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 지금 다니는 회사, 퇴사할까 ‘존버’할까 셀프헬프 시리즈 16
이명혜 지음 / 사이다(씽크스마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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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버티지 못했다.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수련, 수련 이후 바로 취직, 한번의 이직 후 육아휴직, 육아휴직 후 복직, 복직 1년 4개월만에 퇴사, 퇴사 후 1년 8개월만에 재입사..... 그리고 지금까지가 나의 경력이다. 퇴사를 한 번 했으니 버티지 못했지만 저자의 '17년째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에 마음이 간다. 아마도 버틴다는 거에 마음이 가는 거겠지.

책은 작고 얇다. 셀프헬프시리즈의 열여섯번째 책이다. 시리즈는 책의 뒷커버에 소개되어 있다. 매순간 새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걸 도와주기 위해 시리즈를 진행한다고하니 한 번 찾아보면 좋겠다.

저자는 금융 쪽에서 17년째 버티고 있다. 여자가 금융쪽에서 17년째 버티는 건 쉽지 않다고 들었다. 더구나 결혼한 여자, 아이가 있는 여자는 더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읽자마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 회사를 그만두려고 결심하게 된 이유는 당신 때문이니까요.p.19

퇴직서의 개인사정이라는 단어에 적힌 속 뜻이다. 다행히도 상사는 저자에게 사과를 했고, 퇴직서를 반려했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일 때문에 힘든 것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다. 특히 상하관계에서 오는 문제들..... 사과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피해자만 속출하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직서를 제출한다. 저자는 화가 감사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하고 사직서를 실제로 써보라고 말한다. 사직서를 쓰는 과정에서 지금 당장 여기를 떠난 후에 정말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를 생각해보라고

억지로 버티기 보다는 효율적으로 버티기가 훨씬 행복에 가깝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p.46

저자는 야근을 어차피 해야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고, 낮에 일할 때보다 점수가 후하고, 상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배울 수 있고, 상사의 사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이 정도의 이유였는데, 야근은.....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것과 시켜서 하는 것 사이에 정말 큰 갭이 존재하는 것 같다.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직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p.65

미운 상사는 어느 직장에나 있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자고 했다. 그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고, 직장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고. 나만 이해를 하면 되는 건가?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은데?

나 자신을 위해서나 회사를 위해서는 건강한 균형을 맞추기 위한 몸과 마음의 휴식은 필수적이다. p.91

근무시간에 쉬는 것은 사실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 누구도 근무시간 동안 업무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휴식계획표를 만들어 보라고 한다. 회사에서도 루틴을 만들 수 있다면 조금 나을 것 같다. 내가 일을 하러 가는 것 보다는 내가 세운 루틴을 하기 위해서 간다고 생각하면 출근길이 좀 가벼워지지 않을까?

누구도 이 회사에 당신 등을 떠밀지 않았다. p.115

이 말이 왜 이렇게 뼈를 때리는지 모르겠다. 누가 등떠밀어 다니는 직장도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고, 고달픈지.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볼 때는 뭐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대답해 놓고 지금은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근거를 찾기 바쁘다. 간절함은 사라지고 불평, 불만만 늘어난 지금 저자의 말처럼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 뿐이다.

회사일는 견딜 만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p.135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다가 복귀했던 첫날,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도 잊을 수가 없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 속에 있다는 것 자체도 힐링이었고, 컴퓨터에 앉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 모든 것이 좋았다. 그리고 퇴근했을 때 난 아이를 보는 일이 가장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회사가 메인이고 아이의 양육이 서브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도찐개찐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 저자가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게 회사에 너무 충성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켜려고 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려고 하고, 다른 직원들과의 교류도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회사에서 무언가를 찾기 보다는 회사 밖에서 무언가를 찾길 원한다. 실제 내가 다니는 회사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에, 상사에 고마워하면서 다니는, 회사를 진정 아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라고 생각하고 책을 덮었다.

그 다음 날, 언제나 그랬듯 윗사람이 또 왜 저러나 하는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저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가족이다.' '저 사람이라곤 회사가 좋겠냐.....' 저자가 말하는 긍정적인 생각은 어쩌면 저자가 현실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지금 시대에 회사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인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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