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허리에 눈이 듬성듬성 남아있는 마을앞산 골짜기를 몇년만에 등정(?)하였다. 지난 2일 올해들어 첫번째 合酒를 하게 되었다. 마을 뒷산을 툭 부질러 험악한 고속도로가 지나간다기에 살펴볼겸 들렀다가 마을 어르신들한테 딱 걸린것이다. 옛 동네를 일년에 몇번 둘러보지 않는다고 마을 어르신들은 나에 대한 반감이 쬐금 있으신 모양이다.
마을회관으로 끌려가 어르신들이 주는 쐬주잔을 연거퍼 마시다보니 얼근하게 취기도 오르고 어찌나 보일러를 쎄게 올려놨는지 엉덩이가 불이날 지경이다.
이런저런 여쭤보시는 말씀들을 다 대답해드리고 어둡기 전에 나가야 한다며 자리를 차고 일어나려는데 약관 80세라고 주장하시는 건장한 청년어르신(?)이 집에 잘 보관하고 있던 담근술을 가져나오시는 바람에 그대로 주져앉게 되었다. 이분은 지고는 못가도 뱃속에 넣고는 간다는 꾼중에 꾼이시다.
이젠 죽었구나 하며 털석 자리를 잡고 언제나 술잔을 주시려나 했더니 "애그머니나~~" 큰사위 올때만 잡는다는 토종닭을 잡아 벌써 끌이고 계신다며 조금있으면 다 된다고 하신다. ㅜㅠ
다음날 일찍(1시쯤) 집엘 들어가니 온 집안 식구가 잠도 못자고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마눌님 잔소리가 시작되려나 했더니 빨리씻고 들어가서 자라며 고생했다고 한다. "으잉~~, 어째 이런일이~~ㅜㅠ"
씻는둥 마는둥 잠자리에 눕자마자 해가 중천에 올라올때까지 코를 골며 자더라는 마눌님 얘기를 다음날 듯게 되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동네를 출발하자마자 어르신들이 그래도 걱정이 되셨는지 집으로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술 많이 마셨는데 제수씨 너무 야단하지마시라"고 어르신들이 당부를 했던 모양이다. 사실 촌수가 높아서 어르신들이 모두 형님뻘이라 옛 동네를 들어가면 많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동네 들어가서 뭔 얘기를 어떻게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데, 오후 늦게 동네에서 친구들이 몰려나왔다. 술한잔 하자며~~
올해는 죽었다 깨나도 하루 퍼지게 마시면 최소한 3일은 쉬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