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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 - 지친 마음을 돌보는 관계 맞춤법
우즈훙 지음, 김희정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2월
평점 :
책의 제목처럼 상담을 해보면 의외로 가족이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친밀한 사이일수록 마음의 상처를 주고 받기가 쉽다고 하는데 가족이라함은 태어나서 만나는 사람의 카테고리 중 (원하든 원치 않든) 가장 친밀하지 않을까. 그리고 가족 안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가족 밖의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 인생에 있어서 가족, 가족 안에서 경험은 정말 중요하다.
무의식 중에 어렸을 때 해결하지 못한 심리적인 부분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뛰어나온다. 알면서도 혹은 나도 모르게. 술을 마시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이 술을 마시게 될 확률이 높고, 아버지를 벗어나려고 해도 아버지와 비슷해진다는 건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렇게 닮게 된다.
저자는 상담을 했던 사람이라 예시를 매우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엄마가 우울감이 있었던 왕강은 그녀의 얼굴에서 성스러운 우울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 저자는 과거의 힘은 매우 강하다고 한다. 많은 경우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인의 모습은 부모를 닮았을 때가 많다고 한다.
[나쁜 엄마에 대한 집착은 위에둥에게 저주와도 같다. 이 저주를 풀지 못하면 위에등은 계속해서 여성에게 반감을 품을 것이다. 다시 좋은 객체를 만나면 이 저주의 일부는 플리겠지만, 반드시 자신도 좋은 객체가 되어야 한다.]
나는 나의 부모에게서 어떤 아빠, 어떤 엄마의 표상을 가지고 있을까? 남편은 어떤 아빠, 어떤 엄마의 표상을 가지고 있을까?나의 남편에게 좋은 객체가 되고 있는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안 중요해요. 중요한 건, 상대가 어떻게 느꼈는가 하는 겁니다. 가정에서는 특히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서 56페이지에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우리는 일어난 일 자체에 집착을 한다. 그러다보면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해결은 될지 모르지만 사람해결은 안 된다. 회사라면 모르겠지만 가족 안에서는 절대 그럴 수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키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잘 키워야 성인이 되어서도 불확실하지 않고 독립적인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꼭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아이는 부모를 보고 큰다. 부모의 말, 부모의 행동, 부모의 가치, 부모의 관계 이 모든 것의 영향을 받는다. 영향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좀 모자란다. 흡수한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나 또한 내 아이에게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지?
요즘은 나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고, 연애를 분석하는 TV프로그램도 나오고, 심리를 분석하는 책도 많이 나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서 분석을 하거나, 상대방에 대해서 분석이 가능하기도 하다. 내가 나의 부모의 어떤 부분을 닮았는지, 나의 문제는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까지이다. 변화까지 가기는 어렵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도 이 책을 보면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러 사례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말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 번 쭉 읽었는데, 줄을 치며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상담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