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고려왕조실록 -하
한국인물사연구원 지음 / 타오름 / 200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진정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단순히 왕들의 실체만을 알고 싶었을까? 아니다. 왕이 중심이 되는 역사 속에서 그들의 긍정적인 면모를 아주 조금이라도 기대했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을 텐데~. 하지만 <이야기 고려왕조실록 下>를 통해 만난 왕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무신 정권 속 유약한 왕들과 원간섭기의 무책임하고 방탕한 왕들만을 만나고 말았다. '정말 이 정도까지였을까?' 싶은 정도로 너무도 몰랐던 왕들의 실체는 정말이지 알고 싶지 않은 것 일색이었다.

 

지금껏 무신정변기 고력의 역사는 무신들의 권력 투쟁이었다. 그런 반목 속에서 몽고의 침입 그리고 무참하게 폐허가 된 고려, 그리고 고단한 백성들의 삶이 전부였다. 이 책은 이런 역사 관점에서 살짝 고개를 돌리고, 왕 중심으로 왕의 입장에서 서술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물론 허수아비 신세의 왕들은 너무도 유약하였다. 그러면서 권력의 쓴맛을 맛보야했다. 인간의 끝없는 야욕이 빚는 잔혹함과도 마주해야 했다.

 

권력에 맞써 응징하려는 흐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신 집권기 속 끊임없는 전란과 어느 정도 개선의 노력을 보인 왕들의 모습도 보이기는 하지만, 그 힘은 너무도 약했기에 무력했던 인간의 모습만이 가득하다. 무신 경대승이 병으로 죽자, 천민 출신의 이의민이 집권하는데, 명종의 유약함이 작용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폐위와 죽음의 두려움이란 철창에 스스로 갇힌 채, 명종의 선택은 왕권 회복이 아닌 무신집권의 연장이었다. 반대로, 최충헌을 제거하려 했던 왕 희종과 승려들의 음모는 짧지만 긴박감이 느껴지면서 흥미로웠다.

 

내게 있어 기존의 충렬왕은 긍정적 이미지였다. 그런데 "원복속화의 길을 앞당기다"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는 충렬왕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영토회복의 의미가 축소되면서, 몽고 풍속을 강요하는 충렬왕의 언행, 그리고 호복을 입지 않는 대신을 회초리로 때리는 모습 등은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 이후의 왕들의 권력관계, 그리고 충선과 충렬의 갈등, 그리고 고려말을 하지 못하는 왕, 고려를 신하에게 일임하고 원에서 생활하는 왕들, 왕권을 둘러싼 갈등과 싸움 등은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좋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였다.

 

너무 적나라하게 왕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그럴 것이란 기대감에 기분 좋게 책을 들었지만, 그 진실은 너무도 잔혹하였다. 고려 후반의 왕들은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물론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왕의 모습도 있지만, 전체적인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인간적 좌절, 절망에 빠져, 끊임없이 퇴행, 방탕, 무기력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겠다며, 그들을 안타까워해야할까? 몰랐던 역사의 진실은 아주 무자비하고 잔인하였다. 그 속에서 한 자락의 희망을 발견하는 것은 너무도 힘에 부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