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2008년 여름에 내가 좋아하는 몇분의 작가들께서 비슷한 시기에 성장소설을 내놓으셨다
황석영씨가 '개밥바라기별' 신영복의 '청구회추억' 그리고 최인호씨의 '머저리클럽'이었다.
청구회추억은 읽어본 결과 성장소설이 아니었지만 ㅎㅎㅎ
머저리클럽은 '개밥바라기별'과는 많이 다른 성장소설이다.
개밥바라기별이 학창시절보다는 개인의 방황과 그 속에서의 성장에 촛점이 맞춰있다면
머저리클럽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학창시절의 이야기이다.
아주 어릴때 멋도 모르고 보았던 '얄개'시리즈를 보았다고나 할까 뭐 그런 느낌을 준다.
누구에게나 학창시절은 정말 소중하다.
누구나 책으로 써라고 하면 에피소드만으로도 한권쯤은 느끈히 채울 수 있을게다.
나에게도 학창시절은 정말 즐거운 때였다.
그때는 친구들만 있으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았고 무서운 것도 없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일탈을 했던 일들만이 또렷이 기억난다.
사실 모범생으로 3년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도 따분하기 그지없다.
정해져있는 길로 가는 것보다 정도에서 벗어난 길로 가야 훨씬 즐거운 법이다.
나의 그 시절도 그러했다.
담을 넘어 학교밖으로 빠져나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만화방과 당구장을 아지트삼아 많은 짓거리를 하고 다녔다.
시장 뒷골목 튀김집 골방에서 친구들에게 술을 배운 것도 그때쯤이다.
공부하다 배가 고프면 막걸리를, 목이 마르면 맥주를 마셔야 한다고 명언을 남겼던 친구도 있었다.
야자하다가 목이 마르면 학교앞 슈퍼에서 막걸리 사다가 운동장에서 원샷했던 친구도 있었구나.
1학년때 우리반은 문제가 많은 정말 꼴통반이었다.
어느날은 담배피는 학생을 손꼽아보니 안 피우는 학생이 열명이 채 안되는 그런 반이었다.
가을소풍가기 전날 반학생중 절반정도가 동시상영관에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를 보았다.
소풍에서 반대항 씨름에서 우리반이 우승했을때 우리반의 구호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씨름순이다'였다.
왜냐면 우리반이 성적꼴찌반이었기때문에 ㅎㅎㅎ
그때 행복해 하시던 담임을 지금 생각하면 좀 불쌍하기도 하다.
얼마나 까불고 다녔는지 우리반을 꼴사납다고 보고 있었던 제외한 다른반 연합과 우리반이 패싸움을 하기도 했었다.
야자가 끝나는 시간에 우리를 태우러 오는 승합차는 학교 운동장이 아닌 당구장앞에서 클락션을 울렸고
반 친구들에게 100원씩 삥을 뜯어서 나이트클럽에 다니기도 했었다. 푸핫
가끔은 친구와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서 인생이니 삶이니 하는 정말 개똥철학을 주저리주저리 했던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나름 진지한 부분도 있는 학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와중에 공부라는 것도 했었는데 수학과목은 한번씩 빵점도 맞아주곤 했다. 그게 예의고 의리였다 ㅋㅋㅋ
그런데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돌아가고 싶을지 어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이기는 한데 학생부선생님에게 야구빳다(빳다라고 써야 제 맛이 난다)로 맞는 것도 싫고
머리 길다고 바리깡으로 짤리는 것도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다.
그리고 제일 싫은 것은 죽어라 공부해야 된다는 것. ㅎㅎㅎ
그렇게도 외워지지 않던 독일어 디어 데어 덴 디 뭐 어쩌고 저쩌고는 끔찍하고
왜 수학문제는 봐도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루에 영어 단어 숙어 100여개씩 외어야 하는게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한건지 의문이다.
그래도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잔디밭에 둘러앉아 도시락 나눠먹던 시간도 좋았고
반대항 축구시합에 죽어라 뛰고 응원하던 시간도 즐겁기만 하다.
지금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여전히 공부는 열심히 안 할테지만
당구장 만화방 다니던 시간에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다.
분명 그 나이에 읽어야 할 책이 많이 있었으니까...
나는 그 책들을 너무 일찍 읽거나 아니면 너무 늦게 읽었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다는게 가끔은 슬프기도 하다.
이제는 연락도 되지않는 그때 그 친구들이 가끔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