참으로 많이 망설인 것이 사실이다. 고심 끝에, 한 번 읽고보자 결심하였다. 예상대로 쉽지 많은 않았다. 그런데, 책의 막바지에 이르자, 왠지 모르게 뭉굴한 것이 온 몸을 가득 채웠다. 예상대로 한 인간의 세태에 편승하지 않고, 올곧게 변하지 않은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삶의 대한 회한과 삶을 향한 의지와 열망을 솔직담백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저자 '신현칠'은 2009년 현재 93세로서 현존하는 최고령 비전향장기수라고 한다. 또한 2000년 비전향장기수 송환 때 남쪽에 남는 길을 선택한 몇 안 되는 비전향장기수 중에 한 분이라 한다. 그러하기에 이렇게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비전향장기수'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다. 늦어지만, <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하고 있다>를 통해, '비전향장기수'의 의미와 삶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기회를 갖게 되었다. 저자의 자전적 글은 일제시대부터 오늘에 이르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책의 내용의 일부는 1990년대를 전후로, 2003년까지의 글이 소개되고 있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수졸산방에서'에서는 수필 형식으로, 책, 미술(피카소, 추상화),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부 '비전향장기수 송환에는 남은 일이 있다' 속, 공산주의의 몰락 과정의 바라보면서, 그 때의 생각과 '비전향장기수 송환'이후의 남겨진 과제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3부 '50년만의 편지'는 그간 그의 인연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4부 '엄혹의 시대'는 말 그대로 옥중 생활 속 고단했던 삶을 담담하게 전하고 있다. 이 땅에서 공산주의자로서 살아야했던 고단한 삶을 진솔한 이야기로 진실되고 고백하고 있다. 또한 현대사의 아픔(사회안전법에 의한 예방구금을 처음 접했다.)이 한 세기에 달하는 그의 삶 속 깊이 베어있어, 더욱 진한 감동을 전하였다.

 

뜨거운 마음으로 한 시대를 살아냈다. 온갖 시련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정성껏" 살았다.  죽음보다 삶 쪽의 생각으로 가득차다며,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새롭게 태어날 세계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모든 '인간 소외'가 없는 '공동체'가 되기를 염원하기도 한다. 또한 내가 살아온 날에 대한 대가라 여기며 떳떳이 지불하는 마음으로 사는 날까지 "정성껏" 살겠다는 그의 다짐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잔잔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 적잖은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사회안전법에 의한 예방구금으로 인한 옥생활을 두고, 정치적, 권력의 폭력 앞에 '전향'의 거부는 그만의 투쟁이었고, 인간으로서의 위엄을 지키느 일, 인간의 파멸을 막는 유일한 길이었다는 그의 고백에 현대사의 쓰라린 기억에 뇌리에 박히든,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하고 있다> 이 책을 참으로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안일한 삶에 자양분과도 같은 책 <변하지 않는 것을 위하여 변하고 있다>였다. 오래오래 더욱 건강하게  "정성껏" 살아가시길 기도해본다. 나역시 내 삶을 "정성껏" 살아보리라 생각이 스친다. 아니, 온 마음이 "정성껏" 살리라란 생각으로 가득 찬다. 
 







 

문득 역사에 현역으로 참가하지 못하여도 현역의 정신으로 참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까. 시대의 움직임에 대하여 기뻐할 것은 기뻐하고 분노할 것은 분노하고 슬퍼할 것은 슬퍼하면서 사는 것, 비록 싸우지는 못하고 나 혼자의 마음속 일인 것이 못내 슬프지만, 나의 지나온 날도 대개 그러한 것이 아니었던가. 지금은 더욱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

 (머리말11쪽 &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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