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아빠 오늘도 근무 중 - 불은 잘 못 끄지만 전화는 잘 받는 아빠와 세 아들 이야기
김종하 지음 / 호밀밭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방관은 긴급한 순간에 마주치게 된다. 난 평소 소방관은 남편의 직업으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행히 결혼 전 소방관이 직업인 남자를 만나본 적은 없다. 이유는 내 그릇이다. 너무 위험해서, 불안해서 같이 살 수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런 내가 이 책의 내용이 궁금했던 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지에 대한 궁금함이었다.

119에 전화할 일이 없이 살아야 하지만 119에 전화를 하게 되면 잘해야겠다. 신고 시 팁이 들어 있다. 문자신고가 가능하다는 건 처음 알았다. 그리고 청각장애우가 신고가 가능한 손말이음센터가 있다는 것도

책은 처음에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다. 짧게 구성되어 있어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고, 군더더기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 가독성도 높다.

초반에 직업에 대한 이야기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건, 저자가 15년 동안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크게 없었다고 한다. 본인에게 맞지 않는것 같다고 생각하거나, 일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일을 사랑해라, 직장을 사랑해라, 동료를 사랑해라. 이런 내용의 책을 읽었더니 내가 직장생활을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니 내가 잘못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살림과 육아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삼형제도 이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면 좋은 남자, 좋은 남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혹은 의식적으로라도 살림과 육아에 자발적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마인드 자체가 훌륭하다. 교대근무로 자신의 몸이 힘들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살림과 육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당장 지금의 힘듦을 보지 않고 몸이 조금 더 힘들더라도 가족을 위한 행동을 보면 저자는 매우 현명한 사람인 듯 하다.

자신의 일, 살림과 육아를 벗어나 자신을 찾는 활동도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인문학 공부와 글쓰기, 독서 이런 일들을 하면서 본인을 성장시킨다. 작년 연말에 남편과 주말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서로에게 선물하자고 이야기했었고, 최근 내가 독학으로 하고 있던 일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기 위해 자격증을 알아보고 있다. 늦어도 3월에는 시작해봐야지. 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보고자 했던 책인데, 직장에 대한 생각과 나의 성장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방관이라면 사명감이 대단할 거라고 생각했었고, 너무나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던 소방관의 이미지를 바꾸게 만든 책이다. 소방관, 남편, 세 아이의 아빠, 한 사람으로의 역할을 균형있게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울의 가시 - 나는 조현병 환자다
이관형 지음 / 옥탑방프로덕션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사자의 책이 좋다. 기꺼이 자신의 아픈 부분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자 하는 사람이 쓴 책은 더 귀하다. 나는 조현병 환자라니..... 읽기도 전에 반가웠다. 같은 병을 가지고 치료하고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의지가 될까, 아직도 숨어있는 조현병을 어떤 방식이든 수면 위로 올리는 일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 책에 들어 있는 책갈피에 이렇게 써 있다.

몸이 아프지만 마음이 아프지만 할일이 너무 많아 힘들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힘들고 과거의 상처가 보이고 미래의 앞날이 보이지 않고 사라졌으면 하는 사람으로 괴롭고 나타났으면 하는 사람으로 외롭고 아침에는 오늘이 두렵고 새벽에는 내일이 걱정되지만 살아내세요. 살아내세요. p.23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도 전에 이 짧은 시가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살아내세요.

그렇게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살인이 일어났다. 언제나 죽음과 죽임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지내야 했다. p.87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을 죽이고 싶은 생각, 내가 죽어야 할 것 같은 생각. 사실 인생을 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건 쉽지 않다. 모든 사람에게는 시련이 오고 그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시련을 극복할수록 능력도 점점 높아진다. 그러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사람은 이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거나 상실되기도 한다. 혹은 병으로 인해 극복하기도 어렵지만 나락으로 더 떨어지기도 한다. 저자는 조현병이라는 걸 기회로 만들었다. 쉽지 않다. 나는 조현병을 치료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데, 저자처럼 잘 된 케이스를 거의 보지 못했다. 책에도 노력한 내용이 써 있지만 그 이외에 저자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말한다.

불합격으로 인해 자책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난 내 인생에 자부심이 있었다. 대학 시절 고통 가운데 자살 시도 한번 하지 않은 걸 스스로 기특히 여겼다. p.146

대학원 입학이 좌절되고 나서 저자가 썼던 내용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은 스트레스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 작은 일을 크게 생각해 우울해하거나, 의미없는 일을 의미가 큰 것처럼 받아들여 우울해하거나,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해 우울해하기도 한다. 물론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견디는 힘도 다르고 빠져나오는 시간도 다르다. 저자는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왜 좌절하지 않았겠나, 좌절을 하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저자의 힘이 나역시 부러웠다.

저자의 인생에는 하나님이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하나님이 중심에 자리잡았던 건 아니지만, 종교만으로 조현병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저자는 넘어질 때마다 하나님을 찾았다. 힘들 때마다 하나님을 찾았다. 그리고 위로받고 또 다시 일어났다. 과거에는 종교의 힘으로 정신질환을 고쳐보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더 악화되었다. 저자도 이야기한다. 약을 먹어야 한다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이건 기본이다. 여기에 종교의 힘이 더 들어간다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나 역시도 많이 봐왔다. 물론 정신과적 증상에 따라 종교가 있다는 것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죽음을 강요하는 종교는 없다. 다행히 불교, 기독교, 천주교는 자신의 삶을,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고 말해준다. 신앙은 이런 점에서 유익하다.

조현병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는 것과 조현병을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그걸 극복해 나가는 것은 한끗차이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결과를 불러온다. 이 책을 보고 나의 인생을 돌아보고 나는 그래도 조금 더 낫지 않나, 더 열심히 해보자. 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고,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면서 위로를 얻는 것도 좋겠다. 우리의 인생은 계속 힘들것이고 우린 그 힘듦에서 벗어나 앞으로 가야하니까 말이다. 저자는 내 응원이 없어도 나보다 더 잘 살아가겠지만, 응원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모학교 게리 토마스의 인생학교 5
게리 토마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게리 토마스의 인생학교 시리즈의 다섯번째 책으로 01 연애학교, 02 결혼준비학교(출간예정), 03 행복한 결혼학교 04 부부학교, 05 부모학교, 06 자녀양육의 영적 역동성을 회복하라, 07 부부사랑학교 까지 출간되었다. 내가 이 시리즈를 기록하는 이유는 하나씩 다 읽어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표지에 '자녀 양육은 놀라운 축복이다. 자녀를 기르며 우리 영혼도 아름답게 빚어진다.' 라고 되어 있다. 모든 건 다 때가 있는 법, 내가 5년 전 출산을 한 직후 이 책을 읽었다면 난 이 책 내용이 거짓이라고 했을 것 같다. 그 만큼 나는 출산하고 2년 간은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원하던 임신이었지만, 나름 준비된 임신이었지만 아이를 출산하는 것부터 시작해 나에게는 너무나 큰 시련이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 아이가 현재 6세이고, 지금은 이 아이가 너무나 축복이라는 걸 느낀다.

"그분은 당신이 실수할 것을 이미 아신다. 당신이 완전한 부모가 아닌 것도 처음부터 아신다. 그럼에도 그 분은 그 모험을 기꺼이 감행하실 만큼 당신의 성장을 애타게 열망하신다." p.81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면 누구나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부족하다는 것도 함께. 하지만 하나님은 이런 부모의 마음을 이미 다 아신다는 말이 너무나 위로가 되었다. 늦은 밤 잠자기 싫다는 아이를 윽박지르기도 했고, 아이의 실수를 눈감아주지 못했고, 아이 때문에 내 인생이 멈춘 것 같아 아이를 원망해 본 적도 있다. 이럴 때마다 나는 내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고, 화를 내는 엄마에게 다가오는 아이를 보고 오히려 나보다 이 아이가 더 낫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이런 상황에서 나도 아이도 같이 성장을 했던 것 같다. 저자는 죄책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부모들을 위로한다.

"나는 분노를 독성이 들어 있지만 잘 규제되고 있는 고성능 약을 대하듯 대해야 한다고 믿는다... 분노는 분노가 생겨난 바로 그날 버려야 한다."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엡 4:26) p.181~182

아이를 키우다보면 감정이 하루에도 여러번 오르락 내리락 한다. 사실 분노는 다른 곳에서도 생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생기고 스스로에게도 생긴다. 인생을 살다보니까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어떤 상황에서도 잔잔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 무조건 분노를 참으라는 뜻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분노가 아이에게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 중에 하나이다. 요즘 아이들도 그렇고 젊은 청년들도 그렇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는 분노를 조절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줘야한다.

"자녀 양육이 때로 우리의 진을 빼놓을 수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지쳐 울고 싶을 때까지 당신을 극한으로 몰아가는 것이 이 일이지만, 그런데도 다시 일어나 더 내주는 자신을 보면 당신은 놀란다." p.222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울었다. 우는 횟수는 갈수록 줄어든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전의 일들이 별게 아닌 것으로 느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양육은 좀 다른 것 같다. 난 아직도 내가 힘들었던 시기를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벌써 6년차가 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다시 일어나는 횟수가 얼마나 많았겠는가, 내 능력이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을 내가 느낀다. 다시 일어나는 경험이 나의 삶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관건은 이것이다. 어떤 시련이든 우리의 즉각적이고 본능적 성향은 하나님께 역경을 없애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종종 하나님의 첫번째 우선순위는 우리를 역경에서 건져내시기보다는 그 속에서 우리를 강하게 단련하시는 것이다." p.230

강하게 단련되고 싶지 않으니, 역경을 주지 말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싶다. 난 그저 세 식구 즐겁게 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이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지금까지의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하나님은 역경을 그때그때 심어주셨던 것 같다. 아이를 보내주신 것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키우며 나의 부족함을 뼈져리게 느꼈고(지금도 느끼고 있고) 내가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게 만들어주셨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앞으로는 어떤 역경이 펼쳐질까..... 그리고 난 어떻게 견디어내고 넘어갈 수 있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어하는, 기독교가 종교인 부모들이 읽으면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어떤 방향으로 자녀양육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이유를 찾아볼 수도 있다. 자녀양육에 대한 좋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20년간의 처절한 삶의 기록
설운영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부터 벌써 먹먹하다.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라니..... 어떤 내용이 써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첫장부터 우는 건 아닌지..... 궁금한 마음과 먹먹한 마음을 함께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평생에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알았을 때 그 은밀하고 혼돈스러운 병은 이미 아이의 정신을 헤집어놓은 뒤였다.

p.32

처음에는 잘 모른다. 왜 그런지..... 당사자도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내가 그 때 아이를 병원에 바로 데리고 갔어야 하는데..... 자책하는 가족들을 많이 봐 왔다. 몸이 아프다고 하면 우리는 병원에 갈 확률이 높고, 온갖 검사를 통해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낼 확률이 높지만 정신질환은 그렇지 않다.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일시적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지켜본다. 아마 저자도 그랬을 거다. 당사자도 자신이 정신적으로 어떻게 힘든지에 대해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의 정신을 헤집어놓았다는 표현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잊혀지지 않는 생생한 악몽의 나날이 계속되었다. 우리는 간절했고, 시간은 대답하지 않았고, 시간들은 어둠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잃고 차갑게 가라앉으면서 질식되어 갔다.

p.44

아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여러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는 게 보인다. 생각하는 기능, 행동하는 기능, 표현하는 기능 뿐 만 아니라 현실에 살고 있지 않는 듯 현실감각도 떨어진다. 무기력해보이고,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고, 자기만의 세계에 멈춰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그걸 견디고 있는 당사자도, 그걸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도 질식될 것만 같은 숨 막히는 시간들일 거라 생각된다.

저자의 아이는 자살에 대한 위험성도 있었다고 한다. 자살이라..... 이 단어 하나에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살고 싶지 않다고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당사자도 그 말을 듣고 있는 가족도 누구하나 온전하게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다 같이 무너져버리기가 너무나 쉽다.

저자는 아이를 고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써본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겠지만 실제 정신과 증상이 있는 당사자는 병원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 본인의 병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우리나라가 아직까지도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쉬쉬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평생을 병원을 찾아다니며 약을 먹고 취해 몽롱한 눈길로 살아가게 해야 하나, 아니면 아이가 일어설 수 있도록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뭔가 하기는 해야 하는 것 같은데 발걸음은 무겁고 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p.78

저자의 아이는 정신과 치료를 하면서 약을 먹게 된다. 급성적인 증상들은 어느 정도 호전이 되었다. 그 다음 저자가 고민했던 포인트이다. 이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할 수는 있을까? 대안학교, 직업학교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아이는 다행히도 잘 해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정상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을 뿐, 우리가 가진 지식과 감성은 언제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깨지고 지워질 수도 있는 유약한 것들이다.

p.162

저자는 단지 아이의 문제만이 아닌, 질병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누구나 정신질환이 생길 수 있고 그렇다면 사회가 정신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의 아이는 10대 후반에 발병을 하게 된다. 모든 발병이 10대 일 수 없다. 40대인 나 역시 어떤 상황에서 발병하게 될지 모르고, 내가 키우고 있는 여섯살 아이도 언제 발병하게 될지 모른다는 거다. 우리의 인식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한다.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다르게 요즘은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요즘엔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아이라고 해서 노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내 가족, 혹은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저자는 알려주고자 한다. 저자는 아무것도 몰랐다. 내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지도,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말이다.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고스라니 전해진다.

저자가 하는 말이 다 옳다. 너무 옳다. 너무 다 맞는 말이어서 가슴이 먹먹하다. 정신보건 쪽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 나이가 많아지는 가족들의 '내가 죽으면 이 아이를 어떻게 하지?' 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좀 더 내야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7년째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 지금 다니는 회사, 퇴사할까 ‘존버’할까 셀프헬프 시리즈 16
이명혜 지음 / 사이다(씽크스마트)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계속 버티지 못했다.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수련, 수련 이후 바로 취직, 한번의 이직 후 육아휴직, 육아휴직 후 복직, 복직 1년 4개월만에 퇴사, 퇴사 후 1년 8개월만에 재입사..... 그리고 지금까지가 나의 경력이다. 퇴사를 한 번 했으니 버티지 못했지만 저자의 '17년째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에 마음이 간다. 아마도 버틴다는 거에 마음이 가는 거겠지.

책은 작고 얇다. 셀프헬프시리즈의 열여섯번째 책이다. 시리즈는 책의 뒷커버에 소개되어 있다. 매순간 새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걸 도와주기 위해 시리즈를 진행한다고하니 한 번 찾아보면 좋겠다.

저자는 금융 쪽에서 17년째 버티고 있다. 여자가 금융쪽에서 17년째 버티는 건 쉽지 않다고 들었다. 더구나 결혼한 여자, 아이가 있는 여자는 더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읽자마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 회사를 그만두려고 결심하게 된 이유는 당신 때문이니까요.p.19

퇴직서의 개인사정이라는 단어에 적힌 속 뜻이다. 다행히도 상사는 저자에게 사과를 했고, 퇴직서를 반려했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일 때문에 힘든 것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다. 특히 상하관계에서 오는 문제들..... 사과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피해자만 속출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직서를 제출한다. 저자는 화가 감사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하고 사직서를 실제로 써보라고 말한다. 사직서를 쓰는 과정에서 지금 당장 여기를 떠난 후에 정말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를 생각해보라고

억지로 버티기 보다는 효율적으로 버티기가 훨씬 행복에 가깝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p.46

저자는 야근을 어차피 해야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고, 낮에 일할 때보다 점수가 후하고, 상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배울 수 있고, 상사의 사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이 정도의 이유였는데, 야근은.....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것과 시켜서 하는 것 사이에 정말 큰 갭이 존재하는 것 같다.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직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p.65

미운 상사는 어느 직장에나 있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자고 했다. 그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고, 직장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고. 나만 이해를 하면 되는 건가?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은데?

나 자신을 위해서나 회사를 위해서는 건강한 균형을 맞추기 위한 몸과 마음의 휴식은 필수적이다. p.91

근무시간에 쉬는 것은 사실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 누구도 근무시간 동안 업무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휴식계획표를 만들어 보라고 한다. 회사에서도 루틴을 만들 수 있다면 조금 나을 것 같다. 내가 일을 하러 가는 것 보다는 내가 세운 루틴을 하기 위해서 간다고 생각하면 출근길이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누구도 이 회사에 당신 등을 떠밀지 않았다. p.115

이 말이 왜 이렇게 뼈를 때리는지 모르겠다. 누가 등떠밀어 다니는 직장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고, 고달픈지.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볼 때는 뭐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대답해 놓고 지금은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근거를 찾기 바쁘다. 간절함은 사라지고 불평, 불만만 늘어난 지금 저자의 말처럼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 뿐이다.

회사일는 견딜 만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p.135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다가 복귀했던 첫날,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잊을 수가 없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속에 있다는 것 자체도 힐링이었고, 컴퓨터에 앉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 모든 것이 좋았다. 그리고 퇴근했을 때 난 아이를 보는 일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회사가 메인이고 아이의 양육이 서브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도찐개찐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 저자가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게 회사에 너무 충성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켜려고 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려고 하고, 다른 직원들과의 교류도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회사에서 무언가를 찾기 보다는 회사 밖에서 무언가를 찾길 원한다. 실제 내가 다니는 회사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에, 상사에 고마워하면서 다니는, 회사를 진정 아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라고 생각하고 책을 덮었다.

그 다음 날, 언제나 그랬듯 윗사람이 또 왜 저러나 하는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저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가족이다.' '저 사람이라곤 회사가 좋겠냐.....' 저자가 말하는 긍정적인 생각은 어쩌면 저자가 현실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회사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인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