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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20년간의 처절한 삶의 기록
설운영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월
평점 :
제목부터 벌써 먹먹하다.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라니..... 어떤 내용이 써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첫장부터 우는 건 아닌지..... 궁금한 마음과 먹먹한 마음을 함께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평생에 우리하고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알았을 때 그 은밀하고 혼돈스러운 병은 이미 아이의 정신을 헤집어놓은 뒤였다.
처음에는 잘 모른다. 왜 그런지..... 당사자도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내가 그 때 아이를 병원에 바로 데리고 갔어야 하는데..... 자책하는 가족들을 많이 봐 왔다. 몸이 아프다고 하면 우리는 병원에 갈 확률이 높고, 온갖 검사를 통해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낼 확률이 높지만 정신질환은 그렇지 않다.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일시적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지켜본다. 아마 저자도 그랬을 거다. 당사자도 자신이 정신적으로 어떻게 힘든지에 대해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의 정신을 헤집어놓았다는 표현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잊혀지지 않는 생생한 악몽의 나날이 계속되었다. 우리는 간절했고, 시간은 대답하지 않았고, 시간들은 어둠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잃고 차갑게 가라앉으면서 질식되어 갔다.
아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여러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는 게 보인다. 생각하는 기능, 행동하는 기능, 표현하는 기능 뿐 만 아니라 현실에 살고 있지 않는 듯 현실감각도 떨어진다. 무기력해보이고,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고, 자기만의 세계에 멈춰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그걸 견디고 있는 당사자도, 그걸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도 질식될 것만 같은 숨 막히는 시간들일 거라 생각된다.
저자의 아이는 자살에 대한 위험성도 있었다고 한다. 자살이라..... 이 단어 하나에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살고 싶지 않다고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당사자도 그 말을 듣고 있는 가족도 누구하나 온전하게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다 같이 무너져버리기가 너무나 쉽다.
저자는 아이를 고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써본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겠지만 실제 정신과 증상이 있는 당사자는 병원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 본인의 병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고, 우리나라가 아직까지도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쉬쉬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평생을 병원을 찾아다니며 약을 먹고 취해 몽롱한 눈길로 살아가게 해야 하나, 아니면 아이가 일어설 수 있도록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뭔가 하기는 해야 하는 것 같은데 발걸음은 무겁고 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
저자의 아이는 정신과 치료를 하면서 약을 먹게 된다. 급성적인 증상들은 어느 정도 호전이 되었다. 그 다음 저자가 고민했던 포인트이다. 이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할 수는 있을까? 대안학교, 직업학교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아이는 다행히도 잘 해냈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정상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을 뿐, 우리가 가진 지식과 감성은 언제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깨지고 지워질 수도 있는 유약한 것들이다.
저자는 단지 아이의 문제만이 아닌, 질병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누구나 정신질환이 생길 수 있고 그렇다면 사회가 정신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의 아이는 10대 후반에 발병을 하게 된다. 모든 발병이 10대 일 수 없다. 40대인 나 역시 어떤 상황에서 발병하게 될지 모르고, 내가 키우고 있는 여섯살 아이도 언제 발병하게 될지 모른다는 거다. 우리의 인식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한다.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고 생각했던 과거와 다르게 요즘은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요즘엔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아이라고 해서 노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내 가족, 혹은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저자는 알려주고자 한다. 저자는 아무것도 몰랐다. 내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지도,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말이다.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고스라니 전해진다.
저자가 하는 말이 다 옳다. 너무 옳다. 너무 다 맞는 말이어서 가슴이 먹먹하다. 정신보건 쪽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 나이가 많아지는 가족들의 '내가 죽으면 이 아이를 어떻게 하지?' 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좀 더 내야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