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고려왕조실록 -상
한국인물사연구원 지음 / 타오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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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록은 극히 주관적일 때가 아주 많다. 특히 고려사는 더더욱 그러하다. 외침을 맞이하여 기록 자체가 소실되기도 했을 뿐더러

훗날 다시 편찬되는 과정에서 기득권을 쥔 왕조의 이해에 맞게 역사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118쪽, 역사는 오늘도 말이 없다)
 


 

너무도 익숙한 "조선왕조실록"에 비해 "고려왕조실록"은 너무도 생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임진왜란 때, 이미 "고려왕조실록"이 소실되었다고 하니, 고려에 대한 많은 역사는 "고려사""고려사절요"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한다. 불에 타고 없어진 고려 왕조의 역사가 <이야기 고려왕조실록>으로 재탄생되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의 반가움과 설렘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 조선 중심의 편중된 역사때문인지 새롭게 알게 되는 옛 역사와 만나는 것은 언제나 새롭고 항상 기대감에 들뜬다. 이 책은 나의 그런 기대감을 한층 더 부응해주었다. 고려의 역사, 그 잃어버린 역사의 큰 흐름을 꿰뚫고 이해할 수 있었다.

 

고려를 크게 태조왕건을 시작으로 하여, 광종, 성종, 문종 중심의 고려 기틀을 다지는 시기와 무신집권기, 그리고 몽고 침략 후의 원간섭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이 책 <이야기 고려왕조실록 上>권은 태조왕건을 시작으로 예종에 이르기까지 총 16대 왕들을 순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한 두해 정도 집권했던 병약한 양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도 하지 않아 별로 기억에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들을 가깝게 만날 수가 있다. 업적 중심의 역사를 생각할 때, 소홀할 수 있는 많은 왕들이 이 책을 통해 살아난다. 그리고 왕들의 즉위 과정, 피의 역사와도 만나고, 단편적인 역사적 사건들의 앞뒤 배경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정조의 서경천도의 내막, 왕규의 난과 경종의 타락, 강조의 변 등등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권력을 둘러싼 암투 속, 굳건하게 고려의 부국강병의 꿈을 이루고자 했던 광종, 숙종, 예종과 만나면서, 그들의 또다른 면모에 놀랐다. 왕들의 관계, 즉위 배경, 그리고 재위기간의 치세들을 매끄럽게 물 흐르듯 설명하고 있어, 끊어져 있던 흐름과 역사의 맥을 집을 수가 있었다.

 

업적 중심, 단편적 사건 중심의 역사에 치우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그 역사적 사건의 내막 그리고 역사적 의의을 알게 되는 것이 너무도 흥미로웠다. 그 과정 속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기도 하면서 역사의 고리가 일관성있게 연결되어, 고려의 역사를 좀 더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었다.  고려가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야기 고려왕조 실록 下>권의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무신집권기의 왕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원간섭기 시절, 왕들의 이야기는 어떤 것이 숨어있을지? 자뭇 기대된다.

 


 

 "듣건대 새 도낏자루를 다듬을 때에는 헌 도낏자루를 표준으로 삼으며 뒤 수레는 앞 수레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교훈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대개 지난 시기의 흥망이 장래의 교훈으로 되기 때문에 이 역사서를 편찬하여 올리는 바입니다."

(8쪽, '고려사'전문의 내용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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