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 어쩌다 보니 황혼, 마음은 놔두고 나이만 들었습니다
이나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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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 쪽에 있으면서 이 의사의 이름은 처음 듣는다. 책을 읽다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 네이버를 열었다. 검색을 해도 잘 나오지 않아 결국 저자가 쓴 책 표지에 작게 나온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나이는 어떻게 될까? 인터뷰한 기사에 2014년도에 53세라고 나왔으니 지금쯤 60대에 들어갔을 거다. 또 그동안 책도 많이 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도 내 기억이 맞다면 저자가 시어머니를 오랬동안 보살폈다는 내용이 나왔을 때 문뜩 궁금해졌던 것 같다. 의사도 저럴 수 있구나. 사람들이 묻는다고 한다. 요리는 할 수 있냐고..... 시어머니 몇십년 모신 내공이 무색해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담담하게 책을 써 내려갔던 것 같다. 사회의 여러가지 타이틀을 내려놓고 자신의 인생과 생각을 전해주고 싶어서 이 책을 쓴 것 같다. 주제를 하나로 정하자면 나이드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고 글도 잘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사에 글도 잘 쓰다니 세상은 불공평한 게 맞는 듯 하다.

저자는 멋지게 늙는 거에 관심이 많다. 나도 그렇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나도 그렇다.

랍비 엘리제르는 죽기 전 제자들이 찾아오자 죽기 '딱 하루 전에' 회개하면 된다고 말한다. 당연히 제자들이 묻는다. "그 날이 언제인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이에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 매일 회개해야 한다고 랍비는 대답한다. 아. 죽음을 매일 준비하라는 뜻이구나!

p.84

 

이 대화는 이상하게 와 닿았다. 회개할 거야 너무나 많겠지. 우리가 인생에서 후회를 하는 순간들이 많을테니. 저자는 매일 회개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보다 차라리 아예 회개할 일을 하지 않으려고 매일 노력하는 것이 더 나은 준비일 수도 있겠다고 말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쓸데없는 생각도 말고 묵묵히 내게 떨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더 좋은 죽음 준비라고..... 내 생각엔 둘 다 비슷할 것 같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인 듯, 그리고 죽음을 준비하자는 말인 듯하다.

90세가 되면서 암 진단을 받은 시어머니는 내가 무슨 죄를 졌다고 이런 나쁜 병에 걸리게 되었냐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암'이란 일종의 노화 과정일 수도 있고, 90세까지 암에 걸리지 않고 지내다 그 나이가 되어서야 발견이 되었다면 엄청난 행운인데도 본인의 입장은 다른 것이다.

p.112-113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문장들이 여러번 나온다. 죽음에 대한 것, 질병에 대한 것, 사람에 대한 것에 작가의 시선이 새롭다.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는데,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무언가를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남의 인생을 부러워하고 비교하고 혹은 통제하고 비난하고 비평할 시간에, 외부의 잘못에만 분노를 퍼붓거나 외부의 그럴듯한 모습에 현혹되는 내 마음부터 반성하고 챙겨볼 일이다.

p.236

 

너무 휩쓸린다. 사실이 아닌 것에도. 내 마음이 그런 거겠지. 사실인지 확인해보지 않고 믿고 싶은 거겠지. 요즘에 나는 어떤 인생을 부러워했을까? 나는 무엇에 분노를 했을까? 매사 부정적인 내가 아이에게는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내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정말이지 내 마음부터 반성하고 챙겨볼 일이다. 이번주는 부정적인 생각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것만 보려고 노력해봐야겠다. 그것이 말 뿐이더라도, 이렇게 살면 지금보다 멋지게 나이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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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교실 : 글쓰기는 귀찮지만 잘 쓰고 싶어
하야미네 가오루 지음, 김윤경 옮김 / 윌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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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건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 요즘 고양이가 자꾸 인생도 알려주고 글을 잘 쓰는 법도 알려준다. 안에 내용을 보니 초등학생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주인공이 중학교 2학년이다. 글을 쓰는 법을 알려주는 고양이와 둘이 나누는 대화를 하염없이 따라가다보면 기본에 충실한 내용들을 만나볼 수 있다.

원고지 작성법이 나온다. 최근에 원고지에 글을 쓰는 걸 해보고 있는데 초등학교 때 배웠던 원고지 작성법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이젠 원고지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글의 첫 문장은 첫칸을 비우고 둘째칸부터 쓰는 거, 맞다. 그렇게 썼었다.

요즘은 대부분 컴퓨터로 글을 쓴다. 컴퓨터는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잘못 되었을 때 글자 밑에 빨간 선으로 알려준다. 고양이가 알려준 내용을 보면 맞춤법에 주의해야한다는 거다. 요즘은 말하는 그대로 쓰면 틀리는 경우가 많다. 문장의 종결 어미가 뒤섞여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문체가 통일되어 있는지 확인하라는 말이다. 주어와 서술에의 호응에 주의해야 한다. 문장을 읽었을 때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주어와 서술어가 맞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젠 중급코스로 들어간다. 글을 쓸 때 오감을 활용하면 내용이 풍부해진다고 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잘 탐색한 후 글로 쓰면 글쓰기도 쉬워진다고.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행갈이다. 행갈이에 대한 규칙은 없지만 행갈이를 잘하면 읽기가 쉬어진다. 줄줄 글을 쓰는 것보다 적절하게 행갈이를 해주는 것이 좋고, 쉼표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읽는 흐름과 이해가 좋아진다.

요즘 '헐' '대박' 같은 감탄사에 다양한 의미를 담아 쓴다. '맛있다' '멋있다' 같은 긍정적인 의미나 '몸이 안 좋다' 같은 부정적인 의미까지도 이런 감탄사로 표현하다. '귀엽다'나 '귀엽지 않다'도 이런 감탄사 한마디로 끝내는 것은 정말로 '헐!'이다. p.159

생각해보니 그렇다. 대박, 헐..... 이런 단어는 긍정과 부정을 함께 나타내는데 어휘력을 기를 수가 없다고 한다. 한글은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 엄청 많은데 짧은 단어로 모든 걸 해결하다니..... 나부터도 반성을 좀 해야겠다.

자, 이제 책을 쓴다. 어떤 내용으로 쓸지, 등장인물은 어떻게 설정을 할지, 제목은 어떻게 정할지,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할지..... 에 대해서 정말 쉽게 설명해준다. 요즘 자신 만의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고, 책을 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취미삼아 한 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고양이와 함께 첫 발을 내딛어 보자.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책도 많이 읽지 않아 어휘력이나 글쓰는 능력이 낮고, 이젠 입시를 위해 글을 쓰는 방법을 속성으로 배우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우리나라의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많이 읽고 많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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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 이별한 사람들을 위한 애도심리 에세이
채정호 지음 / 생각속의집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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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한 사람들을 위한 애도심리 에세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이별을 하지 않을 수 있나? 이런 근본적인 물음이 생긴다. 이별의 모습도, 이별의 아픔도 다 제각각이다. 어떻게 잊어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너무나도 적절해 보인다. 그 고민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고민을 가지고 제자리에 멈춘 사람, 아니면 과거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디쯤 있는 걸까?

작가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글을 읽으면서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과의사의 안정은 대체로 큰 무기가 된다. 조근조근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에 읽는 사람의 마음도 차분해졌다.

책은 상실이 찾아오고-마음의 상처가 남았고-슬픔을 잘 떠나보내고-새로운 나를 만나는 것으로 이어진다. 상실 이후에 새로운 나를 만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상실에 대한 유명한 공식이 있다. 아마 많은 책에서 사용이 되었을텐데 부정-고통-죄책감-인정이다. 그 중에서 인정을 설명하는 문장이 마음에 와 닿는다.

지금껏 왜? 로 가득했던 마음 안에 어떻게? 라는 질문이 들어앉기 시작합니다. '그 사람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하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집니다.

p.32

애도는 정말 사람마다 다 다르다. 바로 접근해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옆에서 지켜보면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니 자신은 어떤 성향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저자는 애도의 방법도 자신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애도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은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책 중간쯤에 나의 상실 목록 적어보기라는 내용이 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종이에 써 보는 것이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 해보면 좋겠다. 나는 어렸을 때 키우던 병아리도 햄스터도 거북이도 잃어버렸다. 그리고 몇번의 연애를 시작하고 이별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직장을 잃었던 적도 있다..... 그밖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이 정도만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에게 질문한다. 무언가를 잃고도 내가 지금까지 살았던 것에 대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간혹 어떤 사람은 "사람은 결국 혼자예요. 누가 제 고통을 대신해줄 수 있겠어요. 어차피 저 혼자 지고 가야 할 짐이잖아요" 라고 말합니다..... 지금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단 한사람만 있어도 상실의 고통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p.189

저자는 최근에 심리 상담에 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돈을 지불해서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사람이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제3자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진다. 제3자가 심리 상담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겠지. 나도 사람은 결국 혼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힘들어지는 관계는 정리한다. 관계에서 의미없는 에너지를 쏟는 걸 싫어한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나의대인관계가 매우 좁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난 좁은 관계망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의 속마음을 잘 이야기한다. 이런 일이 있었고, 저런 일이 있었고, 내 기분이 어땠고, 내가 혹시 잘못한 건 아닌지 봐달라는.....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지금의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감사하게 여기고 용기를 내어 도움을 구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혼자이지만 결국 함께이다.

소중한 사람을 떠내보낸 사람이 책을 찾아 읽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이 많이 유명해져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이 있다면 건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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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배워야 합니다 - 평범한 일상을 바꾸는 마법의 세로토닌 테라피!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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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정신과 쪽으로 유명한 의사이다. 책도 많이 냈고, 작년에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정신과 진료만 하지 않고, 여러 매체를 통해 정신과에 대한 이야기를 쉬지 않고 들려주고 있다. 행복도 배워야 한다는 제목을 보니,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줄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항상 행복하지 않다고 하고, 힘들다고 하고, 무기력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24시간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조차 24시간 우울하지 않다.

그렇다면 행복을 어떻게 배워야 할까?

그간 분노에 쓰던 에너지가 너무 아깝습니다. 그 에너지가 내 주위 좋은 사람에 대한 감사, 축복 등에 쓰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젠 불행을 찾는 에너지로 긍정을 찾게 됩니다. 그게 인간 본래의 모습입니다. p.68

책의 처음은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고민 상담에 대한 답으로 시작된다. '요즘 화가 자주 납니다. 그냥 지나갈 일에도 화를 주체할 수가 없어요.' 라는 고민에 저자가 답한 말이다. 직장에서 일하다보면 화를 내는 사람이 많다. 별거 아닌데 가시돋힌 말을 하거나, 땍땍거리거나, 다 들리게 안 좋은 이야기를 한다거나..... 화를 내는 거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건 다 전염이 된다. 아주 빠른 속도로.....

그 다음으로는 뇌를 탐험하게 된다. 마음의 3요소(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세로토닌)가 있는데 하나씩 설명을 해준다. 우리의 행복은 마음이 아니라 뇌에서 시작되는 것이 맞다. 이 세가지의 분비량에 따라 우리의 마음 상태가 결정된다. 마음의 3요소를 알았다면, 이 세가지를 어떻게 적절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서 나온다.

저자가 여러가지 방법을 말해주지만 내가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건 심호흡, 명상, 운동이다. 너무 많이 들었다. 화가 날 때는 자리를 피해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짧게 해도 좋고, 길게 해도 좋다. 심호흡이 길어지면 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명상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은 채로 마음과 몸을 릴렉스 시키는 거다. 그 다음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5분만 걸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걸으면 생긴다는 좋은 호르몬에 대한 기사를 읽었던 것 같다. 다 아는데 왜 이리 어려울까, 저자는 우리가 빨리빨리 나라에서 태어나 경쟁하는 구도 속에서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앞으로만 달린 우리사회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 다음 이 책의 핵심인 세로토닌 테라피에 대해서 나온다. 세로토닌 처방, 세로토닌 워킹, 세로토닌 파워 다이어트의 내용도 함께 있다. 이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면 좋겠다.

누구나 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행복, 너무 추상적인 단어를 나의 뇌와 생각과 행동으로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면서 행복은 찾아오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거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추상적이든 아니면 과학적이든 말이다. 어쩌면 뻔한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배운다는 것에 솔깃하다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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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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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지만 잘 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친밀감, 의존감..... 이런 것들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사랑, 우정, 일, 인간관계 등 세상살이가 버거운 우리에게 인생 고수 고양이가 가르쳐준 행복해지는 법이라니, 난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고양이를 만져본 적도 없지만 내 눈에 도도해 보이는 고양이가 어떤 이야기를 해줄 지 궁금해 읽게 되었다.

그림 한페이지, 짧은 글 한페이지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일단 너무 귀엽다. 그리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주절주절 써 있는 글보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짧은 글이 마음을 울릴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렇다.                             

흐음.

성질이 고약하게 생겼군요.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오늘 만큼은 당신을 최대한 배려할게요.

내가 당신보다 좀 더 품위 있으니까요.

p.59

내가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고, 내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를 싫어한다는 건 기가막히게 느낀다. 나 역시 당신이 싫다는 걸 기가막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품위있게 행동하자. 내가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자. 이 책에는 품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내가 앞에서 말한 도도한 이미지와 비슷한 단어인 것 같다.

친구를 많이 사귀라고 강요하지 마.

내가 꼭 그래야 해?

그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알잖아.

차라리 혼자가 되겠어.

뭐 어때!

p.88

친구가 많이 있으면 좋다고 누가 그랬나? 나도 저런 말을 들으며 살았던 것 같다. 친구와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고, 나를 더 돌아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친구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상처 받고 하는 것도 어찌보면 커가는 과정이겠지만 그 사이에서 피곤해져 있는 나를 놓치지 말라는 거다. 요즘은 일부러 혼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눈 감고, 귀 닫고, 입도 닫고 말이다.

안절부절 하지 마.

되던 일도 안 되는 수가 있어.

조급함은 냉동고에 쳐 넣어버리고

우리 느긋해지자고.

p.95

조급함은 냉동고에 쳐 넣어버리고,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과 행동을 컨트롤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우발적인 범죄도 쓸데없는 걱정도 막연한 불안감도 나를 힘들게 만드는 나쁜 마음도 다 없앨 수 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내 생각과 반대로 마음과 행동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 느긋해지자, 여유를 갖자, 내려놓자, 이런 말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새기며 살고 있다.

이봐, 그렇게 너무 성급하게 다가오지 마.

당황스럽잖아.

내가 좀 까다롭다는 걸 모르는 거야?

나랑 잘 맞을 것 같아?

난 아무하고나 친구하고 싶진 않아.

p.182

와우, 내가 까칠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이런 글을 보니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난 누군가와 친해지는데 오래 걸리고, 아무하고나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걸 상대방도 알아줬음 했는데 말이야. 하지만 한 번 친해지면 대체로 끝까지 가는 편이니, 시간을 가지고 서로 맞는지 한 번 보자. 아주 천천히 말이야.

고양이가 이야기해준다. 나에게 말이다. 고양이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많이 와 닿을 듯 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으며 사진을 여러개 찍어두었으니, 그닥 상관없다고 말해주고 싶기도 하다. 긴 글을 읽기에 지겹고, 삶도 지겨운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고양이 따위가 아니라, 인생고수 고양이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짧지만 강렬하고, 까칠하지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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