쬐금 나이를 먹은 시골출신들은 고향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고등학교 이상은 대도시로 유학(?)를 가는것이 통상적인 과정이었었다. 아마 지금도 그 전통은 끈어지지 않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명문고등학교나 명문대학교로의 진학은 곧 우리나라에서는 출세길의 기본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 시골학교(고등학교)의 총 동문회에 초대를 받아서 같었다. 거창하게 세워놓은 축하화환은 강당 한바뀌를 돌리도고 남아 밖에까지 진열을 해 놓았다. 엄청난 숫자의 화환은 시골동네에서는 좀처럼 보지못하는 풍경이기도 했거니와 그 학교의 출신들이 그 지역에서의 세를 과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아마도 권고(?)에 의해서 보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2시간여의 행사가 지루하게 이어지고 학교출신들 중 소재지의 기관단체장을 맏고 있거나 외지에 나가 잘 나간다는 회사의 중역급 이상들이 소개되고, 뒤이어 임원진 소개를 끝으로 거창한 막이 내리나보다 했더니 공연단이 연단을 채우러 올라간다.
학교 출신은 아니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 이 학교 출신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또 시골구석에서 살다보니 이 학교 동문들과 중학교를 갖이 나와 대부분의 출신들과 친하게 지내기도 한다. 무대에 올라가는 연주자들을 보니 모두 내 중학교 동창녀석들이 아닌가!
멋지게 한곡을 연주한 동창녀석들은 어느틈에 연습을 했는지 동문들의 열열한 재창을 받고는 연이어 한곡을 더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트럼펫을 연주하던 친구가 삑사리를 내면서 행사장이 웃음바다가 되고, 그래도 굴하지 않고 친구념들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더 열심이 연주를 한다. 일단 보기는 좋았다.
같은 중학교 출신 동문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빠지지 않는게 술이다. 이사람 저사람한테 받아마신 술이 서너병쯤 될 무렵 어느 녀석이 국산 양주를 몇병 꺼내오더니 한컵씩 벌컥벌컥 부어주곤 같이 마시자고 비틀거리며 쫓아온다. 피할길이 없어 같이 한잔을 마시고 나니 저녁도 못먹은 속에서 불이난다.
메인행사가 끝난 뒤에도 한시간여를 더 연장된 행사시간이 끝나갈 무렵 무대에 올라갔던 친구녀석들이 한덩어리가 되어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되었고, 집에 온 시간은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 당연히 마눌님 따발총소리를 들어가며 컴 앞에 앉았는데, 내일(오늘인가?) 강원도로 아이들과 함께 가족여행간다고 해놓고 지금 들어오면 어쩔꺼나고하는 바람에 화들짝 술이 깨버렸다.
통사정을 해가며 아침에 마눌님과 아헤들을 강원도로 보내놓고 삼실에 쭈구리고 앉아있자니 울화가 치민다. 사실은 오늘 상부에서 높은분(?)들이 대거 현장시찰을 다온다고 하여 가족여행도 떠나지 못하고 대기상태였었는데, 이들의 일정이 갑짜기 바뀌는 바람에 멀뚱하게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앉아있게 되었다. 이들의 일정이 왜 바뀌었는지는 담주 월요일 출근해보면 알것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분이 풀리지 않는다.
아니꼬우면 출세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