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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맞는 말이지만 잘 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친밀감, 의존감..... 이런 것들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사랑, 우정, 일, 인간관계 등 세상살이가 버거운 우리에게 인생 고수 고양이가 가르쳐준 행복해지는 법이라니, 난 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고양이를 만져본 적도 없지만 내 눈에 도도해 보이는 고양이가 어떤 이야기를 해줄 지 궁금해 읽게 되었다.
그림 한페이지, 짧은 글 한페이지로 되어 있는 이 책은, 일단 너무 귀엽다. 그리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주절주절 써 있는 글보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짧은 글이 마음을 울릴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렇다.
흐음.
성질이 고약하게 생겼군요.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오늘 만큼은 당신을 최대한 배려할게요.
내가 당신보다 좀 더 품위 있으니까요.
내가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고, 내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를 싫어한다는 건 기가막히게 느낀다. 나 역시 당신이 싫다는 걸 기가막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품위있게 행동하자. 내가 당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자. 이 책에는 품위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내가 앞에서 말한 도도한 이미지와 비슷한 단어인 것 같다.
친구를 많이 사귀라고 강요하지 마.
내가 꼭 그래야 해?
그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알잖아.
차라리 혼자가 되겠어.
뭐 어때!
친구가 많이 있으면 좋다고 누가 그랬나? 나도 저런 말을 들으며 살았던 것 같다. 친구와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고, 나를 더 돌아볼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친구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상처 받고 하는 것도 어찌보면 커가는 과정이겠지만 그 사이에서 피곤해져 있는 나를 놓치지 말라는 거다. 요즘은 일부러 혼자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눈 감고, 귀 닫고, 입도 닫고 말이다.
안절부절 하지 마.
되던 일도 안 되는 수가 있어.
조급함은 냉동고에 쳐 넣어버리고
우리 느긋해지자고.
조급함은 냉동고에 쳐 넣어버리고,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마음과 행동을 컨트롤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우발적인 범죄도 쓸데없는 걱정도 막연한 불안감도 나를 힘들게 만드는 나쁜 마음도 다 없앨 수 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내 생각과 반대로 마음과 행동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 느긋해지자, 여유를 갖자, 내려놓자, 이런 말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새기며 살고 있다.
이봐, 그렇게 너무 성급하게 다가오지 마.
당황스럽잖아.
내가 좀 까다롭다는 걸 모르는 거야?
나랑 잘 맞을 것 같아?
난 아무하고나 친구하고 싶진 않아.
와우, 내가 까칠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이런 글을 보니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난 누군가와 친해지는데 오래 걸리고, 아무하고나 친해지고 싶지 않다는 걸 상대방도 알아줬음 했는데 말이야. 하지만 한 번 친해지면 대체로 끝까지 가는 편이니, 시간을 가지고 서로 맞는지 한 번 보자. 아주 천천히 말이야.
고양이가 이야기해준다. 나에게 말이다. 고양이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많이 와 닿을 듯 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으며 사진을 여러개 찍어두었으니, 그닥 상관없다고 말해주고 싶기도 하다. 긴 글을 읽기에 지겹고, 삶도 지겨운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고양이 따위가 아니라, 인생고수 고양이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짧지만 강렬하고, 까칠하지만 사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