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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 살아도 우린 행복할 거야 ㅣ 문예단행본 도마뱀 1
박은정 외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흥청망청이라는 단어는 좋은 의미로 쓰인 적을 본 적이 없다. 적어도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나의 문장에 흥청망청과 행복이 함께 있다니, 그리고 표지가 신박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걸까? 15명의 사람이 조금씩 써서 만든 책인데, 다 읽어보니 흥청망청과 행복을 향한 내용들이다.
이름만 보고도 알만한 사람, 글을 읽고 나면 알 수 있는 사람, 글을 읽어도 모르는 사람이 섞여 있는 재미있는 구성은 이 힘든 시기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나? 를 아주 조금은 짐작해볼 수 있었다. 나의 이야기를 16번째로 넣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백영옥작가의 탕진잼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에서는 저 작가가 나인가? 싶을 정도로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고, 무소유를 외치기엔 세상에 너무 예쁜 것들이 많다는 문장에서 정점을 찍었다. 예쁜 물건도 많을 뿐 만 아니라 나에게 없는 물건도 너무 많고, 나에게 필요할 것 같은 물건도 너무 많다는 것, 무언가를 구매하면서 흥청망청 살아도 우린 행복할 거야.
포토 테라피 에시이스트 라는 직업을 가진 장은주작가의 노 스트레스, 장미의 기분이라는 이야기에서는 제어하기 힘든 감정의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응급처치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에 격하게 공감한다. 그리고 친하거나 친하지 않거나 상관없이 아무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을 때 정신차려보면 장미 앞이라는 것. 아무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도 너무 공감한다. 다섯살 아이가 있는 나로서는 그저 공감만 할 수 있을 뿐이지만 그 아이를 혹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위해 무단히 노력한다. 나는 정신차려보면 어디에 있을 때 응급처치가 가능할까?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소설과 에세이를 쓴다는 김나리작가의 불안을 잘게 찧자, 달콤한 나의 탕진잼이라는 이야기에서는 모텔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살아가는, 살아간다는 건 교환의 연속임을, 주로 돈을 빌미로 교환이 이루어지는 고리, 이 고리는 가끔씩 숨이 막히게 할 때가 있다는..... 이 달의 납부를 하고 다음 달의 납부를 준비하기 위해 돈을 벌고, 또 다음 달의 납부를 하고 그 다음 달의 납부를 준비하는..... 카드를 쓰고, 카드값을 갚고 또 카드를 쓰고, 카드값을 갚고. 돈은 항상 풍족하지 않고, 이런 생각이 들 때에는 돈을 쓰는 것이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것. 정말이다. 돈을 쓰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어쩌면 흥청망청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월급을 받으며 돈을 벌고 있고, 핸드폰으로 매번 무언가를 결제한다. 어느 날은 정말 필요한 생필품들, 어느 날은 나를 위한 물건들, 어느 날은 아이를 위한 물건들, 어느 날은 남편을 위한 물건들, 어느 날은 필요할 것 같아서 사는 물건들, 어느 날은 예뻐서 사는 물건들, 어느 날은 먹고 싶어서 사는 것들..... 한 달 동안 결제하면 한꺼번에 통장에서 훅 나가고, 남은 돈으로 또 시작된다. 이게 탕진잼이 아니면 무엇인가? 사는 것도 행복하고, 택배오는 것도 행복하고, 뜯을 때도 행복하고, 사용할 때도 행복하다. 이게 과연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일단 접어둔다.
결국, 흥청망청 살아도 우린 행복하다는 결론이다. 이 책을 읽어보자, 우리의 흥청망청의 지속을 위해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