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 스페인 산티아고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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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라는 저자를 알고 있거나 "걷기 여행"이라는 단어에 매력을 느끼거나 "혼자 떠나는"이라는 단어에 환호하지 않은 채 "스페인 산티아고 편"이라는 부제에 눈이 멀어 독서를 시작하였다. 여행도 매력적이거니와 스페인 산티아고도 환상적이니 내게는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이 책에서 산티아고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나 맛집, 멋집 소개를 더한 여행 안내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단지 산티아고의 가슴뭉클함만으로도 충분한 독서의 동기부여가 된다.

독서를 마친 후 내가 선정한 이 책의 쟝르는 "걷기 여행"이다.  도보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저자소개도 있지만 이 책은 "여행"이라는 무게보다는 "걷기"라는 무게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저자의 글 형식은 일기나 메모형식이 주를 이루고 있어 장장 36일간 진행되는 8백 킬로미터의 걷기 이야기에서 걷는 과정 동안의 고통이나 걷기의 매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나, 도무지 여행의 재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가 여행하는 스페인을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걷기에 무게가실려 있어 스페인 여행의 튀는 무엇인가도  없거니와 Camino(길)는 없고 걷기만 있는 형국이다. 그 먼 길을 도보여행하며 찍은 사진 100컷이 어우러져 있지만 사진과 글의 내용은 제각각이라 글의 부족함을 사진이 메꾸어주는데 인색하거나 혹은 사진 한 장에 수 페이지의 설명을 할애해도 좋을 멋드러짐은 과감하게 생략되고 있다.

내 기대를 바구어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저자의 목적이 영적체험과 깨달음이라면 스페인에 대하여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산티아고를 향해 걷는 길 도중의 재미도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겠으나 그렇다면 그 대안으로 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저자의 깨달음이 커져가고 있음을 설명해도 좋았을 것이다. 

저자의 깨달음이나 여행을 통하여 느끼는 참 맛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 즉 산티아고에 도착한 이후에서나 겨우 발견하게 된다. 결국 저자는 개인의 체험을 많이 감추고 있거나 최소한 글의 재미를 두드러지게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된다.  

내가 "걷기 여행" 그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은 찾아보기 힘든 값진 책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걷기"보다는 "여행"에 점수를 더 주는 내게는 안타까움만을 더해 주었다.

한편으로는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북서쪽으로 이동하는 경로는 스페인스러움도 부족하고 여행이라는 재미를 담기에도 부족한 그져 도보여행에 최적화된 길이니 "걷기" 그 이상을 담아내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저자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한번 산티아고 가는 길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으니 그 때는 세비야에서 출발하는 길을 선택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걷기"의 재미는 덜하겠으나 여행의 재미를 더 많이 느끼기에는 충분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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